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추천위원을 27일까지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몫 추천이 이뤄지면 공수처장 후보를 골라낼 추천위원회가 꾸려지게 되는데, 여야의 신경전은 더욱 팽팽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공수처 출범이 늦어지자 야당의 '비토권'을 삭제하는 공수처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한 바 있다.
주 원내대표는 "숫자의 힘을 앞세운 민주당이 야당에 부여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두 자리마저도 강제적으로 빼앗아가겠다고 법안을 내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는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자 추천위원을 추천하려 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가장 중립적이고 독립적이고 야당과 국민이 믿을 후보를 추천하면 동의할 것"이라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나 조국 전 장관처럼, 국민들이 편향적이고 자격이 없다고 아우성을 치는데도 그냥 밀어붙이는 그런 류의 인사라면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예정대로 야당 몫 추천이 이뤄지면 공수처장 후보를 골라낼 추천위원회가 꾸려지는데, 여전히 공식 출범까진 갈 길이 멀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은 모두 7명으로, 여야가 각각 2명씩 4명, 법무부와 법원행정처, 대한변협에서 1명씩 추천위원을 낸다. 추천위원회가 2명의 공수처장 후보를 선정하면, 대통령이 한 명을 최종 낙점하는 구조이지만, 6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야당 추천인사 2명이 계속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 테두리 안에서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무기한 미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야당이 내정한 추천위원은 임정혁 변호사와 이헌 변호사다. 공안통으로 알려진 임 변호사는 대검 차장검사 출신으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검 최종 후보군으로 거론됐고, 이 변호사도 박근혜 정부 당시 새누리당 추천 몫으로 세월호 참사 특조위 부위원장을 맡은 보수성향이 짙은 인사다.
이런 이유로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공수처를 위헌기관으로 간주하는 인사의 추천내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추천인사 성향을 문제삼았다. 최 대변인은 이날 SNS에서 이헌 변호사를 겨냥해 "공수처를 부정하는 사람의 추천을 강행한다면 공수처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힘으로부터) 내정된 것으로 보도되는 한 분은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의혹으로 유가족에 고발당했다"며 "혹시라도 출범을 가로막는 방편으로 악용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고 우리 당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야당이 추천위원 두 분을 곧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며 "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임명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것"이라고 야당 몫 추천위원을 수용해 추천위원회를 꾸릴 뜻을 밝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야당의 의도를 두고 많은 설왕설래가 있지만 미리 판단하지는 않겠다"며 "추천위원 구성 지연으로 잃어버린 100일의 법정 공백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수처가 조속히 출범할 수 있도록 야당에 공당다운 책임있는 태도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