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 보완할 것…거리두기 적용 시점 검토 중"

'백신 접종 강요' 반발에 정부 한발 후퇴했지만…"청소년 접종 필요성 더 커져"

정부가 '사실상 강요' 논란이 일어나는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과 관련해 보완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현재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엄중한 가운데, 거리두기 강화를 포함한 비상계획 발동 시기를 고심하고 있다고도 정부는 전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9일 오후 열린 질병청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청소년 방역패스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2월 1일부터 학원 등에도 소아·청소년 대상 방역패스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후 학부모님들의 우려와 지적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 되고 있어서 학부모님들, 학생들, 관련 단체들 의견을 수렴해서 보완 방법과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을 반영해 관계부처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청소년 방역패스와 관련해 정부가 조정을 고려중이라는 입장이 공식적으로 나온 셈이다.

코로나19 대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 대책이 백신 접종률 제고라는 판단 하에 그간 정부는 방역패스 적용 범위를 확대해 백신 미접종자의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특히 청소년을 중심으로 방역패스 적용 범위 확대가 사실상 백신 강요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급기야 고교 3학년생인 양대림(18) 학생 외 청구인 452명이 오는 10일 방역패스에 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다만 방역패스 확대 적용은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세계적 추세며, 청소년의 백신 접종 이익이 명확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많은 나라에서 (백신) 접종이 확대됨에 따라 다중이용시설에도 방역패스를 추가하는 정책적인 기류가 있다"며 "뉴욕은 5세 이상 아이들에게도 방역패스를 적용하고 있고, 이스라엘,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에스토니아, 뉴질랜드, 슬로바키아, 포르투갈, 그리스, 미국의 개별적인 주들에서 12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방역패스를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서도 청소년에게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방역패스가 접종률을 제고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다중이용시설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고, (내) 건강을 지키는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도 청소년 백신 접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예방접종률이 가장 높은 고교 3학년의 경우 94% 이상 예방접종이 완료됐는데, 예방접종률이 낮은 12~15세에 비해 (코로나19) 감염률이 월등히 낮다"며 "예방접종에 따른 감염 예방 효과가 충분히 나타남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위드 코로나 이후 감염 확산세가 거세짐에 따라 청소년 백신 접종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정 청장은 "방역패스 도입으로 인해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려면 접종력 또는 음성확인서가 필요하니 접종 강요 인식을 하실 수 있다"면서도 "저희가 처음 12~18세 접종을 시작할 때와 현재 상황이 많이 바뀌었으므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접종을 더 적극 권고하는 방향으로 정부 입장이 변경됐다"고 해명했다.

정 청장은 "성인층 대상으로 기저질환 등으로 (백신) 접종을 못 받는 예외자의 경우 예외 확인서로 방역패스를 갈음한다. 소아·청소년의 경우도 예외 적용 등 세부 지침을 마련해서 안내할 것"이라며 "예외 범위를 어디까지 할 지는 조금 더 구체적 방안을 의견수렴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7000명대까지 늘어나는 등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비상계획 검토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달리 말하면, 사실상 비상계획 발동의 시기 결정만이 남은 상황이라고도 해석된다.

정 청장은 "현재 확산세를 꺾을 수 있는 거리두기나 (사적) 모임 제한 (으로) 사람 간 접촉을 줄여서 확산세를 약화하지 않으면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굉장히 엄중한 상황"이라며 "어느 시점에 비상계획을 발동할지를 매일 검토 중이며, (비상계획이) 필요한 시점은 정리가 되면 바로 말씀드리겠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엄중한 가운데,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관한 비상계획 적용 시기를 고민 중이라고 9일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의 음압병동에서 의료진이 분주한 모습으로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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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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