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결정에 대해 "촛불에 대한 배신"이라는 시민사회의 비판이 쏟아졌다. 사면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은 24일 논평을 내고 "박근혜 사면에 견결(堅決)한 반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문 대통령이 당선 직전까지 20여 년간 회원으로 있던 단체다.
민변은 "우리 사회는 전두환과 노태우의 사면이라는 전례를 통해서 헌정질서를 파괴한 것에 대해 아무런 역사적 반성 없는 전직 대통령을 정무적으로 사면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를 가지고 있다"며 "헌정질서를 파괴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헌정질서를 뒤흔든 범죄자 박근혜에 대한 특별사면은 우리 사회를 재차 어지럽게 할 뿐이며, 법치주의나 국민 화합, 갈등 치유와 같은 가치는 조금도 얻을 수 없다"며 "촛불정부를 자임하며 시작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을 배신하였다. 우리 모임은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특별사면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노동계도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특별사면의 이유가 국민 대화합 차원이라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넘어 자괴감이 인다"며 "비선에 의해 움직이며 재벌과 공모해 재벌의 이익과 사익을 도모한 국정농단의 주범, 이에 분노한 노동자, 민중, 시민의 촛불과 저항으로 법과 상식, 정의의 심판을 받아 22년의 형을 선고받아 이제 그 형기의 반의 반도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의 특별사면에 누가 이해하고 동의한단 말인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적폐청산과 나라다운 나라’를 외치며 집권한 문재인 정권의 퇴행이 가져온 박근혜 특별사면에 동의할 수 없다"며 "찬바람 이는 가을에서 시작해 추운 겨울 광장을 메우며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위대한 정신과 열망은 사라지고 불평등과 양극화의 확대와 심화. 정치적 냉소와 불신의 시대를 연 문재인 정권이 국민 대화합 운운하며 적폐의 상징을 풀어주는 이 상황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논평을 내고 "형기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면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위해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것이다. 특별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의 여론 수렴 과정도 없이 졸속적으로 단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노총은 "촛불민심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져버린 이번 사면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사면했을지 몰라도 한국노총과 촛불을 든 국민은 결코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이날 논평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만인에게 공정한 법 집행이 이뤄지길 바라는 일반 국민에게 박 전 대통령 사면은 결코 화합의 메시지로 읽힐 수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중 한 명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가석방시킨데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마저 사면한 것은 우리 사회의 개혁을 바라며 촛불을 들었던 국민의 염원을 져버리는 배신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해 표심이 바뀌길 기대했다면 국민의 수준을 가볍게 여긴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정치적 의도를 담아 추진한 사면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에게 표를 던졌던 국민의 기대를 스스로 져버렸다’는 역사적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 퇴진 운동을 주도한 시민단체의 연대체인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의 기록기념위원회에서 공동대표로 활동했던 이들도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어떻게 쫓겨나고 구속됐는가. 비바람과 눈보라 치는 촛불광장에 모인 1700만 촛불시민의 끈질긴 촛불항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되찾게 된 것이 아니었던가"라고 물었다.
이들은 "사과도 반성도 없이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면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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