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를 걷다가 개성을 지나 평양으로 가는 길을 바라 보았다

[접경지역 바로알기] ⑦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땅

전망대에서 보는 것은 북한 땅일까 그 곳에 닿고 싶은 마음일까

전망대(展望臺). 높은 곳에서 멀리 내다 볼 수 있도록 만든 구조물을 뜻한다. 높은 곳에서 전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건물의 맨 위층에 설치하는 게 보통이다. 초고속의 전망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면 아찔하면서도 탁 트인 경관이 발아래 펼쳐져 있다. 타워의 꼭대기 부분에는 멋진 경치를 한껏 즐길 수 있는 식당이 있기도 하다. 간혹 회전 식당이 있어 가만히 앉아서 360도 조망을 할 수도 있다.

직접 가까이 가서 볼 수 없기 때문에 멀리서 보는 전망대도 있다. 망원경을 설치해놓고 바로 옆에서 본 듯 보고 싶기 때문이다. 갈 수 없는 북쪽 땅을 바라보기 위해 만든 전망대를 접경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한 번 쯤은 가 보았을 것이다. 도라산 전망대, 오두산 전망대, 통일전망대 등등. 나들이 길에 들러볼 수 있는 곳으로는 인천의 강화평화전망대와 김포 애기봉전망대가 멀지 않다. 군사시설의 느낌이 더 나는 곳들도 있다. 연천의 태풍전망대와 열쇠전망대를 꼽을 수 있다.

태풍전망대는 사전 출입 승인 없이도 갈 수 있는 곳이다. 출입통제 초소에서 신분증을 맡기고 올라가는 길의 양쪽에 우거진 나무숲의 울창함과 푸르름이 유명 리조트 입구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그러나 2019년 하반기부터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코로나로 갈 수 없다. 통일의 열쇠가 되겠다는 열쇠 전망대, 이름이 참 멋지다. 그 굳건한 의지로 통일의 문이 빨리 열리길 기원한다.

전망대도 세월에 따라 많이 변해왔다. 조성한 지 오래되어 시설이 낙후된 채 북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는 내용의 전시물이 많았다. 남북 화해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남북 공존과 평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이 반영되었다.

자유로변에 있어 접근이 쉬운 오두산 전망대에서는 2020년 남북한 미술가들의 작품 40여 점을 모은 전시회, '평화, 바람이 불다'가 열리기도 했다. 2층 전시실에는 실향민이 기억을 더듬어 그린 북녘고향 그림 55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분단 70년이 넘었음에도 지척의 고향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움에 숙연해지며 어서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재개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 오두산 전망대 2층 전시실 ⓒ오두산 전망대 홈페이지(www.jmd.co.kr)

▲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행사(2020년 6월 15일 오두산전망대) ⓒ김효은

서해에서 보는 북한은 놀랍게도 가깝다. 강폭이 넓지 않은데다 물이 빠져 있을 때엔 몇 발짝 뛰면 닿을 듯하다. 강화평화전망대는 남한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북한 주민의 생활상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전방 약 2.3㎞ 해안을 건너 예성강이 흐르고, 왼쪽으로는 황해도 연안군과 배천군으로 넓게 펼쳐진 연백평야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개풍군이다. 북한주민의 생활모습과 개성송수신 탑, 송악산 등을 조망할 수 있어 북한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비슷하다. 애기봉은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곳에 솟아 있다. 이름에서 병자호란 때 평양감사와 기생 애기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성탄트리로 남북은 물론 남남 간 갈등을 빚기도 했다. 현재 전망대는 새 단장이 한창이다. 노후화된 전망대를 철거하고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조성사업이 올 상반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평화생태공원 야외공연장과 미술관 같은 전시관도 조성중이다.

접경지역 동쪽 끝의 전망대는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다. 동해안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의 해발 70미터 고지 위에 위치하고 있다. 전망대에서 금강산까지는 최단 16㎞, 최장 25㎞밖에 되지 않는다. 동해안 지역의 금강산 비로봉(毘盧峰:1,639m)과 해금강(海金剛)을 바라볼 수 있고, 해금강 주변의 섬과 만물상(사자바위), 현종암, 사공암, 부처바위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 올라가기 전에 2009년 문을 연 DMZ 박물관도 들러봐야 할 곳이다. 정전협정의 상세한 과정부터 전쟁과 냉전이 남긴 어두운 역사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고, DMZ의 생태와 도약하는 DMZ의 밝은 미래를 잘 보여주고 있다.

▲ 고성 통일전망대의 동해바다와 미륵불이 한눈에 펼쳐지는 전망대 풍경 ⓒ강원도 고성군(www.tongiltour.co.kr)

코로나로 인하여 현재 방문 가능한 전망대는 파주의 오두산 전망대와 고성의 통일전망대 2곳뿐이다.

▲ 방문 가능한 DMZ여행지 ⓒ디엠지기 홈페이지(www.dmz.go.kr)

북한을 바라보기 위해 조성된 전망대는 아니지만 파주 문산의 장산전망대에서는 DMZ의 생태를 조망할 수 있다, 굽이 진 임진강 너머로 보이는 초평도((草坪島)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 평평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53만 평의 습지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었기에 잘 보존되어 흰꼬리수리, 왜가리 등의 조류와 습지 생물의 서식지다. 강도 들도 산도 정지된 것 같은 평온한 곳에 야영객들이 많아졌다.

▲ 장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초평도 ⓒ김효은

망향(望鄕), 잊을 수 없는 잃어버린 고향을 그리며

이런 저런 사연으로 고향에 갈 수 없고, 가족과 조상들을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북에 고향을 두신 분들이나 댐 건설로 고향이 수몰된 분들은 고향을 잃어버렸다. 고향 방향을 바라보며 부모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망향단이나 망향대를 만들었다. 수몰의 아픈 이야기는 망향비에 담겨졌다. 알려진 곳으로는 임진각 망향단을 들 수 있다. 그리운 고향, 두고 온 부모형제를 그리며 눈물 담은 술잔을 올릴 수밖에 없는 실향민들은 저 망향단을 넘지 못한다.

▲ 연천 호로고루 망향단(왼쪽), 한울원자력본부 망향비(오른쪽), 1979년 12월 8일 당시 울진원전 1, 2호기 건설로 고향을 떠난 1000여 명 이주민들의 망향의 뜻을 기리고 있다. ⓒ김효은

길 위에 길이 있다.

남북의 길은 끊어졌지만 그 길을 잇고자 하는 우리의 염원은 길을 만들었다. 강화나들길, 평화누리길, 평화누리 자건거길, DMZ 평화의 길...이름이 비슷비슷해서 헷갈리기도 한다.

평화누리길은 인천 강화에서 강원 고성까지 접경지역 10개 시군에 조성되어 있다. 자연, 생태, 역사, 문화, 안보자원을 연계한 시군의 관광명소 위주로 거점 순환형 소규모 탐방로를 만들었다. 접경지역 발전종합계획(2011.7.27)에 따라 2021년까지 총 551km로 조성될 계획이다. 평화누리길은 비포장도로와 기존 사용하고 있는 도로 및 폐 도로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동시에 군 작전로를 활용하는 친환경적인 길이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에서 전쟁의 위협 없이 평화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희망을 담은 평화누리길에 평화의 발자국을 남겨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일이리라.

▲ DMZ 길 조성계획 ⓒ디엠지기 홈페이지(www.dmz.go.kr)

그 중 경기도의 평화누리길은 2010년 5월 8일 개장되었다. DMZ 접경지역 김포, 고양, 파주, 연천 4개 시군을 잇는 총 12개 코스, 189km의 길로 김포 3코스, 고양 2코스, 파주 4코스, 연천 3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마을 안길, 논길, 제방길, 해안철​책, 한강하류, 임진강 등 역사유적이 산재해 있는 길로 이루어져 있다. 길 이름에서도 역사와 문화, 삶의 향기가 느껴진다. '조강철책길, 행주나루길, 출판도시길, 반구정길, 임진적벽길, 통일이음길' 등.

강화나들길은 강화도의 20개 길로 이루어져 있다. 선사시대의 고인돌, 고려시대의 왕릉과 건축물, 조선시대에는 외세 침략을 막아 나라를 살린 진보와 돈대 등 역사와 선조의 지혜가 스며 있는 생활·문화 그리고 세계적 갯벌과 저어새·두루미 등 철새가 서식하는 자연생태 환경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도보여행길이다.

평화누리길에는 자전거길도 있다. 평화누리 자전거길은 경기 김포, 고양, 파주, 연천에 걸쳐 7개 코스가 조성됐고 모두 215㎞에 달한다. 군사시설을 만나 끊기기도 하고, 자유로와 함께 시원하게 달리기도 한다. 자동차와 길을 함께 써야 하는 위험한 길도 있고 굴곡 많은 비포장길도 나타난다. 평화누리자전거길이 평평해지고 평탄해질 때까지 길을 내듯이, 남북의 끊긴 길도 잇고 돌아가는 길은 곧게 펴서 막힘없이 쭉 이어지는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 철원 구간 안내도(왼쪽), 평화누리 자전거길(파주 자유로, 오른쪽) ⓒ김효은

쉽게 갈 수 없었던 길, 'DMZ 평화의 길'이 열렸다. 2018년 4,27 남북 정상이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바꾸어 나갈 것을 약속하고 9.19 평양정상선언에서 상호 GP를 시범 철수하기로 하였다. 이중 GP 철거, 유해 발굴 등 긴장 완화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파주, 철원, 고성 3개 지역에 평화 안보 체험 길인 DMZ 평화의 길을 조성하였다. 2019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 1주년을 기념하여 고성 구간이 첫 개방되었고 6월 1일 철원 구간, 8월 10일 파주 구간이 개방되었다.

필자는 철원 구간을 가 보았다. 백마고지에서 시작하여 남북 합동 유해 발굴의 역사적 현장인 화살머리 고지도 가 보았다. 사진 촬영이 제한된 데다가 비가 와서 우비를 입고 다소 긴장한 채 구간별로 걷다가 차량으로 이동하다 보니 DMZ 안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남아있다.

▲ DMZ 평화의 길 노선(왼쪽) ⓒ통일부 2020 통일백서 / 기념 부채(오른쪽) ⓒ철원군

파주 임진각에서 차로 10여 분만 가면 통일대교 입구에 닿는다. '통일의 관문' 인데 그 문을 열 수가 없다. TV에서 자주 봐서 낯익은 곳인데도 사진촬영을 하려니 하지 말라는 방송이 나온다. 개성공단으로 가는 차들이 줄을 서서 지나던 곳이었는데, 공단이 닫힌 지도 벌써 5년이다. 비록 우리의 길은 여기에서 끊기지만 우리의 눈은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개성을 지나 평양으로 가는 길이다. 다음 편에서는 지역에서 평화를 만들고 가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 보겠다.

▲ 통일대교 입구 판문점(왼쪽, 파주시) ⓒ파주시청 / 개성·평양 도로 표지판 (오른쪽, 고양시 자유로) ⓒ김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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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은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인제대에서 통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새정치국민회의 공채 1기로 정치권에 발을 디딘 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을 지냈다. 접경지자체인 인천광역시 남북교류협력팀장, 경기도 평화대변인을 역임하며 남북관계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춘 남북관계·통일전문가로, 현재 대진대학교 DMZ연구원 객원교수로 있으며 <인천일보> 평화연구원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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