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선이 없는 나라 대한민국...당신에게 '접경'이란 무엇인가

[접경지역 바로알기] 역사의 시간 속에서 역동을 만들어가는 "접경지역"과 사람들의 이야기

<필자의 말 - 연재를 시작하며>

접경지자체인 인천광역시와 경기도에서 근무한 경험과 통일학을 공부한 학자적 시각으로 접경지역을 소개하고자 한다. 접경지역은 분단의 아픔이 남아있고 국가안보를 위한 희생으로 발전이 뒤처져있다. 도시이기도 하고, 시골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곳에는 시련과 어두움만 있는 게 아니다. 아픔을 딛고 그것을 힘으로 만들어낸 주민들이 있다. 역사의 시간 속에서 역동을 만들어가는 도시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접경 따라 평화를, 통일을, 미래를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해보자.

대한민국에 살면서 '접경'이란 단어가 떠오르고 그 의미가 뚜렷하게 잡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듯하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에 접한 반도이고 반만년 역사의 단일민족을 강조한지라 분단으로 인하여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다른 것을 접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당신에게 접경지역이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는 접경(接境)지역이란 경계를 접하는 곳이다. 경계를 두고 마주하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접경지역'이란 사전적 정의 이상의 의미들이 다가온다. 왜 그럴까? 무엇들이 더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접경지역' 그 안에는 분단의 비극과 실향, 망향의 서러움이 있다. 그것만인가? 안보의 최전선이자 평화에 대한 갈망과 불안이 공존하는 곳이다. 그리고 통일에 대한 간절함으로 공간과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는 운명 같은 지역이 '접경지역'이다.

경계는 지역을 구분하는 한계다. 한반도에서는 국경선을 찾아볼 수 없다.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남과 북이 나누어져 있을 뿐이다. 경계선은 사람의 왕래를 가로막는 분단선이 되었고, 남과 북의 모든 것을 배타적으로 분리한 '철저한 분단선'인 접경지역에 요구되었던 가장 큰 역할은 안보를 위한 분리였다.

그러나 경계는 넘으라고 있는 것이다. 장대높이뛰기의 가로막대는 내가 넘어지더라도 떨어뜨리지 말아야 하는 경계다. 경계의 주변에 있는 경계인은 어느 쪽에도 속할 수 없는 방랑자이기도 하지만 경계를 훌쩍 넘어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는 자유인이기도 하다.

접경지역의 숨은 의미 찾기

우리나라에는 접경지역이 꽤 넓다. 인천광역시, 경기도, 강원도 세 곳에 걸쳐있다.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DMZ), 민간인 통제구역, 접경지역 등 그 명칭과 개념도 여러 가지라 헷갈린다. 통상 DMZ 일원이라 할때는 정전협정에 따른 DMZ,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른 민통선지역, 접경지역지원특별법에 따른 접경지역 15개 시군을 포괄한다. 비무장지대 또는 해상의 북방한계선과 맞닿아 있는 10개 시군 -인천(강화/옹진), 경기(김포/파주/연천), 강원(철원/인제/화천/양구/고성)-과 민간인 통제선 이남의 지역 중 민통선과의 거리 및 지리적 여건 등을 기준으로 정하는 5개 시군 –경기(고양/양주/동두천/포천), 강원(춘천)-을 말한다.

▲DMZ 안내도 ⓒ행정안전부

접경지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략 이렇다. 분단지역, 철조망, 지뢰, 군부대, 낙후지역, 가지 못하는 곳, 낯선 사람들. 그러나 우리가 인지하는 못하는 곳에서 우리는 접경을 마주하고 있다. 생각보다 접경은 가까운 곳에 있다.

▲ 파주시의 대전차방어벽(일명 낙석). 위 사진은 군사시설임을 모양과 국방색이 드러내고 있고, 아래 사진은 파주시가 조성한 광고물처럼 보인다. ⓒ김효은

▲ 김포 평화누리길 1길(염하강철책길)의 철조망. 방금 도시를 지나왔는데, 낯설다. ⓒ김효은

분단선의 공간개념에서 접경지역이 지녀온 이미지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접경지역을 회색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 역사의 상처이고 냉전의 유산이지만 새로운 유산이 될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자산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는 우리의 몫이다. 접경지역의 번영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촉진 기회가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이 현재이며 미래를 위해 접경지역을 재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한반도 중심지인 접경지역에 숨겨진 미래 번영의 코드

필자는 접경지역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연재를 시작했다. 보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보이지 않는데, 알지 못하는데 보려고 할 것이며 또 보이겠는가. 아는 만큼 보기도 하지만, 반대로 보는 만큼 알 수도 있다. 한반도의 허리였던 접경지역에는 우리가 몰랐던 역사, 문화유산이 가득하다.

삼국시대부터 고구려, 백제, 신라가 경쟁하면서도 교류하고 협력하는 곳이었다. 대륙으로 뻗어 나가는 진출의 길이었고, 남북 분단 전에는 사람과 물자가 다니던 생활의 길이었다. 한국전쟁 때는 치열한 격전지로 무수한 상처와 이야기를 남겼다. 접경지역의 역사와 문화는 더 이상 주변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을 다시 연결하는 중심으로 가져와야 한다. 접경지역의 문화재 발굴과 역사의 복원, 남과 북이 경제발전의 기회를 살려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 북에서 발원한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연천 전곡의 합수머리 ⓒ김효은

▲ 개성과 한성을 잇는 물류중심지었던 연천 장단의 고랑포구와 한국전쟁 당시 캐나다 병사들의 아이스하키 경기장(위) / 해질녘 파주 오두산 전망대에서 본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곳, 교하(交河) ⓒ김효은

'만남의 광장' 판문점, '열린 공간' DMZ

접경지역에서 평화를 만드는 노력은 오랫동안 이루어져왔다. 1970년대부터 비무장지대에서 충돌을 완화하고 평화적 이용을 위한 논의가 시작됐고, 생태, 환경보전을 거쳐 평화경제의 중심축으로 위상이 커졌다. 판문점, DMZ는 외국인들에게는 가보고 싶은 한국관광의 필수코스로 인식된다.

판문점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부터 정전협상을 위한 회담장이었다. 남북의 고위급이 만나 '남북기본합의서'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서로 안 맞으면 박차고 나가는 결별의 장소였다. 남북 정상이 만나서 살짝 금단의 선을 넘었다가 와도 되는 곳이었고, 남북미 3국의 정상 모두가 만날 수 있는 명실상부한 '만남의 광장'이다. 다음 편에서는 접경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평화관련 정책들을 소개하고 접경지역 만의 특징을 소개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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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은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인제대에서 통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새정치국민회의 공채 1기로 정치권에 발을 디딘 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을 지냈다. 접경지자체인 인천광역시 남북교류협력팀장, 경기도 평화대변인을 역임하며 남북관계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춘 남북관계·통일전문가로, 현재 대진대학교 DMZ연구원 객원교수로 있으며 <인천일보> 평화연구원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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