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민주당 호남경선 판 흔들까?

이낙연 "남 탓 옳지 않다", 이재명 "국민의힘 후안무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 경선을 앞두고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둘러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내전'이 첨예해지며 호남 표심이 출렁이고 있다.

호남 경선은 권리당원과 대의원 수가 20만 명으로 당내 최대 규모인데다, 수도권 경선 표심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고 있다. 민주당은 25일 광주‧전남 지역의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전북 지역은 26일 결과가 공개된다.

앞선 충청권과 강원, 경북권에서 진행된 지역 경선과 1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지사가 53.7%의 누적 과반 득표율로 경선 초반 '대세론'의 흐름을 가져왔지만, 대형 악재인 대장동 의혹에 휘말린 이 지사를 이낙연 전 대표가 바짝 추격하면서 이번 호남 경선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추석 후 발표된 여론조사 추이도 심상치 않다. kbc 광주방송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광주·전남·전북 유권자 1000명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지사 42.3%, 이 전 대표 39.8%로 나타나 오차범위 내인 2.5%포인트 차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가 매일경제·MBN 의뢰로 지난 21~22일 전국 성인남녀 1071명을 상대로 실시한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는 34.2%, 이 전 대표는 30.2%를 기록하며 역시 오차 범위내 접전을 기록했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후 호남에서 이 지사 독주 양상에 제동이 걸렸다. 알앤써치의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2주 전 시행된 조사에서는 전남·광주·전북에서 이 지사 지지율은 48.6%로 25.4%를 얻은 이 전 대표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대장동 의혹이 부각된 이후 23일 발표된 조사에서는 민주당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호남에서는 이 전 대표(49.7%)와 이 지사(39.1%)의 격차는 10.6%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 이 전 대표가 이 지사의 대장동 의혹에 대한 반사이익을 일정부분 누린 것으로 보인다. (리서치뷰와 알앤써치의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만약, 이 전 대표가 호남에서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하면 이 지사의 대세론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전남은 이낙연 후보가 지역구 국회의원 4번에  전남도지사까지 지낸 '친정'이어서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이 전 대표 측은 전남의 흐름이 광주에 이어 전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호남에서 이재명 지사의 압도적인 우위 흐름이 꺾어 남은 경선의 판이 흔들리면 결선투표에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두 후보는 '호남 대전'을 목전에 두고 '명-낙 대전'을 이어갔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수사에 속도를 내야한다"며 공세적 전략에 나섰고, 이재명 지사 측은 "전형적 네거티브"라며 의혹을 부각시키고 있는 국민의힘을 향해 화살을 돌렸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광주 MBC라디오에 출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겨냥해 "경찰이 지금 수사하고 있는데 지난 5개월간 미적거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수사가 속도를 냈으면 좋겠다"며 "검찰이 이렇게 손 놓고 있을 일은 아니다"라고 재촉했다. 이어 "그거(수사)라도 빨리 해서 빨리 터는 것이 민주당을 위한 길이자 민주당의 짐을 더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대장동 의혹에 대해 "저는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며 이재명 캠프가 '전형적 네거티브'라고 비판하는 것을 두고는 "자꾸 남의 탓으로 돌리는 건 옳지 않다. 그 일이 저 때문에 생겼나"라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부산시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공공을 활용한 민간의 막대한 이익은 정의롭지 못하다"며 예민한 화두인 '부동산 이슈'와 결부했다. 그는 "대장동 관련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며 "부동산으로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세습 자본주의가 굳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야권의 공세를 반박하며 여야 간의 전선으로 대립축을 옮겼다. 그는 "방귀 뀐 자가 화낸다더니, 투기세력과 유착해 부정부패를 저지른 국민의힘이 부정부패를 막은 저를 부정부패로 몰아 공격한다"며 "국힘의 적반하장 후안무치가 상상 초월"이라고 했다. 그는 "이래서 국민들께서 국힘을 청산되어야 할 적폐세력이자 '국민의 짐'이라고 조롱하는 것"이라며 "김기현 원내대표님, 국힘 정치인 여러분, 자녀들 보기 부끄럽지 않습니까? 반성하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 성남시의회 내에서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대장동 사업 수익성에 의문을 표했다는 기사를 링크하며 "조선일보에 이런 팩트는 안보이겠지요? 조선일보에게는 저를 음해하는 정적들의 헛된 일방적 주장과 제게 불리한 카더라 통신만이 취재원이지요?"라고 비꼬기도 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대장동 의혹과 관련 '관련이 됐으면 감옥 가야지, 사퇴할 일이냐'고 말한 데 대해서는 "감옥 갈 일이 아니라 상 받을 일"이라고 맞받으며 "홍 후보님 주장대로라면 시민들이 피해를 보건 말건 민간업자가 과도하고 부당한 수익을 내는 것을 모른 척 하고 내버려 둬야 한다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이어 "정치는 민생해결, 국민의 이익을 위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인데, 그렇게 하면 어떻게든 탈탈 털어 감옥 보내야 되는 나라냐? 홍준표가 대통령인 나라의 국민들은 무엇을 기대하며 살아야 하냐?"며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 자중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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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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