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미투' 주장 박진성, '후배와 연인관계' 주장도 '허위' 판결

재판부, 허위사실에 따른 손해배상금 1000만 원 지급 판결

'가짜 미투' 피해를 주장하며 언론을 상대로 전방위 소송을 벌였던 박진성 시인이 이번에는 대학 후배와 자신이 연인관계였다고 주장한 내용이 허위사실로 판결 받아 피해자들에게 총 1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내게 됐다. 앞서 박진성 씨는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희롱한 것이 인정돼 재판부로부터 1100만 원 배상판결을 받은 바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8민사부는 19일 시인 A씨와 그의 남편 B씨가 낸 손해배상소송 관련해서, 박진성 씨가 피해자에게 각각 800만 원과 2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박진성 씨가 제기한 소송은 기각됐다.

시인 A씨는 과거 고려대 학내 문학동아리 '고대문학회'에 시인 박진성 씨와 함께 소속돼 있던 인물로 2016년 12월께 문학잡지에 산문을 기고했다. 이 산문은 A씨가 문단 내에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성폭력 피해를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러자 박진성 시인은 이 산문에 자신에 대한 허위 사실이 포함돼 있다며 2016년부터 2020년까지 45회에 걸쳐 자신의 트위터 및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산문에 자신의 이름이 나오지 않지만, 자신을 특정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 중에는 '시인 A씨와 박 씨가 2000년경 연인으로 교제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담겨 있었다.

"A 시인의 <00중앙> 폭로글에는 반박할 가치조차 못 느낀다. 연애할 때 대전 본가집에 와서는 부모님께 인사까지 해놓고 마치 내가 일방적으로 스토킹한 것으로 조작해 놓은 글이다. 그때 인사 받은 우리 부모님은 유령인가. 기억은 조작되기 마련이다."

박 씨는 A씨와 사귀었다고 주장하는 당시, 서로 주고받았던 이메일 내용을 게시하기도 했다. 그러자 A씨는 박 씨와 자신이 연인관계에 있지 않았음에도 마치 연인관계에 있었던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했다.

재판부 "박진성의 글, 사회적 평가 침해하는 허위사실 담고 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무엇보다 박진성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한 글은 A씨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하는 허위사실을 담고 있기에 명예훼손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학 때, 박 씨와 A씨가 사귀었다는 주장을 두고 "(당시 동아리활동을 함께 한 이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피고(박진성)가 A씨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이성으로서의 호감을 가지고 있었을 뿐, A씨도 이에 호응하여 서로 성적으로 좋아하여 사귀는 관계는 아니었다는 원고(A씨)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진성 씨가 A씨와 사귀었다고 주장하는 당시, 서로 주고받았던 이메일 내용도 연애를 했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부분들은 모두 피고(박진성)에 대한 완곡한 거절과 함께 피고에 대한 연민, 원고(A씨) 스스로가 느끼는 난처함과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있다"면서 "성적인 매력에 이끌려 서로 좋아하여 사귀는 연인 간의 설렘, 기대감, 격정 등의 감정표현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친분이 있는 인간과 상호 소통이 어긋나는 상황, 일방적으로 다가오는 상대방을 바라보면서 그 상대방을 거절하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느끼는 외로움'을 표현한 것에 가까워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박 씨가 자신이 A씨에게 받은 이메일은 제출하면서 박 씨가 A씨에게 보낸 이메일은 전혀 제출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이러한 사정을 종합할 때, 결국 (박진성이 제출한) 이메일은 서로 좋아하여 사귀는 관계가 아니었음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 씨가 A씨와 사귀었다며 제시한 근거 중 함께 부산 여행을 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피고(박진성)는 (부산 여행 당시) 해당 사진들이 있다고 언급했으나, 이들을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산 여행을 언급한 부분 또한, 일련의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의 남편 B씨가 제기한 모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도 박 씨가 2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박진성)은 A씨와 A씨 변호인이 보는 앞에서 B씨에게 모욕했다는 범죄사실이 유죄로 인정됐다"며 "피고(박진성)은 모욕의 불법행위로 B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A씨 법률대리인 "유사 피해 사건에 경종 울릴 것"

A씨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두고 "유사 피해 사건들에 경종을 울려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건 관련해서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과거 사귀자는 집요한 요구에 시달려왔는데, 그 가해자로부터 4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온라인상에서 연인관계라는 주장을 들어야 했다"며 "결국 민사법정에서 2년이 넘게 다투고 나서야 그 피해를 인정받고 불명예스러운 루머로부터 벗어나는 단초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건 관련해서 수사기관의 수사 의지가 부족했음도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그간 피해자는 피해 내용을 경찰과 검찰에 호소를 했지만 도리어 '안 사귄 것을 입증하라'는 불가능한 입증 요구를 받으며 계속 피해에 노출돼야 했다"면서 "이는 수사기관에서 이런 종류의 피해를 남녀문제로 보거나 별거 아닌 사건으로 치부하는 잘못된 관행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런 관행, 즉 폭력을 치정으로 해석하는 태도는 피해자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우리 사회가 젠더 문제에 있어서 급변해 왔지만 여성들이 여전히 사회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고 이성교제 이력 등 소위 '문란함'에 대한 평판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디지털 환경에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이러한 방법의 명예훼손이 보다 교묘한 방법으로 일어나고 피해는 더 광범위하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현실은 이렇지만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적용함에 있어서 ‘적시’에 해당하는지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보니 오히려 이런 허점을 악용하여 악의적으로 피해를 양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사건이 유사한 피해사건들에 영향을 미치고 경종을 울려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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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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