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하는 자들의 코로나

[서리풀 논평] 불평등과 차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1년이 넘으면서 온갖 묵은 문제와 새로운 문제가 터져 나온다. 본래 별다른 대책이 없던 문제는 물론이요, 나름대로 대응체계가 있던 문제들도 '모든 것'이 소진되어 여력이 없어 보인다.

급한 대로 새로 투입하고 배치하는 수밖에 없다. 진작 한계에 이른 이들에게 더 노력하라고 말하지 말라. 벌써 다 돌려쓴 후라 남은 것이 없는데, 없는 것을 더 내놓으라 강요할 일이 아니다. 공권력과 자원을 독점하는 국가를 제외하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

인력, 노력, 자원, 시간이 부족할 때는 반드시 불평등, 차별, 방치, 사각지대가 생기고 넓어지지는 법, 그런 일이 한꺼번에 쏟아질까 두렵다. 참을 수 없고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로 문제가 생겨야 비로소 쳐다보게 되는 사건들이 그 조짐이다.

코로나 시기 가장 대규모로 드러난 사각지대는 노인과 요양시설이 아닌가 싶다. 특히 이번 겨울 대유행의 피해는 요양시설과 의료기관 등 '감염취약시설'에서 두드러진다. 놀랄 일도 아니다. 그 위험을 모르던 데가 아닌데도 피해를 막을 수 없었던 것은 그만큼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다인실에서 침상 간격이 2미터 이상 거리를 둔 요양병원은 어느 곳도 없습니다. 대부분 1미터 이내의 침상 간격을 두다 보니 환자 밀집도가 높아 감염 위험이 높은 데다…"(☞ 관련 기사 : <KBS 뉴스> 2020년 12월 17일 자 '방역 '사각지대' 요양병원…감염 무방비')

법무부가 관장하는 교정시설과 수용시설의 코로나19 대응 태세는 또 어떤가. 충분치 않으리라 짐작은 했지만 매일 드러나는 실상은 평범한 상상을 뛰어넘는다. 갑자기 닥친 상황에 준비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아예 인식의 범위를 벗어나 있으니 말문이 막힌다.

"법무부가 집단 수용시설인 소년원과 치료감호소에 올해 방역 관련 예산을 책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F94 마스크 일괄 지급 등 법무부의 거리 두기 3단계 대책도 구치소 등 교정시설에만 적용돼 소년원 등은 제외됐다."(☞ 관련 기사 : <경향신문> 1월 5일 자 '[단독]법무부, 소년원·치료감호소 방역 예산 0원 편성')

진작 알았으나 사회적으로 무심한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 등에 대한 시설 수용 위주의 정책. 이처럼 사건이 되어야 오랜 요구에 눈을 돌리는 것이 안타깝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된 서울 송파구 장애인복지시설과 관련해 긴급 분산조치가 필요하다고 장애인단체들이 요구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이 시설에서는 현재 확진자·비확진자 모두가 격리됐고 여러 사람이 같은 방을 써 거리두기가 불가능하다"며 "비확진자의 감염 위험성이 높아지고 확진자의 온전한 치료를 보장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 <연합뉴스> 2020년 12월 30일 자 '장애인단체 "코호트격리 송파구 시설, 긴급 분산조치 필요"')

코로나의 파급력이 건강과 의료를 넘는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그 영향과 파급 효과 때문에 방역과 유행 억제가 다시 영향을 받는다는 점, 방역과 사회(경제, 생활, 노동 등) 사이에 '사슬'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여기서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사각지대가 한둘이 아니다.

"코로나19로 대전역, 역전 지하상가 등 실내 거주가 힘들어진 노숙인들이 갈 곳을 잃었다. 더욱이 이날 대전 최저기온이 영하 1도까지 내려가면서 추위와 코로나가 겹칠시 동사, 취약계층 간 바이러스 확산이 급증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련 기사 : <충청투데이> 2020년 12월 3일 자 '코로나로 무료급식소 운영중단… 노숙인들에게 더 추운 올 겨울')

시간이 가면서 더 뚜렷해지는 일이다. 코로나19 피해가 불평등하고 차별적이라는 점은 진작 확인했으나, 최근 벌어지는 일은 불평등과 차별이 극단으로 치우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으면 사건이 될 때까지는 문제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리라. '배제의 통치'라고 해야 할까.(☞ 바로가기 : <사회복지정책> 2019, vol.46, no.3, pp. 157-177 (21 pages) '푸코 통치성(gouvernementalité)으로 본 복지국가의 기원과 그 사회적 효과')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황도 있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나, 지금 우리가 직면하는 이런 종류의 피해는 그나마 상당 부분 짐작하고 예상하던, 다른 말로는 대강이나마 알던 것이 아닌가 싶다. 문제는 뻔히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 그런 줄 몰랐다고 부인하는 것, 때로는 알고 싶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뻔히 아는 것을 부인하는 한 코로나 대응 또한 특별할 수 없다. 지금이 그런 형편이다. '올드 노멀'을 벗어나지 못하는 그 경향성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닥치는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은 금방 드러나기 마련이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수용시설, 빈곤층 독거노인과 어린이, 장애인, 홈리스, 이주노동자, 쪽방 거주자 등. 코로나19를 예방하고 부수적 피해를 줄여야 하는데, 그냥 하던 대로 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공무원들을 닦달하는 것으로 가능할까? 자선과 자원봉사로 무엇을 어느 정도나 할 수 있을까?

정부가 접근 방법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고통이 단말마처럼 터져 나오는 비슷한 사건이 계속될 공산이 크다. 사회적 역량이 소진된 상태에서는 불평등과 차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이 가장 나쁜 시나리오다. 예를 들어, 그동안 미미하게나마 작동하던 안전망이 작동을 멈추면?

다시 말하지만, 최선을 다하라고, 빠짐없이 챙기라고, 역량을 총동원하라고, 하는 것으로는 미치지 못한다. 이런 것들은 이미 소진되었다. 국가가 사람과 돈을 더 써야 하니, 그 전에 '예외 상태'로 규정해야 이런 것이 가능하다.

다른 무엇보다 국가와 정부가 몸으로 증언하는 이들에게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 저절로 그리되지는 않을 테니,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 이들의 고통에 연대하는 시민의 힘을 모아야 압력이 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또 해야 할 다음 차례가 곧 닥칠 것, 아마도 백신을 접종할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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