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성희롱 신고했는데 돌아온 건 집단 따돌림과 해고

직장갑질119 3년 간 받은 성희롱 피해 제보 364건 분석 결과 발표

#. 회사에 쌓인 게 있냐고 해서 성희롱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어요. 그러나 가해자의 사과는커녕 대표님이 구두로 가해자에게 경고 조치 내렸어요. 저희에게는 가해자 대신 사과한다는 말로 끝났고요. 저희는 그 후에 더 혹독하게 갑질 당했습니다. 외근업무 교통비도 주지 않고, 상여금도 정규직과 다르게 주지 않더니 결국 해고 통보받았습니다.

#. 회사 남자 직원의 성희롱에 항의하고 피해를 호소했는데 회사에서는 성희롱 사안임을 은폐하고 피해자가 남자 직원을 좋아한 것처럼 공개적으로 모욕했습니다. 성희롱임을 알리고 헛소문이라고 하자 사장님은 매주 전체 직원에게 보내는 메일에 성희롱 피해자를 모욕하는 내용을 넣었어요. 그 전엔 포상까지 연속해서 받았는데 갑자기 업무평가도 최하로 바뀌었고, 이듬해에는 업무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신고 사건 10건 중 9건 꼴로 피해자가 불이익을 받았다는 조사가 나왔다.

일하는 사람이 겪는 갑질을 없애기 위해 활동하는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는 16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직장갑질119 제보 전수분석을 통해 본 직장인 성희롱 괴롭힘 실태와 대안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이날 2017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3년 동안 접수한 성희롱 제보 중 신원확인이 가능하고 상세한 피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제보 364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회사 등에 신고하고 불이익을 받은 피해자 비율은 90.4%(329건)였다. 구체적으로는 신고자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우 40.4%, 파면, 해임 등 신분상 불이익 조치 24.5%, 집단 따돌림, 폭행 등 정신적 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를 하거나 이를 방치하는 행위 19.2% 순이었다.

현실이 이러면 성희롱 피해를 당해도 이를 신고하기 어렵다. 실제로 직장갑질 119 성희롱 피해 제보자 중 62.6%(228건)는 피해 사실을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 대부분이 상급자와 하급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선배와 후배 등 수직적 권력관계에 기인해 발생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직장갑질119가 접수한 성희롱 제보 중 행위자와 피해자 간에 수직적 권력관계가 있는 경우가 89%(324명)였다. 이 중 행위자가 사업주, 대표이사 등 조직의 수장인 경우도 29.4%(107건)에 달했다.

직잡갑질119에서 활동하는 윤지영 변호사는 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는 '남녀고용평등법'이 현실에 걸맞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문제조항으로는 △ 성희롱 행위자를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로 규정해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의 피해를 다루지 못하는 점 △ 배상책임 등 성희롱 피해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담고 있지 않은 점 △ 직장 내 성희롱 신고의 주체를 독립기구가 아닌 사업주로 규정한 점 △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하면 안 되는 주체를 사업주로만 두고 있어 상사나 여타 직원은 포함되지 않는 점 등을 지목했다.

윤 변호사는 "직장 내 성희롱은 행위자(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개별적인 문제가 아니라 적대적인 근무환경,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며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려면 관련 법 개정, 예방 제도 강화와 함께 성이나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민주적이고 평등한 직장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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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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