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빠진 윤석열 선대위, 이준석 "무운을 기원한다"

D-100 어수선한 국민의힘…'원톱' 김병준 앞세워 충청 공략

국민의힘이 대선을 100일 앞두고 연 첫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선후보는 충청권 공략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BTS를 거론하며 윤 후보를 추켜세우는 덕담만 했다. 이준석 당 대표 겸 상임선대위원장은 "모두에게 무운을 기원한다"고 했다. '김종인 없는 선대위'의 첫 회의 풍경이었다.

윤 후보는 29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제1차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윤 후보는 "대선 D-100일이 되는 날이다. 오늘 첫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하고 저는 첫 일정으로 충청 지역에 2박 3일 일정으로 가기로 했다"면서 "저는 충청의 아들이고 충청은 제 고향"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역사를 보면 충청은 늘 캐스팅보트를 쥔 지역이고 대선의 승부처였다"며 "중원 충청에서 정권교체 신호탄을 쏘아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승리의 100일 대장정에 나서고자 한다.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어 "윤석열 정부는 '청년 프렌들리(friendly)' 정부가 될 것"이라며 전날 청년선대위 발족식에서 했던 "모든 부처에 청년보좌역을 배치하겠다"고 한 약속을 재언급했다.

다음으로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은 자제해 왔으나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한 말씀 드리겠다"며 "이재명 후보는 요즘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이라고 한다. 민주적 공당이 아니라 개인 사당(私黨)의 길을 가겠다는 발상"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발상에서 '청와대 독재'가 싹튼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의 선대위 첫 회의 메시지에는 대선 D-100일을 맞아 나올 법한 총체적인 대선 캠페인에 대한 밑그림은 없었고, 대신 첫 일정인 충청권에 대한 의미만 부각됐다. 이날부터 시작되는 윤 후보의 2박 3일 충청 일정에는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이 동행한다. 김 위원장은 21대 총선 당시 세종을 지역구에 출마했고, 최근 사의를 밝히긴 했으나 현재도 해당 지역구 당협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청년 관련 메시지는 하루 전에 발표했던 내용을 재강조한 것이었고,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 소재 중 '이재명의 민주당'을 선택했는데 이는 지난주에 이슈가 됐던 내용으로 지난 26일 허은아 당 대변인이 '이재명 후보의 입법 속도전은 민주주의의 방식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논평까지 냈던 바가 있다.

윤 후보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D-100일 메시지를 다시 한 차례 요청받고도 "본격 시작이니까 국민 속으로 들어가 열심히 하겠다"고만 했다. 

선대위 회의에서 윤 후보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것은 김병준 위원장이었다. 다음은 이날 그의 발언 전문(全文)이다.

"상임선대위원장 김병준이다. 오늘 D-100일, 첫 선대위 회의에 가슴에 뛴다. 몇 년 전에 제가 BTS가 유럽서 공연하는 것을 영상으로 본 적 있다. 그날이 3월 1일 삼일절이었는데, BTS가 아리랑을 부르는데 우리의 멋도 들어있지만 한도 깊이 서려있는 (그) 노래가 새로운 리듬을 타고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고 흥을 주는 데에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얼마 전 TV프로그램을 하나 보니까 우리의 전통 판소리, 국악이 힙합 대중음악과 크로스오버돼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을 봤다. 그 역시 눈물날 정도로 감격적이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위대하고 잠재력이 있는가 가슴깊이 느꼈다. 문화 영역뿐 아니라 기술과 연구·학술,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국민들이다. 이들이 자유롭게 뛰는 세상을 만들면 우리는 세계 한가운데 설 수 있는 나라이고 국민이(될 것이)라 생각한다. 윤 후보께서 틀림없이 그런 나라를 만들 것이라 생각하고, 저도 미력이나마 다하겠다고 이 자리에 앉아 있다. 앞으로 다같이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잠재력과 역량을 다 발휘할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 데 우리가 다같이 갔으면 좋겠다."

김 위원장은 전날에는 이재명 후보의 조카 살인사건 변호를 문제삼으며 "전제적이고 폭력적인 심성"이라고 맹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대해, 상임선대위원장으로서 사실상 첫 메시지를 내는 자리였는데 정책·비전 제시가 없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윤 후보와 김 위원장에 이어 발언 기회를 얻은 이준석 대표는 "짧게 하겠다"면서 "승리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해선 안 된다. 우리 모두에게 무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한다"고만 했다.

이 대표는 전날 SNS에 쓴 글에서 "선대위는 김병준 위원장을 원톱으로 놓고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제가 맡고있는 홍보·미디어 영역을 제외한 모든 전권을 김 위원장께 양보하겠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주에는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선대위 구성을 포함해 모든 선거의 진행은 후보의 무한 책임"이라며 "본인이 어떤 권한을 행사했을 때 항상 책임이 따르는 것"이라고 했다. '김종인 없는 선대위', '김병준 원톱 체제'는 윤 후보의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어디 한 번 해 보라'고 팔짱을 끼는 듯한 모양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공동선대위원장단 등 선대위 추가 인선을 일부 발표했다. 공동선대위원장단에는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이 당연직으로 들어갔고, 조경태 의원과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임명돼 눈길을 끌었다. 사할린 강제이주 동포 가족인 스트류커바 디나 씨(30)도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됐다.

선대위 부위원장에는 최고위원 전원이 임명됐고, 김재원 최고위원은 부위원장 겸 클린선거전략본부장을 겸임하기로 했다. 후보 비서실장 서일준 의원, 수행단장 이만희 의원이 새로 임명됐고 수행실장은 이용 의원이 유임됐다. 유상범 법률지원단장과 '네거티브 검증단' 정점식 단장, 박형수 부단장 등의 인선도 이뤄졌다.

윤 후보가 전날 공언한 '청년보좌역' 중 이날 1차로 임명된 7인에는 국민의힘에서 당협위원장, 비대위원, 대변인 등 당직을 지낸 40대 이하 당원들과 당 소속 의원실 비서 등이 주로 포진됐다.

새로 인선된 이들 가운데 혁신·쇄신의 의미가 담긴 것은 이수정 교수 정도인데, 이 교수 임명에 대해서는 이준석 대표가 지난 주부터 극렬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어 임명 후 활동에도 제약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이날도 MBC 라디오에 나와 " 이 교수가 생각하는 방향성이 지금까지 우리 당이 2021년 들어와서 견지했던 방향성과 일치하는가에 대해서 의문이 강하게 든다"며 "우리 지지층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이준석, '안티페미' 하다 하다 이젠 "이수정 교수 영입 반대")

▲20대 대통령선거 D-100일인 2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윤석열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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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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