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투표율로 당헌 뒤집기? 민주당 '투표율 효력' 논란

책임정치 실종 비판 가열…유인태 "탐욕스러워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당원 투표 결과를 토대로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한 가운데, 이번 투표율이 전당원 3분의 1에 미달하는 26.35%로 집계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31일부터 1일까지 '민주당 소속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라고 규정된 당헌 96조 2항 개정에 대한 찬반 여부를 당원 투표에 회부했다. 민주당원 21만1804명(26.35%)이 투표에 참여했고, 결과는 당헌 개정 찬성 86.64%, 반대 13.36%로 집계됐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전당원 투표 결과 브리핑에서 "압도적인 찬성률은 재보궐선거에 공천해야 한다는 전당원 의지의 표출"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낮은 3분의 1에 미달한 투표율 탓에 당원들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후속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투표율은 전당원 투표에 대해 '전당원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 총수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한다'고 규정한 당헌 38조 3항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번 전당원 투표를 당원의 선호도를 물은 '여론조사'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번 전당원투표는 당 대표자, 최고위원 및 당의 지도부가 직권으로 실시한 것이다. 당이 구축한 모바일투표 플랫폼을 이용하여 당원들의 의견을 묻고자 하는 투표였다"며 "('전당원 투표' 규정과) 지난 주말에 당이 실시한 전당원 투표와는 별개의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주장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통상은 과반 당원이 참여하고 과반 찬성 있어야 한다. 투표율이 30%가 안 된다"며 "그러면 효력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효력은 민주당 자체 판단할 일이지만, 일반적으로 어떤 결의를 하려면 구성원의 과반이 참여하고 과반 찬성으로 한다"고 했다.

투표율 논란과 더불어 민주당 지도부가 전당원 투표를 이용해 민감한 의사 결정의 책임을 당원들에게 전가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직전인 지난 3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꼼수'라고 비판했지만, 결국 자신들의 비례 의석을 위한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 창당의 근거로 전당원 투표를 시행하기도 했다.

총선 이후인 지난 5월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의 합당 여부를 물을때도 전 당원 투표를 시행했으며, 민주당 소속 공직자들의 성폭력 의혹으로 공석이 된 지자체에 후보를 다시 내기 위해 이번에는 '전 당원 여론조사'를 이용한 셈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초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조차 이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방송에 출연해 "지금 와서 손바닥 뒤집듯 저렇게 뒤집는 것은 너무 명분이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유 전 총장은 "(4·15 총선 당시) 비례위성정당을 저쪽에서 만드니까 '천벌받은 짓'이라고 해놓고 (똑같이) 천벌 받은 짓을 했다. 이번 당헌당규를 뒤집은 것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세상이 명분보다 너무 탐욕스러워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이번 민주당의 조치를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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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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