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진행형인 여야 대선 경선의 특징은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후보들 모두 자신이 속한 진영 내부에 대한 비판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 점이다. 여야 상호간, 동일 정당 후보 간 비난과 네거티브, 미미한 정책 공방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진영 내부에 대한 비판 없이 대안과 미래 이슈를 제기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경쟁 상대에 대한 비판은 물론 소속 집단에 대한 성찰 없이 미래를 얘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역대 대선에서 집권당은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여당 대선 후보들은 정권과의 차별화를 통해 득표하려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유는 민주화 이후 예외 없이 임기 말 대통령들의 지지율 하락이 레임덕으로 연결되는 패턴 때문이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중·후반 대의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친문'이라는 강고한 여당 지지세력의 존재는 정권에 대한 부정적 뉘앙스조차 금기의 영역으로 만들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장관 등에 대한 비판적 관점과 언술은 물론, 정부 정책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조차 대선 경선 패배를 의미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선거공학적 측면에서는 국민의힘 주자들의 역량 한계와 제1야당 내부 갈등 등이 겹치면서 압도적이었던 정권교체론은 선거 프레임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해가고 있다. 여당 주자들이 굳이 진영 내에서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 정책이나 정권의 실정에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2019년도의 조국 사태와 강한 진영논리에 입각한 친정권 인사들의 정치적 편향과 검찰 압박 등이 민심 이반을 가져왔고, 국민의힘 내부의 혁신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지난 4월 재보선의 참패로 이어졌던 게 바로 엊그제다. 현재 정당지지율의 추이와 관계없이 정책실패와 정치적 오류에 대한 최소한의 반추와 비판이 존재하는 것이 정상이다.
'친문' 강성 당원들의 강한 규정력을 의식하는 것을 마냥 비판할 수 없지만, 본선 승리는 중도층의 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정권교체론이 맥을 못 추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여전히 긍정 평가보다 높다. 미래 가치와 규범을 중도층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정권의 4년의 행적을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규범의 부재가 민주당 경선을 상대 비방과 네거티브로 얼룩지게 만든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의 강'을 건너기는커녕 유력 대선 주자들은 보수층 표를 의식해서 박근혜 동정론은 물론 박근혜 구속 수사가 무리였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퇴영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야당 역시 전통적 보수우익 성향의 유권자를 의식해서이다. 지난 4월의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의 일시적 변화·혁신의 정조(情調)는 온데간데없다.
중도층의 민심과 보편적 민의의 소재를 살피기보다는 해묵은 이데올로기적 대립에서 비롯된 정치문법에 집착하는 행태는 강성 지지층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주자들의 문제 이외에 한국정치사회를 지배하는 진영 논리가 원인이다. 미래 처방을 위해서는 현재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고, 진단은 과거 반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럼에도 적과 동지라는 진영에 집착하는 이분법적 이념의 필터가 지배하는 정치구조가 선거행태조차 뒤틀고 있다.
한국정치는 1987년 13대 대선 이후 보수 우익의 지배와 운동 세력에 의해 추동된 86세대의 집권을 모두 경험했고, 수평적 정권교체의 민주주의 전통도 일궈냈다. 진영정치는 정치경쟁과 갈등의 축을 단순화함으로써 사회경제적 갈등을 호도하게 되고, 그 피해와 부담은 저소득자와 사회적으로 권력을 지니지 못하는 계층이 고스란히 안게 된다. 진영논리는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정치를 이끌었던 민주 대 반민주의 과거지향적 프레임이다. 오늘의 정치사회의 현실은 그 당시와는 판이하다,
여야 대선 주자들이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대선에 임한다면 강성 지지층보다 시민의 평균적 견해에 보다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대선이 좌우 극단을 멀리하는 정치적 규범과 편향성에서 자유로운 정치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기 위해서, 여야 주자들과 정당들의 과거 성찰을 바탕으로 한 정책과 전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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