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에서 대한민국의 길을 찾는다

[박병일의 Flash Talk]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

지난 2014년 개봉해 약 1762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명량>에서 극 중 이순신 장군이 했던 대사이다. 이순신 장군의 유명한 이 말이 등장한 배경은 이렇다. 1597년 임진왜란 6년, 파면당했던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되었을 때, 그가 마주해야만 했던 상황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한 병사와 공포에 질린 백성, 그리고 12척의 배가 고작이었다. 심지어 전쟁 기간 내내 왜군들에게 극도의 두려움을 안겨주었던 거북선마저 이미 칠천량 전투에서 모두 불타 잃어버렸다. 이에 선조는 수군을 포기하고 육지에서 싸울 것을 권고하였으나, 이순신 장군은 상기에 적은 답변을 아뢰며, 330척에 이르는 왜군의 함정이 속속 집결하고 있는 명량 바다로 나섰다.

최근 12월 3주 차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분석에 의하면, 정부의 국정수행 긍정평가(지지율)가 39.5%로 나타나, 57.7%인 부정평가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여전히 30~40%에 이르는 탄탄한 지지층이 버티고 있긴 하지만, 정부에 대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훨씬 높고, 국정운영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여당에 대한 지지보다 야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오차범위 바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더욱이 서울행정법원 행정 12부(재판장 홍순욱)는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정직 2개월 징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함으로써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결정과 대통령의 재가를 법원이 뒤집는 판결을 한 바 있다. 이에 검찰총장은 8일 만에 직무에 복귀하게 됐다. 이러한 정부와 여당의 초라한 상황을 일부 국민들은 '그 많던 배가 침몰된 후 겨우 남은 12척을 이끌고 330척이 기다리고 있는 명량으로 나가는 조선 수군의 입장'과 대비하여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 정부는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행해진 촛불혁명의 결과와 사회대개혁이라는 국민적 열망을 토대로 탄생하였다. 비록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해 2030 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작금의 국내 코로나 확산과, 출산율 급감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있긴 하지만, 국정교과서 폐기, 4년제 국공립대의 입학금 폐지, 어린이집 누리과정의 전액 국고 지원,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규명과 사죄, 언론자유지수 향상, 메르스의 재유행 조기 차단 등과 같은 업적도 존재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원하는 사회대개혁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우선 고위공직자들이 더 이상 부정한 행위를 하지 않고 국민들이 기대하는 기준에 부합하도록 스스로의 윤리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해서는 공수처의 설치가 필요하다. 반복되는 산재사고의 방지를 위해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의 입법도 요망된다. 소외되는 아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양육비 이행 강제법도 요구된다. 민주주의를 좀먹는 가짜뉴스에 대한 규제와 방만한 민주주의의 사용도 제한해야 한다. 천태만상 사학비리를 바로잡을 사학법도 개정해야 한다. 그 외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제정, 고의로 억울한 사람을 만든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을 처벌할 근거 마련,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법제화, 의료개혁 등 무수히 헤아릴 수 없는 개혁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 어찌 저들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신단 말입니까?"

이 말은 앞서 언급한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의 아들 이회가 했던 명대사이다. 성숙한 선진국으로 가는 여정을 가로막고 현 상태에서 안주하길 희망하는 기득권 세력의 방해를 극복하고 현 정부가 지속적인 국가개혁을 완수하길 기대한다. 그것이 엄동설한 속에서도 촛불혁명을 통해 권한을 위임해준 국민들의 노고에 보답하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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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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