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천재라고 생각하는 사람, 손?"

[최재천의 책갈피] <히든 해빗> 크레이그 라이트 지음, 이경식 옮김, 청림출판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의 '위대한' 전기작가 조르조 바사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성을 이렇게 적었다. 

"때로는 한 사람의 몸에 그렇게나 멋진 아름다움과 우아함과 능력이 동시에 아낌없이 부여되는 초자연적인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너무도 성스럽다. 그래서 그는 다른 모든 사람 앞에 서며, 또 신에 의해서 부여받은 천재성을 갖춘 존재로서의 자기 자신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보통사람은 "천재를 향한 동경(조지 엘리엇)"을 가지고 산다. 왜냐하면 "재능 있는 사람은 아무도 맞힐 수 없는 과녁을 맞히고, 천재성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과녁을 맞히(쇼펜하우어)"기 때문이다. 

저자 크레이그 라이트는 예일대에서 '천재 강좌(Exploring the nature of Genius)'라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약력만으로 보면 저자가 천재인 듯 한데, 이스트만 음대에서 피아노와 음악사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시카고대에서 인문학 박사를, 하버드대에서 음악학 박사를 받았고, 예일대에서 음대학장을 역임했고 미국 예술과학 아카데미 회원이다.

저자는 개강 날이면 웃음과 토론을 유발하기 위한 질문을 먼저 던진다. "자기가 천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지 않은 학생이 쭈뼛거리며 손을 든다. "아직 천재는 아니지만 앞으로 천재가 되고 싶은 사람은?" 대략 4분의 3정도가 자신 있게 손을 든다.

종강일에 다시 질문을 던진다. "지금도 여전히 천재가 되고 싶은 사람은?" 전체의 4분의 1만이 손을 든다. 

이때쯤 한 학생이 나서서 정리를 해준다. "학기 초에는 천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너무도 많은 천재가 집착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괴짜들이라서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사람들은, 친구나 기숙사 룸메이트가 되면 좋겠다 싶은 그런 유형이 아니라서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떠올린다. 왜 그 강의가 하버드 최고의 인기 강의이고,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을까.

미국식 강의, 미국식 저서, 미국식 대중교양서의 특징이 이 책에 온전히 살아있다. 사실 천재라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범인이라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자녀들과 버섯을 따러 갔다. 신기하게 생긴 버섯을 발견했다. "얘들아 이것 좀 봐"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는 모자를 벗어 조심스레 버섯을 덮었다. 그리곤 아이들이 직접 모자를 들어 올려 비밀을 발견하게 했다. 과거와 현재의 천재들에 대한 최고의 사례집이다. 강렬하게 추천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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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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