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신경 쓰느라 자기 인생을 살아가기 힘든 사람들에게

[최재천의 책갈피]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 로저 로젠블랫 지음, 권진욱 옮김

브룩 애스터(미국 사교계의 거물) : 윈스턴 경, 당신이 만약 제 남편이었다면, 나는 기쁜 마음으로 당신이 마시는 커피에 독을 넣었을 겁니다.

처칠 : 부인, 내가 만약 당신 남편이었다면, 나는 그걸 마셔야겠죠.

물론 위트는 중요하다. 하지만 내게서 나온 말은 내게로 돌아오는 법. 위트 또한 그러하다. "언젠가 때가 되면 당신에게 내심 두려움을 느꼈던 사람들이 바로 당신이 던졌던 그 위트로 당신을 불리하게 만들 날이 올 것이다." 그래서 탄생한 제 14법칙이 '함부로 위트를 자랑하지 말라'다.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말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서 지혜롭다고. 경륜이 풍부하다고. 쉽게 동의할 수 없다. 내가 살아온 내 자신의 한계를 너무나도 절실하게 느끼기에 이런 명제에 동의할 수 없다. 지혜를 빌려와야 한다. 새록새록 자극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가야 한다. 

다른 나라도 그러하지만 특히 한국사회에는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남 신경쓰느라 자기 인생을 살아가기 힘들다. 지나치게 유행과 흐름에 민감하다. 자칫 자존감이 흐트러진다. 그런 이들을 위한 지혜다. "하지만 장담하건데, 당신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다. 바로 당신이 당신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제 2법칙 '당신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제 15법칙은 지독하게 현실적이다. '미덕을 좇되 그것에 목숨을 걸지는 말라' 내용이 인용할만한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배신할 가능성이 많은가? 첫째, 자신이 과소 평가받고 있다고 느끼고, 이 점에 대해서 스스로 떠벌리고 다니는 인간들이다. 둘째,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자신이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자신을 드러내길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셋째, 신문에 칼럼을 쓰는 작자들. 넷째, 뭔가 바라는 것이 있는 사람들. 다섯째, 관광지 안내서를 뒤적거리고 벤츠 자동차 전시장에서 눈요기나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종자들. 여섯째, 이름에 모음이 하나라도 들어가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일곱째, 그러니까 모든 인간들." 

부정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도 사람을 믿고 싶을 터이니. 하지만 이 또한 현실인 것을 어떡하나.

미국의 작가이자 하버드대 교수 출신에 언론사 칼럼니스트로 일해온 로저 로젠블랫이 '나이 들어가는 데 필요한 법칙'을 58개로 정리했다. 물론 모든 법칙에 동의할 순 없다. 하지만 이 중에서 몇 개라도 건질 수 있다면 성공이다. 지혜와 통찰력이 흥미로운 책.

ⓒ나무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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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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