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택배기사 산재제외 신청서 대필 정황 확인"

"자필 글씨체와 확연히 달라…명백한 공문서 위조"

더불어민주당이 택배 배송 중 사망한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고 김원종씨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 대필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과 특수고용직 노동자 산재 제외 신청 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바이며 이에 대한 대책을 정부와 업계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양이원영 의원은 전날 근로복지공단에 제출된 김씨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와 김씨가 속해있던 송천대리점 소속 다른 기사들의 신청서를 근거로 대필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 신청서에 기재된 필체와 다른 사람 신청서 필체가 같아 사실상 한 사람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양 의원은 "고 김원종 님이 작성했다고 하는 산재적용제외 신청서를 보면 글씨가 직접 자필한 글씨체와 확연히 다르다"며 "게다가 같은 대리점의 다른 제외 신청서들 역시 대리 작성한 정황이 다수 확인됐다. 사실이라면 명백한 공문서 위조"라고 지적했다.

양 의원은 "김원종 님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고 전국에 수많은 택배 노동자들이 같은 상황에 처해 있으실 것"이라며 "산재 적용제외 신청이 얼마나 사용자 논리에 따라 작성됐는지 얼마나 많은 분들이 해당되는지 명명백백히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말 유지할 가치가 있는 제도인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전날 노웅래 의원은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산업재해보험 적용 제외를 폐지하는 '전 국민 산재보험법'을 발의했다. 산업재해보험법 일부 개정안으로, 특고 노동자가 산재 적용 제외를 신청할 경우 사유에 관계 없이 허용하던 조항을 삭제한 것이다. 일정기간 이상 휴업 등 대통령령이 정한 특별한 경우에만 신청을 허용하도록 했다.

양 의원은 회견 뒤 필적감정을 받은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글씨가 비슷하면 그것을 국과수에 맡긴다거나 하겠지만 일반인들이 봐도 너무나 다른 글씨체"라며 "대리작성이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택배노조에서 증언으로 들었는데 이번에 문서를 통해 확인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혹시 위임을 동의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산재적용제외신청서는) 무조건 자필로 쓰게끔 돼 있다. 공문서 위조라고 볼 수도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노 의원도 "암암리에 산재보험 제외신청서 제출이 입사의 전제조건처럼 돼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돈을 내기가 싫은 것이고 문제가 되면 특별감사도 들어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산재 신청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이라며 "노동자에게 협박, 강요, 권유 등으로 (산재적용제외 신청서를) 대필하는 게 관행적으로 많이 돼 왔는데 이번에는 뿌리뽑아야 한다"고 했다.

▲신청서 중 고 김원종 씨 자필과 대필이 의심되는 부분 발췌 ⓒ양이원영실 제공
▲고 김원종 씨 실제 자필 ⓒ양이원영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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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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