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활동가가 부산을 출발하여 서울까지 30일, 100만 보의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관련 기사 : <프레시안> 10월 12일 자 ''#평등길1110', 차별금지법 제정 100만 도보행진 시작') 인권운동사랑방의 미류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이종걸이 걷고 있다. 아니, 두 명이 아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염원하는 수십 명, 수백 명, 수천 명이 전국 곳곳에서 함께 걷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10만 국민청원이 법에서 정한 기한인 90일이 넘도록 국회에서 논의 한번 되지 않았다. 국회는 오는 11월 10일까지 법안 논의를 연기해 둔 상태다.
11월 10일 평등길 도보행진이 그 마지막 여정을 시작한다.(☞ 바로 가기 : #평등길1110) 오전 10시에 서울 금천구청에서 출발해서 국회의사당으로 걷는다. 우리, 시민건강연구소도 이 길에 함께한다. 이 논평을 보는 많은 이들도 그 길에서 만나자.
우리는 이미 여러 번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련 기사 : 2013년 5월 6일 자 '반기문 유엔 총장도 개탄한 한국의 '동성애 혐오'!', 2021년 5월 31일 자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하는 지금이 차별금지법 되살릴 적기') 그럼에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하고, 여전히 시기상조라고 하니 다시 설명을 보탠다.
초등학교에서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가르친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서로 다른 생각, 서로 다른 외모, 서로 다른 성격을 두고 어느 하나가 '틀렸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름'은 다투거나 의논해야 할 무엇이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어른보다 낫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다름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산다. 여성이어서, 자녀가 있어서, 장애가 있어서, 차별을 숙명으로 온몸에 새긴다. 숙명인 줄 알았던 차별을 참고 버틴 삶이 남긴 상흔이 불건강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된다.
차별이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다. 하지만, 이 문장을 머리로 이해할 수 있다고, 그 앎이 곧바로 차별 없는 건강한 삶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멀리 돌아갈 것도 없다. 차별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지만, 전문가들 또한 국가권력과 함께 차별을 방치하거나 확산한다. 코로나19 대유행 동안의 여러 사안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국경봉쇄라는 주장이 중국인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는다. 이주민 강제검사 행정명령이 이주민의 차별로 이어지고 방역에도 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 – 이주민의 낮은 백신 접종률은 한국 사회의 이주민에 대한 차별 정도에 비례할 것이다 – 은 간과한다. 자가 격리와 치료 과정에 장애인에게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상식은 방역을 위해 더 급하고 위중한 일을 먼저 해야 한다는 논리 앞에 무력하다.
악순환이다. 비정규직 차별을 묵인해온 한국 사회가 지금 감염에 취약한 노동환경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방치한다. 오랜 이주민 차별과 혐오를 두 손 놓고 방관하던 한국의 나쁜 정치가 감염병으로부터 이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현재를 낳았다. 지금이라도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몇 년이 지나 새로운 공중보건 위기가 닥칠 때, 다시 당장 급한 일을 처리한다며 차별을 방치하고 확산하는 죄를 지을 수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차별은 건강에 나쁘다. 차별금지는 건강에 좋다. 다른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한가. 다른 어떤 합의가 더 필요한가.
우리와 함께 걷자. 시민의 힘으로 국회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의 제정을 논의하게 하자. 11월 10일 거리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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