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여자 조국, 레임덕 터보엔진"…임혜숙 '낙마 1순위' 조준

부동산 다운계약·위장전입·가족 동반 해외출장·논문 표절…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다운계약, 해외출장 가족 동반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여당 당적을 보유한 채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에 지원했던 일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논문 표절 의혹은 단호히 부인했다.

다운계약·위장전입 "송구하다"…가족 동반 해외출장 "문제없지만 사려깊지 못해"

임 후보자는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이 아파트 다운계약 문제를 언급하자 "면밀히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정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임 후보자는 1998년 11월 26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현대아파트를 9000만 원에 매입하고 2004년 3월 8000만 원에 매도한 것으로 신고했는데, 아파트 값은 실제로는 1.8~2억 원으로 1억 원 이상 가격을 낮췄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임 후보자는 앞서 서면 답변에서 해당 거래는 부동산 거래신고 의무제도 시행 전에 이뤄졌고 당시 관행에 따라 공인중개사 등 대리인에 의뢰해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날 결국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후보자는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인정하면서 "주택 청약자격 취득·유지를 위해 실거주지가 아닌 시댁에 2차례 주소를 등록한 바 있다. 매우 송구스럽다"고 사과한 바 있다. 다만 그는 "주택 청약통장을 이용해 실제 청약을 한 적은 없다"며 "재산상 이득을 취한 적 없다"고 부연했다.

임 후보자가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참석한 4회의 해외 세미나(2016·18·19·20년 각 1회)에 배우자와 두 딸 등 가족이 동행한 데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임 후보자는 "항공료를 포함한 다른 비용은 모두 자비로 충당했다", "어차피 혼자 출장을 가도 호텔방 하나를 얻는 것은 동일해서 그렇게 했다"고 해명하면서도 "사려깊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출연연 이사장 지원시 당적 보유, 논문표절 의혹은 부인

임 후보자는 제기된 의혹 가운데 일부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인했다. 출연기관인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 지원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적을 보유했던 것이 응모자격 위반이라는 박대출 의원의 지적에 대해 임 후보자는 "지원 전에 NST에 전화로 문의했지만 '임명 전까지 탈당하면 된다'고 해서 응모하게 됐다"며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자만 응모할 수 있다는) 초빙 공고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이 이와 관련해 "2019년 1월에 민주당 당원가입을 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임 후보자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 과학기술인으로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으로 가입했다"고 답했다. 이에 황보 의원이 "그 이전에는 그런 생각을 못 했느냐"고 하자 임 후보자는 "특별히 없었다"며 "사립교원법에 의거해 (사립대 교수의) 정당가입이 허용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가입)했다"고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NST 이사장으로 임명된 지 3개월 만에 과기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데 대해서는 "함께했던 분들에게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정희용 의원이 "장관 하다가 또 다른 자리로 가라고 하면 박차고 갈 것 아니냐"며 "책임감이 없다"고 비판하자 임 후보자는 "가정적 질문이라 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야당 일각에서 제기된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임 후보자는 자신의 남편이 1저자로 된 학술지 게재 논문과, 제자 김모 씨의 석사학위 논문의 내용이 상당히 유사한 데 대해 "학생(김 씨를 지칭)이 모두 공저자로 들어가 있다"며 "공동 연구자 간에는 표절이라는 표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임 후보자는 "이공계 연구윤리 매뉴얼에 의하면 학위논문과 학술지 논문의 내용은 중복될 수 있다"며 "제자가 공동 연구팀의 한 사람으로 학위논문도 작성하고 학술지 논문도 작성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소속 청문위원들도 "제자 학위논문 지도·관여를 꼭 배우자가 했어야 했느냐. 대한민국에 배우자 말고 지도할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김상희 의원)며 "상식적으로 보면 의구심이 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28세, 23세인 두 딸의 이중국적 및 건강보험 부정 수급 문제에 대해서는 앞서 낸 설명자료를 통해 "두 자녀는 한국 국적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이고 국내 거주 중"이라며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기준을 모두 충족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두 딸은) 현재 미국 국적을 포기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 "여자 조국", "레임덕에 터보엔진" 맹공 vs. 여당 "가족 동반, 주최측이 장려" 엄호

야당은 임 후보자를 '낙마 1호' 표적으로 정조준하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날 국회는 임 후보자 외에도 국토부·노동부·산업부·해수부 등 총 5개 부처 장관 인사청문회를 동시에 여는데, 국민의힘은 임 후보자와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 검증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공무 출장에 가족을 데려가는 게 당연한가. 이대 교수들은 다 그러냐"며 "공직에 갓 들어온 공무원보다 못하다. 자진사퇴를 촉구한다"고 했다.

박대출 의원은 "청문대상 6명(김부겸 총리 후보자 포함) 중 언론 노출 빈도 단연 톱(top)이다. '여자 조국'이냐는 말도 나온다"면서 "임 후보자가 임명되면 레임덕에 터보 엔진을 다는 격이 될 것이다. 불명예를 안지 말고 거취를 스스로 결정하라"고 압박했다.

박 의원은 "의혹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논문도 부부동반, 해외여행도 부부동반인데 위장전입 주소는 부부 따로"라고 관련 의혹들을 열거하며 비판하고는, 민주당 당적 보유 문제를 겨냥해서는 "무색무취인줄 알았는데 '청색유취'"라고 비꼬았다.

정희용 의원은 임 후보자의 해외 출장에 가족, 특히 20대인 두 딸이 동행한 것을 두고 "청년들을 좌절하게 하는 '엄마 찬스'"라는 주장을 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엄마가 공적 비용으로 출장을 가는데 그 자녀라는 이유로 고급 호텔방을 셰어(share)하면서 해외 유명 도시에 가볼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다.

두 딸이 동행한 곳은 일본 오키나와(2016년 7월), 미국 하와이(2018년 1월), 뉴질랜드 오클랜드(2019년 1월), 스페인 바르셀로나(2020년 1월) 등지였고, 방문 기간은 사나흘에서 1주일가량이었다. 공무 출장에 가족을 동반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과는 별개로, 해외 휴양지를 며칠 갔다 온 것은 통상 취업·진학에서 받는 특혜를 의미하는 '부모 찬스'라고 표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작금의 대한민국 청년들은 고통받고 있는데 후보자 자녀에게 특혜를 준 것에 대해 청년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인 민주당은 임 후보자를 적극 엄호하고 나섰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한국 관행으로 보면 공적 활동에 가족이 동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서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외국에서는 세미나 초청장에 '가족 동반해도 된다'는 문구를 달아서 보내기도 하니 관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소통수석 출신인 윤영찬 의원도 "학계에서 글로벌 컨퍼런스에 갈 때 가족 동반이 관행이 어느 정도냐"고 물어 임 후보자에게 "상당히 많은 부분이다. 학회에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하는 부분이 있다"는 답을 끌어내고는 "주최 측에서 가족동반 장려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느냐. 국내적으로는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문화적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배우자와의 공동 연구, 논문 공저 등이 문제로 지적되는 데 대해 "마리 퀴리(이른바 '퀴리 부인')도 남편과 공동 연구를 했으니 한국 과기부 장관으로는 탈락이겠다"며 임 후보자를 역성드는 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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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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