'다음 역은 개성역', 교류·단절의 흔적 도라산역 가보니…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 3주년 기념식 현장

2018년 12월 26일 남북은 개성 판문역에서 철도 연결 착공식을 열었다. 분단으로 끊긴 남북 철도를 잇는 사업의 시작이었지만 이 사업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해결 논의가 좌절되며 철도 연결을 포함한 남북 교류가 중단된 탓이다.

하지만 남북 철도 연결에 대한 한국사회의 열망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판문점 선언 2주년을 맞아 남북을 잇는 철도 노선 중 하나인 동해북부선의 남측 구간 복원을 시작했다. 올해에는 사단법인 '희망래일'을 중심으로 시민사회가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남북 공동 응원열차를 보내자는 기획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변화가 하나 더 있다. 한국철도공사가 임진강역~도라산역 3.7km 구간의 전철화 공사를 완료하고 지난 11일 해당 구간 전철을 개통했다. 도라산역은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직전에 위치한 경의선의 남측 종점역이다.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 3주년을 맞은 26일, 한국철도공사가 도라산역에서 임진강역~도라산역 전철 개통을 기념하고 남북 철도 연결 의지를 다지기 위한 기념행사를 열었다. 사단법인 희망래일, 사단법인 평화철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통일열차 서포터즈 등 시민단체와 전국철도노동조합도 함께했다. 기자도 이날 행사에 동행했다.

▲ 임진강역과 개성역 사이에 있는 경의선 남측 종점역, 도라산역. ⓒ프레시안(최용락)

남북 교류와 단절의 흔적이 함께 묻어있는 도라산역

도라산역은 민간인 출입통제선(이하 민통선) 안에 있다. 이 때문에 일반 전철로는 갈 수 없다. 임진강역에서 도라산역까지 한 정거장을 왕복하는 셔틀전철을 이용해야 한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도 셔틀전철로 도라산역에 갔다.

셔틀전철을 타고 가는 동안 창밖에는 민통선 지역의 풍경이 스쳐갔다.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느껴지는 산야를 배경으로 임진각 평화 곤돌라와 도라산 평화공원이 눈에 띄었다. 파주 기온이 한낮에도 영하 14도를 기록한 날이기 때문이었을까. 임진철교 아래 얼어붙은 임진강도 볼 수 있었다.

도라산역에 내리자 다음 역은 개성역이라고 표시된 알림 표지가 눈에 띄었다. 평양까지 205km라고 적힌 표지판도 따로 세워져 있었다. 북쪽으로 눈길을 돌리자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통문과 그 너머 땅이 보였다. 경의선의 남측 종점역이자 북으로 향하는 첫 역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이후 한시간 남짓 한국철도공사 측의 안내에 따라 둘러본 도라산역에는 남북 교류와 단절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었다.

군의 협조 하에 안전모와 안전조끼를 착용하고 남방한계선 통문 앞까지 갔을 때는 철조망 너머로 "평화를 다지는 길 번영으로 가는 길"이라고 새겨진 기념석이 보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세운 기념석이었다. 기념석 바로 앞에는 개성역으로 이어진 철로가 있었다.

도라산역 건물 지하에 있는 경의선 철도 남북 출입사무소에는 내일이라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보안검색대와 '입경(入境)'심사대가 있었다. '나라에 들어온다'는 뜻의 입국(入國) 대신 '경계에 들어온다'는 뜻의 입경을 쓴 것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서였다. 당연하게도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도라산역 지하에는 경의선 철도 남북 출입 사무소가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남북 철도 연결로 평화와 번영, 희망을 만들자"

참가자들은 이날 도라산역에서 남북 철도 연결의 의지를 다지는 말을 나눴다. 이철 사단법인 희망래일 이사장은 "남북으로 나뉘어 있는 두 땅이 합쳐지는 이 자리에 우리가 서있다"며 "2022년 다가오는 새해에는 반드시 남북 철도가 연결돼 남북이 서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인호 철도노조 위원장은 "저희 아버지와 같은 실향민들을 제가 모는 열차로 고향에 보내드리는 것이 제가 가진 꿈 중 하나"라고 밝힌 뒤 "철도 경쟁 체제 확대를 막고 철도 노동자의 간절한 꿈인 남북 연결, 대륙으로 나아가는 철도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인규 협동조합 프레시안 이사장은 "미중 대립 등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국제 관계가 복잡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평화와 번영을 위한 마음을 모으고 희망을 키워가는 것"이라며 고 김근태 전 의원의 "희망은 힘이 세다"는 말을 인용하며 말을 맺었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철도공사의 나희승 사장은 "한국 철도에 여러 현안이 있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과제는 남북 철도를 연결해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평화를 열고 평화 경제를 만들어 청년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철도를 만들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26일 도라산역에서 한국철도공사가 개최한 '남북철도 연결 착공식 3주년 및 임진강역~도라산역 전철 개통 기념식' 참가자들ⓒ프레시안(최용락)

경의선의 남측 종점역, 도라산역에 가려면

한편, 임진강역과 도라산역을 왕복하는 셔틀전철은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셔틀전철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 하루 1회 운행한다. 임진강역에서 출발하는 시간은 오전 11시, 도라산역에서 돌아오는 시간은 오후 12시다. 탑승객은 신분증을 지참하고 오전 10시 20분까지 임진강역 역무실에 가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요금은 2500원이다.

역사를 나가 북쪽으로 갈 수는 없지만, 역 시설 등에 대한 해설도 준비되어 있다. 김장현 한국철도공사 문산역장은 "개통 이후 매회 30명 정도의 승객이 도라산행 전철에 탑승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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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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