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과 대신 해명 "제가 하고자 하는 말씀은...시스템 국정 하겠다는 것"

여야 막론 비판...5.18단체들도 비판 봇물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에 대해 거듭 해명을 내놨다. 유감이나 사과 표명은 없었다.

윤 전 총장은 20일 SNS에 쓴 글에서 "어제 제가 하고자 했던 말씀은 '대통령이 되면 각 분야 전문가 등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해서 제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겠다', '대통령이 만기친람해서 모든 걸 좌지우지하지 않고 각 분야의 뛰어난 인재들이 능력과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해서 국정을 시스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은 "전두환 정권, 군사독재 시절 김재익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 대통령'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전문가적 역량을 발휘했던 걸 상기시키며 대통령이 유능한 인재들을 잘 기용해서 그들이 국민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도록 한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라고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전두환 정권이 독재를 했고 자유민주주의를 억압했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당시 대학생이었던 저는 12.12 모의재판에서 판사 역할을 하면서 신군부 실세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사람이다. 저의 역사의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전날 부산 해운대구 국민의힘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며 "왜냐, (전문가에게) 맡겼기 때문이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장 5.18 단체는 "학살 원흉인 전두환을 비호한 윤석열은 광주와 호남 시민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발언을 했다"며 "망언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정치권에서도 진보진영은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광주 영령과 호남인 능멸에 대해 지금 즉시 석고대죄하라"며 "집단학살범도 집단학살 빼면 좋은 사람이라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광주 묘역 비석 닦기 전에 본인의 정신부터 세척하기 바란다"(심상정 대선후보), "이완용도 나라 팔아먹은 것 빼면 잘했다는 말과 무엇이 다르냐"(오현주 대변인)라고 비판했다.

당내 경쟁 주자들도 "아무말 대잔치를 넘어 망발에 가깝다"(홍준표), "5.18의 아픔 앞에 이런 망언을 한다는 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공감능력이 없는 것"(유승민), "헌법정신을 망각한 것"(원희룡)이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그러나 자신의 발언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을 뿐 유감 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전날 논란이 인 후 국민의힘 경남도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 분(전두환)이 집권 7년 동안 잘못한 것 많다. 그러나 다 잘못한 건 아니다"라며 "전반적으로 다 잘했다는 게 아니라 권한의 위임이라는 측면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은 그 후 대통령들이나 전문가들이 다 하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잘한 것은 잘한 것이고 5.18과 군사 쿠데타는 잘못했다고 분명 얘기했다"며 "제가 무슨 말만 하면 앞뒤 떼고 (논란이라고) 하는데, 전문을 보면 다 나온다"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경남도당에서의 발언이나, 이날 SNS에 올린 글은 지난달 '주택청약 모르면 치매 환자' 발언에 대해 사과했던 때와는 기류가 다르다. 윤 전 총장은 당시에는 선거캠프를 통해 "경위야 어떻든 적절한 비유가 아니었다"며 "해당 발언으로 불편함을 느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전 총장의 대응에 대해 쓴소리를 내놨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 입장에선 본인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사과를 좀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일이 더 발전해 나가지 않도록 조속히 조치했으면 좋겠다"고 사실상 사과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전날 발언에 대해 "정치적인 언어로(서는) 미숙했다"며 "김종인 비대위 체제 이후 호남 등 취약 지역에 대한 노력이 계속돼 왔고 제가 대표가 된 뒤에도 '김종인 노선'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도 그런 마음을 갖고 대선에 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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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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