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강사들이 왜 학교 아닌 거리로 나섰나

고용안정·처우개선 대책은 언제쯤?

이정현 씨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회화를 가르친다. 시험 출제와 성적 책정도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수업을 할 수 있을지도 연구한다. 영어수업 중에 이 씨의 수업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한 졸업생도 있었다. 하지만 이 씨는 정년이 보장된 교사가 아니다. 4년 계약직 강사다.

이 씨의 설움은 고용불안에 그치지 않는다. 학교 안의 다른 노동자 대부분이 받는 근속수당이나 가족수당, 명절휴가비도 받지 못한다. 교직원 연수에 갔다가 자신과 같은 처지의 강사들 이름이 빠진 참가자 명단을 보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바꿔보려 이 씨는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여러 활동을 했다.

교육당국은 요지부동이다. 고용안정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내년 2월 영어전문 회화강사 다수의 계약이 만료된다. 이 씨도 네 번째 재계약을 준비해야 한다. 수당 차별 해소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씨가 올해 동료들과 함께 파업에 나서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다.

▲ 19일 서울 교육청 앞에서 열린 전구굑육공무직본부 학교 강사 노동자 파업 결의대회.  ⓒ프레시안(최용락)

초‧중‧고등학교 강사(아래 학교 강사)들이 19일 하루 파업에 돌입하고,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아래 교육공무직본부) 소속 학교 강사들은 이날 서울, 경기 등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앞에서 총파업결의대회를 열었다.

파업에는 전국 영어회화전문 강사 2200여 명과 서울 다문화언어 강사 77명, 강원 순회보건 강사 10명 등이 참여했다. 오는 23일과 24일에는 전국 초등스포츠 강사도 같은 이유로 파업을 할 계획이다. 이들은 법적으로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등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다.

학교 강사들의 가장 큰 요구는 고용안정이다. 교육공무직본부는 교육당국에 상시지속 업무를 수행하는 학교 강사의 고용형태를 정년이 보장된 무기계약직으로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영어회화전문 강사는 4년, 다문화언어 강사와 스포츠 강사는 1년마다 재계약을 맺고 일한다.

교육당국은 학교 강사가 '기간제‧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상 2년을 초과해 계약직으로 쓸 수 있는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 예외 직종'에 해당한다는 조항에 근거해 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이에 대해 사용자가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 예외 직종'의 노동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법 위반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학교 강사들의 또 다른 요구는 처우개선이다. 구체적으로 교육공무직본부는 돌봄전담사, 급식 조리사 등 교육공무직(학교 무기계약직)에 준하는 급식비, 근속수당, 교통비, 명절휴가비, 상여금, 가족수당, 맞춤형복지비, 자녀학비보조수당 등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오늘의 파업대회를 시작으로 학교 강사 노동자는 물론 전국의 모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갖은 수단을 다해 학교 강사 노동자의 완전한 고용안정 쟁취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며 "교육청은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다해 학교 강사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차별해소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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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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