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9일 성남시장 재임 시절에 발생한 개발 특혜 의혹의 현장인 성남시 대장동을 찾았다. 이 후보는 "대규모 공공환수"를 치적으로 내세우는 한편, '부동산 백지신탁제도' 등 구상 중인 부동산 정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찾은 '성남 제1공단 근린공원'은 대장동 개발 사업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결합개발 방식으로 조성을 시작한 곳이다. 이 후보가 대장동 관련 현장을 찾은 것은 의혹이 불거진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성남시장 시절 민간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과 무관함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대선 가도 최대 악재로 꼽히는 대장동 의혹에 시달리는 이 후보가 특유의 '공격적인 방어'로 돌파구 모색에 나선 셈이지만, 대장동 의혹에 이 후보가 관련 있다고 의심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효과를 거둘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불로소득을 상징하는 지역이 된 대장동에서 시장 시절에 추진한 자신의 정책 결정을 옹호하며 집권 시 추진할 부동산 제도 개선 의지를 밝힌 점에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후보는 이날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부동산을 많이 보유해 부동산 정책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일을 하고 있다"며 "고위공직자들은 필수 부동산 외에는 주식처럼 백지신탁제도를 도입해 다 팔든지, 아니면 위탁해 강제매각하든지 하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또 "하위·중간 공직자와 도시계획·국토개발계획에 관여할 여지가 있는 공직자에 대해서는 부동산취득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해 꼭 필요한 부동산 외에는 취득하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며 "법률이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일정 직급 이상 승진이나 임용 시에는 필수 부동산 외에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을 제외하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화천대유 등 민간업자들이 폭리를 취한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일부 관련자들의 일탈이 있어서 매우 죄송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유례없는 대규모 공공환수사업은 그 자체로 꼭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관합동개발에 대해 어떤 부수적인 문제로 심하게 공격하면 어떤 자치단체장도 이렇게 안 하고 민간에 허가를 해줄 가능성이 많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민주당에서 개발 이익 100%를 환수하기 위한 법률도 만들고, 사업 타당성이 보장된 공공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공사채 발행률, 지방채 발행 한도에 예외를 둬서 얼마든 공공개발로 100% 환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대장동 개발 의혹에 관한 화살을 국민의힘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는 "이곳도 국민의힘 시장이 그냥 뒀으면 빼곡하게 100%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 교통난에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당시 인허가를 받은 민간기업이 제가 추산하기로 3000억 원 이상의 분양이익 개발 수익을 가졌을 것"이라며 "뒤에서 지지하고 공원화를 막았던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개발 이익을 나눠서 50억 클럽이 아니라 500억, 700억 클럽 이런 게 많이 생겼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특별검사제 도입 요구에 대해서도 "(특검을 꾸리다) 선거가 다 지날 가능성이 크다", "정치 공방 소재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시간을 끌고, '카더라' 방송을 동원해서 자꾸 정치적으로 음해하고 왜곡하고, 조작하고 그런 게 문제"고 언론에 대한 불편한 시각도 숨기지 않았다.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이 65%(필요 없다 25%)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난 것과 상반된 시각이다.
측근 등 윗선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이상한 사기죄로 재판받으며 그만 둔 사람"이라고 거리를 크게 벌렸다. 그러면서 "(언론과 야당이) 그 사람 이야기로 도배하고, 이상한 이야기를 침소봉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황무성 녹취파일이 처음 공개된 뒤 이 후보가 "그 양반(황무성)이 그만 두면서 퇴임 인사를 하러 왔을 때 '왜 그만두나', '잘 안맞아서 그런가'하며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라고 했던 발언에 비해 비난 수위를 크게 높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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