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김건희 논란 "십수 년 전 사인으로서 관행에 따라…"

"국민 비판은 받아들이겠지만, 과도한 정치공세에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서' 논란에 대해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라면서도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 "시간이 좀 걸린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윤 후보 측의 입장 표명이 늦어질수록 사태가 더 악화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십수 년 전 사인으로서 관행에 따라…"

윤 후보는 16일 대한의사협회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씨 이력서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오래된 일이라서 진상 확인에 시간이 좀 걸린다"며 "제 아내도, 당에서도 오래 전 일들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전날에 이어 "어떤 결론이 있더라도 공세의 빌미라도 준 것 자체가 저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실제 내용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더 확인해 보겠지만 국민들께는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재차 자세를 낮췄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도 김 씨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관행"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김 씨) 본인은 십수 년 전에 사인(私人)으로서 관행에 따라 했더라도 현재 위치는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의 부인이다. 국민께서 요구하는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결론이 나오든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가 관행이고 허용할 수 없는 것인지 워낙 오래된 일이라 파악을 해봐야 한다"고도 했다.

윤 후보는 또 "(사실확인 작업의) 결론이 어떻게 나든 간에 국민께서 기대하시는 눈높이와 수준에 미흡한 점에 대해서는 저나 제 처나 국민께 늘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도 제기된 의혹이 "전체적으로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해, 윤 후보는 "민주당은 '게임협회가 2004년 법인화됐는데 어떻게 2002년부터 이사를 하느냐'고 하지만 법인화가 되기 훨씬 전부터도 연합회 형태로 (단체가) 존재했고, 거기 있는 분들도 (김 씨가) 알고 있었다"면서 "이사라는 것도 무보수 비상근이라는 건 법인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쓸 수 있고, 법인에도 등기이사만 있는 게 아니고 다양한 형태가 있다"고 반박했다.

김 씨가 직함으로 기재한 '기획이사'는 "비상근 명예직에 해당하는 것"이라면서 "(재직증명서를) 어쨌든 그 단체로부터 발급받은 건 명확한 사실"이라며 "이런 재직증명서는 통상 경력 참고사항으로 내는 경우가 많다"고 윤 후보는 주장했다.

중등학교 출강 관련 경력에 대해서는 "어느 쪽의 일방적 주장이 꼭 다 맞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라며 "경력증명서를 다 붙여서 냈는데 학교 이름이 잘못됐다고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윤 후보는 전날 김 씨가 취재진과 만나 '사과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에 대해서는 "제 처가 어제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하니까 '있다'고 대답했는데, 사과라는 게 의향이 있으면 한참 있다가 하는 게 아니라 이미 그런 과정에서 국민께 죄송스런 마음을 갖고 있음을 표현했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그는 "사과를 나중에 드린다, 지금 드린다가 아니다"라며 다만 "내용이 좀더 밝혀지면, 저희가 제대로 된 사과를 하려고 해도 '이러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인정한다'고 사과를 드려야지 잘 모르고 사과한다는 것도 좀 그렇지 않겠느냐"고 시간을 좀더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국민의 어떤 비판도 다 겸허히 받아들이겠지만, 민주당의 과도한 정치공세에 대해서는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소상히 설명을 드려야 한다"고도 했다.

김종인 "후보 스스로 알아서 판단할 것"…압박? 선긋기?

당 내에서는 윤 후보 부부의 빠른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가 개인에 대한 사과를 따로 할 수 없지 않느냐"면서 "선대위에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 토론회에 참석한 후에는 "후보 스스로가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후보에 일임한 것"이라고 사실상 윤 후보를 압박했다.

전날 자신이 해당 논란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데 대해 김 위원장은 "우리가 검토를 해본 결과가 그것이다. 선대위 차원에서 그걸 얘기할 수가 없고, 후보 스스로가 알아서 판단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후보나 가족은 직접 대응을 삼가고, 선대위가 대신 나서서 방어하는 정치권의 통상적 논란 대처법과는 차이가 있는 움직임이다.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오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신다고 뉴스가 나왔고, 아마 사과는 틀림없이 하실 것"이라며 "(허위 경력 기재가) 결혼한 이후에도 계속된 문제라면 그 부분은 틀림없이 사과를 하셔야 하고, 불법적 요소가 있다면 수사를 받아야 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위원장은 "교수 선발에 있어서 경력 사칭은 문제가 된다"고 지적하면서 다만 "이재명 후보는 검찰 사칭으로 처벌받은 경력이 있지 않느냐. 사칭을 한 잘못과 표절을 한 잘못이 거의 흡사한데 그러면 저쪽은 후보가 물러나야 되는 것 아니냐? 왜 (윤) 후보 부인만 물러나고 (이) 후보 자신의 잘못은 왜 지적하지 않느냐"고 이 후보를 겨냥했다.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은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밝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에 기초해 판단, 평가는 결국 시민들의 몫"이라고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어제 이미 윤 후보 배우자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사과드린다'고 했고 그 후속조치를 할 거라고 보고 있다"며 "적절하게 협의를 해서 국민들 마음을 풀어드릴 그런 조치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사과를 하실 것', '사실관계를 밝히는 게 좋다', '국민 마음을 풀어드릴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는 형태를 빌려 말했지만, 결국은 그런 조치를 윤 후보에게 간접적으로 요구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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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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