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주의 아픔 수눌어 보듬어 주세요

▲.ⓒ오창현 성산읍 수산1리 청년회장

저는 수산1리 청년회장직을 맡고 있는 오창현이라고 합니다. 수산1리에서 나고 자라 제주시에서 대학생활과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수산1리는 저의 꿈이 있는 고향입니다. 수산초등학교가 통폐합 위기에 놓여있을 때 마을 사람들은 마음을 모아 수산초등학교를 지켜냈습니다. 그 당시 마을분들의 단합과 열정은 정말 아름답고 슬기로웠습니다. 이런 마을 선후배들과 같이 산다는 것이 저에게는 즐거움이자 행복입니다.

2015년 11월 10일 국토교통부의 일방적 제2공항 발표, 그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뉴스를 통해 제2공항이 우리 마을 턱밑에 위치하게 될 거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렇습니다. 제2공항이 완성되면 수산1리는 활주로의 북쪽 끝에 위치하게 됩니다. 이후 저는 왜라는 물음표를 달고 지켜봤습니다. 왜 이래야 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다음 날부터 제주도청 등 많은 곳에 현수막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환영한다는 내용이 없었습니다. 무섭고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분들은 총회를 열어 제2공항 반대대책위를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마을 반대대책위는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피해자인 우리 마을은 배제되었습니다.

제2공항 추진으로 비롯된 피해의 당사자인 우리 마을은 처음부터 그리고 지금까지도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었습니다. 발표 당시 우리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왜 우리 마을과 피해 당사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느냐고. 국토교통부와 제주도청의 대답은 땅값 폭등과 투기 우려 때문이라는 말뿐이었습니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얘기하던 정부와 ‘도민과 함께하자’던 제주도정에 피해지역 마을 사람보다 땅값 폭등과 개발업자들의 이익이 더 중요한지 묻고 싶습니다.

며칠 전 제주도와 도의회는 제2공항 ‘도민 의견수렴 관련 합의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합의문을 읽으면서 저는 분노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정치적 이익의 기회이며 누군가에게는 개발의 대상이자 부동산 투기가 전부인 곳일 겁니다. 그러나 저와 우리 마을 사람들에게 제주도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이자, 후손들이 살아갈 땅인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합의를 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합의문에 피해지역 주민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라진 마을 수근동을 아십니까?

제주공항 북쪽에 위치한 레포츠 공원을 아십니까? 옛 지명은 수근동이었습니다. 7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작은 해안 마을이 있었던 곳입니다. 소음 피해로 수근동 주민들이 떠나자 그 자리에 조성된 것이 레포츠 공원입니다. 지금 수근동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화살표가 지시하는 곳은 레포츠 공원 앞 바다 한복판입니다. 수근동이라는 지명은 바다 한가운데 표시됩니다. 수근동은 지도에서마저 길을 잃은 마을입니다.

수산1리 마을은 제2공항 예정지 북쪽에 위치합니다. 제2공항이 건설되고 비행기가 날기 시작하면 우리 마을도 분진과 소음에 병들어갈 것입니다. 수근동처럼 수산1리도 사라지고 지도에서 길을 잃게 됩니다.

저는 제주도를 사랑하고 제주도민을 믿습니다.

저는 제주도민을 믿습니다. 우리 마을을 사랑하는 것처럼 제주도를 사랑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제주도는 수눌음 정신이 살아 숨쉬는 곳입니다. 수눌음을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웃이 아프거나 힘들 때 보듬어 안고 기쁠 때도 함께 기뻐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우리 선조들이 발명한 지혜라고요. 올 연말과 내년 초에 걸쳐 제2공항 의견수렴을 위한 여론조사가 있을 예정입니다.

제2공항 반대를 외쳐주십시오. 우리 마을을 지켜주십시오. 그리고 제주의 아픔을 보듬고 안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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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민

제주취재본부 현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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