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 vs. 공정 vs. 기본소득...결국 재원 조달이 문제

[박병일의 Flash Talk]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6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본소득 비판에 대한 반론'이라는 장문의 글을 올려 야권에서 주장하는 안심소득뿐만 아니라 기본소득을 비판한 당내 대선 주자들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특히 최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기본소득 지지' 발언을 놓고 여러 대선주자들의 집중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자신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제의 정당성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장하는 안심소득은 '중위소득 100%(4인 기준 연 소득 5850만 원)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기준선 이하 소득분의 50%를 차등 지원' 하는 제도이다. 가령, 어느 4인 가족의 연 소득이 4000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중위소득 대비 부족분 1850만 원의 50%, 즉 925만 원을 지원해준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유승민 전 의원은 최근 공정소득이라는 또 다른 대안을 제시했는데, 이 역시 고소득층에게서 세금을 거두어 소득이 일정액 이하인 국민들에게 부족한 소득의 일부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안심소득과 궤를 같이한다. 반면 이재명 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은 작게는 1인당 월 8만 원, 궁극적으로는 1인당 월 50만 원을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겠다는 정책이다.

한편 오세훈 시장은 기존 서울시의 복지제도를 통폐합하여 가급적 증세 없이 안심소득제를 시행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전면적으로 시행하기보다는 재보궐 선거로 당선된 기간 1년에 재선까지 감안하여 3년간 200가구 정도를 선정해 안심소득 수혜를 통해 근로 의욕이 고취되는지, 소 비행태는 어떻게 변화되는지, 기대한 복지 효과는 있는지 등에 대해 우선 실험을 진행해 보겠다고 하였으며, 따라서 전면적인 시행을 가정한 구체적인 안심소득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밝힌 바가 없다.

안심소득과 공정소득은 분배에 방점이 있으면서도 증세의 범위가 크지 않은 반면, 담세자와 수혜자가 상이하기에 소득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고, 이는 곧 상대적인 재정 투입 효과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동시에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을 구분하기 위한 행정 비용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와 수혜자 낙인 효과, 그리고 제도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소득 상위자의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에 대한 염려가 존재한다. 또한 취업으로 인한 이익이 크지 않을 경우 자발적 실업이 증가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오세훈 시장은 기존 복지제도의 대거 조정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기에 조삼모사 복지가 될 수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러한 야권의 계획과 달리, 이재명 지사는 현행 복지를 확대하면서도 기본소득을 병행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2020년 현재 사회복지 재정 규모가 180조 5000억 원에 이르고 있고, 여기에 월 8만 원을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려면 52조 원이라는 추가 재원이 요구되며, 따라서 매년 확보해야 하는 복지예산만 무려 232조 5000억 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는 한 해 국가 예산이 550조 원 남짓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1년 예산의 거의 절반을 오로지 복지 분야에만 쏟아부어야 함을 뜻한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이 지사는 탄소세, 데이터세, 로봇세, 토지세 등 특정목적세를 신설하여 재원을 조달하겠다고 하나, 특정 목적을 갖고 과징되는 조세를 기본소득으로 전용하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을뿐더러 궁극적으로 월 50만 원을 무차별적으로 지급하기 위해 소요되는 312조 원의 재원 마련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낙연 의원과 정세균 전 총리 등 같은 여권의 유력주자들조차 지속가능한 세수안(案)이 누락된 기본소득은 허구이자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안심소득, 공정소득, 기본소득은 공히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종합하여 다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납세에 더하여, 고소득자 본인도 수혜를 받기 위해 추가적으로 세금을 더 부담케 하는 방안이 조세 저항을 줄인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둘째, 무상 생계지원 대비 취업으로 인한 이익이 크지 않을 경우 자발적 실업이 증가할 수 있다는 주장은 '기본적으로 소득이 적은 사람은 게으르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는 진실과 거리가 멀다. 저소득층에 집중한 지원 강화는 오히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탈락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킴으로써 노동에 대한 동기를 향상시킬 수 있다. 다만 그럼에도 정책의 효율을 높이고자 한다면, 근로무능력자와 근로가능자 모두를 수혜 대상으로 하되, 근로 능력이 있는 국민은 구직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수혜의 전제 조건으로 두면 된다. 셋째, 기존 복지제도의 목적이 저소득층의 사회안전망 강화에 있다고 하여 그 어느 누구도 저소득층을 낙인찍은 바 없다. 따라서 불필요한 '빛'을 양지에도 나눠주기보다는 그늘에 '빛'이 더 많이 두텁게 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 넷째, 여야를 불문하고,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화되지 않은 정책은 공허한 메아리이자 혹세무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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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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