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나쁜' 시나리오를 전제한 실천이 필요하다

[서리풀 논평] 즉시 지역별 진료 체계를 준비해야…

확진자가 500여 명을 넘은 상태로 며칠을 끌었으니, 이번 주는 또 한 번(!)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상황이 조금씩 나아질지, 아니면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이 넘어도 놀라지 않을지. 바라기는 당연히 앞쪽 시나리오다.

뭘 어찌하자는 소리를 되풀이해야 별 소용이 없을 듯하다. 여러 사람이 지겨울 정도로 계속하기도 했고, 상식적 경고의 반복에 개인의 예민함과 긴장도 막 바닥을 드러낸 것처럼 보인다. '과감하게'와 '신중하게'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해도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그래도, 그때 이렇게 해야 했다거나 지나간 결정에 책임을 지라고 말하는 것은 좀 미루는 편이 좋겠다. 나중에 모든 것을 꼼꼼하게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나, 당장 이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급하기 때문이다. 굳이 순서를 정하자면, 선(先)-대응. 후-평가를 제안하고 싶다.

그 대응, 우리는 지금 '나쁜' 시나리오를 전제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즉시 중환자 진료 체계를 구축하고 필요할 때 바로 가동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가상 상황에서라도) 연습해야 한다.

전국 차원으로 국가 계획을 짜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발표하는 것만 가지고는 아무 소용이 없다. 권역별(몇 개 시도)로 지역별(하나의 큰 시군구 또는 몇 개의 작은 시군구)로 돌아가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그리고, 종이에 적힌 것만 가지고 제발(!) 이미 준비가 다 되어있다고 말하지 말라.

준비가 다 되었다면 남은 중환자 병실이 "서울 9개, 부산 0개"라는 소식에도 긴장할 필요가 없다.(☞ 관련 기사 : JTBC <뉴스> 11월 28일 자 '한계 다다른 '중환자 병상'…서울 9개뿐, 부산은 0개') 전부터 이런저런 방안을 말했던 것도 준비라면 준비라 할 수 있겠다. 경증 환자를 다른 방법으로 치료해 중환자실 부담을 줄이자는 제안이 대표적이지만, 당면 문제는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면적이다.

그냥 도상 계획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누가 어떻게 '재택' 경증 환자를 치료할 것인가? 중환자 병실이 모자라면 다른 병실을 중환자용으로 임시로 쓰자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럼 치료 인력은 어디서 어떻게? 다른 병원으로 또는 다른 지역으로, 필요할 때 환자를 옮길 수 있을까? 코로나19 말고 다른 중환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관점을 균형 있게 조정하는 것부터. 지금 모두의 관심은 자신의 범위 안에서 유행을 억제하는 데 몰려 있다. 특히 각 지역은 매일 확진자 수에 일희일비, 지역 유행이 어느 정도인가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 방역 단계 변동에, 그래서 지역과 주민의 사회경제 활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니 당연한 반응이다.

확진자 수가 또 다른 의미의 '스포트라이트 효과'를 낸다고 할까, 이는 긍정적 효과가 크나 부정적 측면도 함께 존재한다. 확진자 수와 비교하면 확진 이후 경과, 즉 코로나19의 인명 피해에는 관심이 적은 것이 그중 중요하다. '기저질환'과 노인을 강조하는 바람에 일단 감염되면 일정 정도의 인명 피해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는지도 모른다.

또 한 번 이에 대한 결론을 말하면, 전혀 아니다. 확진 후에도, 심지어 중환자가 된 후에도 얼마나 빠르게 제대로 치료하는지에 따라 생사의 운명이 달라진다. 확진자 수와 함께 또는 그보다 더 중요하게 최종적 인명 피해, 즉 사망 여부가 방역의 성과이자 그 잣대인 이유다.

이 또한 'K-방역'이며, 최근 발표된 한 국제비교 연구 결과를 주목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관련 기사 : <네이처(nature)> 11월 2일 자 'Age-specific mortality and immunity patterns of SARS-CoV-2') 한국은 확진자 비율로 단연 세계 최고의 방역 성과를 보였으나, 또 한 가지 지표 '치명률'(확진자 대비 사망률)은 그저 평범한 수준에 그쳤다. 올림픽 금메달과 같은 등수 놀음이 초점이 아니라, 이 같은 격차가 왜 생겼는지 심사숙고하자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또 한 번의 균형과 시각 조정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의학적 기술, 예를 들어 치료제가 중요하기보다는 사회적 기술이 생명을 구한다는 사실. 효과가 증명되지도 않은 치료제에 '현혹'될 일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자원과 역량을 최고 수준으로 모아 피해를 최소로 줄이자는 것이 사회적 기술의 요체다.

그중에서도 중환자 진료 체계와 전체 진료 체계를 빨리 정비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고 중환자 진료 체계, 나아가 전반적 진료 체계를 잘 유지하는 것은 미래 준비가 아니라 당장 해야 할 과제다. 다시 말하지만, 코로나19뿐 아니라 전체 환자와 중환자 진료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

서울 중심, 수도권 중심을 넘어 지역별 대비 태세를 갖추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모든 권역과 지역이 당장 준비해야 하니, 권역과 지역에서 쓸 수 있는 중환자 병실이 몇 개이며 지역의 능력을 초과할 때는 어떻게 할 수 있나를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빨리 준비해야 한다.

누가 할 일인가? 누가 중심을 잡아 판단하고 조정 역할을 할 것인가?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미루고, 정부는 병원(들)과 의료진에 미루고 등 연속적인 미루기로는 '부수적' 피해를 피할 수 없다. 의사결정 체계와 지도력(리더십)이 준비되어야 할 일이다.

단언한다. 리더십에 관한 한, 현실적으로 책임은 전적으로 정치적 책임이고 그 당사자는 (지금으로는) 지역의 자치단체장이다. 의료에서는 유례없는 일이지만, 코로나19 유행 자체가 그런 '예외 상태'가 아닌가.

서류 말고, 도상 계획 말고, 담당 지정 말고, 무슨 체계라도 있으면 실제 상황처럼 가동해봐야 안다. 그래야 응급의 위기 상황에서 누가 지휘하고 누구하고 대화하며 어느 지역과 협력해야 하는지 준비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낙관이 지배하는 상황이 가장 어려운 점인지도 모른다. '설마'로는 곤란하고, 불확실성을 편한 대로 해석할 일도 아니다. 가장 나쁜 시나리오를 대비하는 것, 이번이 그럭저럭 해결되어도 또 비슷한 상황이 온다고 예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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