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락 기자 | 2021-04-16 11:22:39 | 2021-04-30 13: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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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녹이 슬고 따개비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구멍이 뚫리고 찌그러지고 여기저기 긁혀 있었다. 상처도 시간의 흔적도 너무 선명했다.
배를 올려다보고 있자니 오래된 기억들이 떠올랐다. 7년 전의 잔인했던 팽목항과 숨막힐 듯 답답하고 혼란스러웠던 체육관이 떠올랐고, 추운 새벽 담요를 뒤집어쓰고 청와대 앞에 앉아 있던 유가족들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며 국회에서 노숙하던 이들의 목소리와, 광화문에 천막을 치고 숱하게 싸우던 가족들의 노란 옷들이 떠올랐다. 세월호 인양 때 바람 거세던 동거차도의 밤들이 기억났고, 아이의 빈 방을 열고 유품을 꺼내오던 부모들의 얼굴이 생각났다. 생일에 발견된 아이의 주검을 확인하던 엄마와 생일 케익에 불을 붙이던 아빠의 젖은 얼굴이 떠올랐다.
어떤 기억은 아픔까지 담고 있다. 그때의 감정들이 기억 속에 여전히 배어 있었다. 세월호 선체에 난 상처들은 아직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상처들처럼 아물지 못하고 여전히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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