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출현에 확진자·중환자 폭증, 위기의 출발선에 서다.

[안종주의 안전사회]

'위드 코로나', 즉 코로나와 공존을 선언하며 단계적 일상 회복 방역 전략을 펼친 후 우리 사회가 최대의 고비를 맞고 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섰다. 위중증 환자는 7백명 대를 기록하고 있다. 사망자도 많게는 최근 하루 60명 가까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관련 모든 수치와 지표가 최악이다.

현재 코로나19 위험도는 전국이 높음, 비수도권은 중간이고 수도권은 최고 단계인 '매우높음'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위험도 평가 핵심 지표인 중환자 병상 가동률, 의료대응 역량 대비 발생 비율, 주간 신규 위중증 환자 수, 60세 이상 확진자 비율, 60세 이상 및 고위험군 추가접종률 등이 전반적으로 악화한 상황이다.

서울이 가장 심각하다. 서울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90%를 넘어섰다. 1일 현재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은 전체 코로나19 중환자용 병상이 모두 찼다. 서울 세브란스병원은 빈 병상이 1개뿐이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3개만 비어 있다. 병상 확보 속도가 코로나 확진자의 폭발적 증가와 그에 따른 중환자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하루 확진자 5천명 등 비상계획 발동 기준 넘어서

정부는 하루 확진자가 5천명이 넘거나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이 75% 이상이면 비상계획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단계적 일상 회복 방역 지침을 중단하고 모임 인원 제한 강화와 방역 패스 확대, 영업시간 단축 등을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이런 조건들에 모두 해당하는데도 정부는 영화 관람 시 취식 금지 등 아주 사소한 부분만 규제를 강화하고 비상계획을 발동하지 않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반발과 경제 충격 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 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방역을 강화하는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확산 추세가 이른 시일 안에 꺾이지 않는다면 비상계획 발동은 불가피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위기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더 강력한 방역 전략을 펼쳐 확산세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들이 전 국민의 80% 수준까지 이르렀지만 백신 효과가 예상보다 더 빨리 떨어지면서 돌파감염과 집단돌파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2차 접종까지가 기본접종이 아니라 추가접종, 즉 부스터샷까지 마쳐야 기본접종을 마친 것이라고 강조하며 추가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또 2차 접종 완료에서 추가접종까지의 간격을 기존 6개월에서 4개월까지로 단축했지만 국민 대다수가 추가접종을 마치려면 적어도 4~5개월 더 기다려야 한다.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유입 차단을 위해 모든 외국인 입국 금지 조처를 한 가운데 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발 항공편 전광판에 나리타로 출발하는 항공편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호재는 보이지 않고 악재만 쌓여가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 즉 코로나가 확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의 시기에 있다는 점, 청소년층의 낮은 백신 접종률, 그리고 최근 대두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 등 모든 것이 우리를 불안케 하고 있다. 모임이 잦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연말연시라는 점도 방역 당국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고 있다. 호재는 보이지 않고 악재만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확산과 함께 지난해부터 늘 강조해온 것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방역 정책과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중환자 병상 확보 등 우리의 의료역량에 대한 정확한 평가에 바탕을 두고서 비상계획 발동 등 방역 전략을 펴야 한다.

데이터에 기반 두고 예측이 중요

둘째,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지난해 봄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선진 국가들에게서 코로나가 단시간에 대유행하자 감염자들이 병원에서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숨져간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이들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셋째, 예측이 중요하다. 예측은 데이터와 과학, 그리고 사회심리학적·문화적 요인 등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져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일을 반면교사로 삼는 것도 필요하다. 신규 확진자가 증가할지, 폭증할지, 감소할지와 함께 중환자가 얼마나 발생할지 등을 정확하게 예측해야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그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다.

우리는 예측 실패로 낭패를 겪은 사례를 기억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스웨덴의 인위적 집단면역 실패다. 스웨덴은 일부러 방역을 느슨하게 해 코로나 집단감염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함으로써 국민 다수가 심각한 상태로 몰리지 않으면서도 자연감염을 통한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에 따른 방역 전략을 펼쳤지만 노인요양시설 입소자들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애꿎게 숨지는 결과만 낳았다.

넷째, 시기다. 아무리 좋은 전략이라도 제때 시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거나 효과가 반감한다. 우리는 비상계획을 발동해야 하느냐의 여부와 하면 언제 발동하느냐의 시기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적절한 시점을 놓고 실기를 하면 사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소통이 중요하며 과도한 오미크론 공포 경계해야

다섯째, 소통이 중요하다. 청소년도 최근 사례를 보았듯이 기저질환이 있는 등 취약점이 있으면 코로나로 숨질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이 모두 접종을 받는 것이 본인과 공동체를 위해 왜 중요한지를 잘 소통해야 한다.

여섯째,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과도한 공포와 낙관 모두 현재로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오미크론이 치명률이 높다거나 전파력이 공포에 떨어야 할 정도라는 사실을 입증할만한 역학적 증거는 아직 없다. 앞으로 한두 달 더 지나야 이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공포를 자극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오미크론이 델타와 비슷한 정도의 위력을 떨칠지 아니면 일부에서 표현하는 것처럼 슈퍼변이바이러스로 등극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지난해 8월 페루에서 처음 보고돼 지난 4월부터 남미에서 본격 유행하기 시작한 람다바이러스도 페루의 열약한 의료 환경과 맞물려 확진자를 폭증시키자 우리나라 일부 언론은 공포의 변이처럼 보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분석이 슬그머니 사라졌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나친 공포와 낙관은 모두 경계해야 한다. 실체가 드러날 때 즉시 걸맞은 평가와 보도를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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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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