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9호, '공무원' 박정희의 불법행위…국가배상책임 명백해"

"반독재 저항자에 대한 국가배상과 명예회복은 법원의 헌법적 책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긴급조치9호 사건 심리가 1년째 속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헌법학자들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은 긴급조치9호 발동의 위헌적 불법성이 법리적으로 명백하다고 지적하고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조속한 국가배상책임 인정 판결을 촉구했다.

(사)긴급조치사람들이 인권주간을 맞아 9일 오후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위헌불법적 긴급조치 발동, 대법원에게 그 책임을 묻는다’라는 주제로 주최한 토론회에서 발제문을 발표한 정태호(경희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교수는 긴급조치9호의 위헌성은 이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판단한 바 있으며 헌법재판소는 나아가 그 불법성도 인정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가 애초부터 발령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국민의 비판을 배제하기 위하여 발동되어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등 그 목적의 정당성조차도 인정할 수 없는 불법적 조치라는 등의 이유로 긴급조치 제1,2,9호를 위헌으로 선언하였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어 "긴급조치로 인해 구금되거나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한 피해자들은 긴급조치를 집행했던 공무원의 개별적인 고의과실의 존재를 입증할 필요없이 긴급조치 발동의 불법성을 이유로 국가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명백히 위헌적인 긴급조치 발령으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은 인정하여야 하며 이를 부정하는 대법원 판례는 변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또 대법원이 긴급조치9호 발동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한다고 하더라도 국가배상청구권의 시효문제나 패소확정자들의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긴급조치 피해자들에 대한 온전한 구제를 위해서는 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영선(민변 부회장) 변호사는 토론에서 "긴급조치9호는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이 긴급조치권 발동의 대상이 되는 비상사태로서 국가의 중대한 위기상황 내지 국가적 안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중대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는 상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해 발동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이어 "박정희 대통령의 긴급조치9호 발동행위는 국가배상법 제2조의 공무원 박정희의 ‘법령에 위배한 직무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대한민국은 공무원의 불법행위에 따른 국가배상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오동석(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교수는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헌법전문의 취지를 살려 시민의 저항권뿐 아니라 저항의무를 적절하게 부각해야 한다"면서 "그것은 저항자의 명예회복은 물론 국가의 배,보상 책임인정 그리고 사회적 기억과 재발방지 등의 법제를 마련하고 시행해야 할 국회,대통령,헌법재판소,대법원의 헌법적 책임"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 옵저버로 참석한 윤진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제서야 심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며 곧 판결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구제책을 용인하는, 전향적인 판결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이어 "오늘의 토론회가 전원합의체의 판결과 아울러 국회특별법 제정의 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긴급조치9호 피해자들은 지난 10월21일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대법원 정문 앞에서 전원합의체가 긴급조치9호 사건의 조속한 심리종결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여 오고 있다.

이들은 릴레이 시위를 시작하면서 발표한 성명에서 "긴급조치9호 발동의 불법성이 명백한데도 대법원의 전원합의체가 그 불법성을 판단하는 데 왜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리는 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전원합의체의 늑장 심리를 비판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위헌 불법적 긴급조치 발동, 대법원에게 그 책임을 묻는다' 토론회 ⓒ긴급조치사람들

▲ 긴급조치 사건 늑장 심리를 비판하며 시위를 하고 있는 김용석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 ⓒ긴급조치사람들
▲긴급조치 사건 늑장 심리를 비판하며 시위를 하고 있는 장영달 전 의원(오른쪽)과 고 고영근 목사의 딸 고성휘 씨 ⓒ긴급조치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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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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