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설계자=죄인" vs. 이재명 "공익 설계자=착한 사람"

대장동 국감 '2라운드'...이재명 "유동규 임명 절차 기억 안나, 10년 전 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20일 진행한 경기도청 국정감사는 예상대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둘러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국민의힘 의원들의 언쟁으로 일관됐다. 이 지사와 국민의힘은 서로를 대장동 의혹의 주범이라고 몰아붙이며 설전을 벌였으나, 의혹의 실체 규명에 진전을 보지는 못했다.

이 지사는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자신의 측근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임명 과정에 대해 "본부장 임명 권한이 누구에게 있었는지, 인사 결정 절차가 어떻게 됐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거리를 뒀다. 

이 지사는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유 본부장 인사에 지시나 개입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게 십 몇년이 지난 일"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이어 "제가 불법적으로 뭘 했을 리는 없고"라며 "10년 넘게 지난 일이어서 인사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겠다.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처음 당선된 것이 2010년 6월이다. 당선된 이후에 얼마 안 돼 유동규 씨를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에 임명했는데 인사 지시를 하거나 개입한 적이 있냐고 물었을 때 명확히 답변을 안 했다. 다시 한번 답해 달라"고 질문했다.

이 지사는 "개입할 일이 없었고 제가 권한이 있으면 사인을 했겠죠. 인사권일 테고"라고 답변했다. '이 사람을 채용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냐'는 물음에도 "그렇게 하면 안 되죠. 그게 아마 심사대상일 텐데"라고 답했다.

이 지사는 이어 '유동규가 내 말이 곧 이재명의 말이라고 주민한테 말하는 것을 알았냐'는 질문에도 "유동규가 그런 정도 영향력이 있었으면 제가 사장을 시켰을 텐데 제가 마지막까지 사장을 안 시킨 것을 생각을…"이라고 부인했다. 또한 "유동규를 통해서 제가 몰래 할 이유도 없고, 도시개발사업단이 공식적으로 있기 때문에 거기서 주도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 논란과 관련해서도 공방이 거세졌다. 지난 2015년 5월 27일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 보고서에는 "민간 사업자가 제시한 분양가를 상회할 경우 지분율에 따라 (이익금을 배분할) 별도 조항이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포함됐으나, 7시간 만에 이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 지사가 지난 18일 행정안전위 국정감사에서 "초과이익 환수 규정을 삭제한 게 아니라, 직원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답변한 내용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국민의힘은 이를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이 지사가 사실상 배임죄를 자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이날 국감에서 "내가 의사 결정을 했다는 게 아니라 언론 보도로 실무자 간에 이런 얘기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됐고, 그걸 받아들이지 않은 게 어떻게 논리적으로 배임이 될 수 있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삭제한 것이 아니다"며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추가하자는 일선 직원의 건의를 과장 선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또한 "성남시는 확정이익을 받는 게 방침이었고, 성남도시개발공사는 그 방침을 따라야 했다"며 "도시개발공사가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공모에 없던 (초과이익 환수) 내용을 요구하면 그걸 받아주는 은행이 배임이 된다"고 했다.

심상정 "설계자=죄인" vs. 이재명 "공익 설계자=착한 사람"

이 지사는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의원과 대장동 의혹을 놓고 격돌하기도 했다. 심 의원은 "대장동 사업을 놓고 국민들의 생각과 이 지사의 입장에 괴리가 크다. 국민의 70%가 이 지사 책임론을 얘기하고 있다"며 "작은 확정 이익에 집착해 민간에 막대한 특혜를 줬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돈받은자=범인, 설계한자=죄인'이라는 손팻말을 들어보이며 "이 지사가 큰 도둑에게 다 내주고 작은 확정이익에 집착해 '이거라도 얼마냐'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국민들은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대선후보인 심상정 의원이 20일 수원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를 상대로 질의를 하고 있다. ⓒ심상정 의원실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지사가 '돈 받은 자=범인, 장물 나눈 자=도둑'이라는 팻말을 들었던 것에 대한 반격인 셈이다. 이 지사는 "설계한 분이 범인이라 하는데, 도둑질을 설계한 사람은 도둑이 맞지만 공익환수를 설계한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심 의원은 또 경실련 자료를 바탕으로 "이 지사가 택지사업에서 70%를 환수했다는 건 맞는 말이지만 이 사업 자체가 아파트 분양사업까지 1조8000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5500억원을 다 인정해도 25%, 말하자면 대장동 전체 이익 중 75~90%가 민간으로 넘어갔다"며 "이것이 국민이 분노하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 특혜이익으로 국민이 본 손실이 1조원"이라며 "공익을 강력하게 추구했어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거나가, 초과이익 환수조항, 임대아파트 부분을 확실하게 최대 25% 넣을 수 있었다. 주주협약에 넣으면 된다"고 했다.

이 지사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대한민국 지방 행정사에서 민관합동개발로 공공으로 1천억 단위를 환수한 사례는 없다"며 "어제 국민의힘 의원이 50억원이 푼돈이라 하고 몇억원이 작은 돈이라 했는데, 5500억원이 작은 확정이란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받아쳤다.

이어 "내 부족함에 대한 지적은 감사히 받아들이고 좀 더 노력하겠지만 이게 민간개발을 했더라면 하나도 못 받았을 것이다"라며 "그때 상황에서 심 의원은 실제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와 경기도, 성남시(의회)가 반대해 공공개발을 못하는 상황에서 어느 게 나았을지 당시 상황에서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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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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