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 확인된 이래 범 지구적으로 확산된 지도 1년이 되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국가 간 사람의 이동이 제한되고 국제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구들을 대상으로 최근 추경을 통해 ‘긴급 생활지원’을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저소득 및 고용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재난지원금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사회적 소외계층인 한부모 및 청소년 부모들과 그 자녀들의 재난까지 구제하는데 도움이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이에 이들을 아우르는 소외계층의 지원에 대한 선진국들의 제도적 특징과 주안점을 살펴봄으로써 몇 가지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영유아기 교육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미국은 저소득층 아동의 영유아기 교육서비스 제공을 위한 헤드 스타트(Head Start) 정책을 50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계층 간 사회이동을 가로막는 가장 주요한 원인이 교육기회의 불평등에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소외계층 아동들에게 취학 전 충분한 교육기회를 제공하여 사회적인 불리함이 학습부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배려함은 물론, 장기적으론 빈곤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이를 출발시켰다. 우리나라의 유사 제도로는 빈곤의 대물림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의 드림스타트(Dream Start) 사업이 있으나, 영유아기부터 발생할 수 있는 격차에 대한 예방적인 접근은 부족한 상황이다.
영국은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일반적인 환경에서 소외계층 아이들도 보육될 수 있는 저변을 구축하고, 정상적인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며, 그 부모들이 합리적인 일자리를 갖고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한부모나 청소년부모와 자녀가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자 고안된 슈어 스타트(Sure Start)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면, 태어난 지 2개월 이하 영아가 있는 집을 방문해 가족 건강진단과 보육 상담을 제공하며, 10대 미혼모가 학업을 이어가길 원하는 경우 교육유지 수당이 주어진다. 또한 이들에겐 한부모 엄마 혹은 아빠가 양육에 대한 걱정 없이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2018년 현재 주(週)당 29만 원(자녀 1인당)의 양육비도 지급된다.
물론 우리나라도 일견 영국과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실제 모습은 매우 달라 양육비 지급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우리나라에선 한부모 가정의 소득이 중위소득 52퍼센트 이하라는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양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기에, 실제 혜택을 받는 가족은 매우 제한적이다. 즉,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매월 소득이 최대 156만 원을 넘지 않아야 하는데, 이는 약 월 180만 원인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금액이다. 한편 청소년 한부모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중위소득 60퍼센트 이하를 기준으로 해도, 최저임금보다 낮기는 마찬가지여서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최저임금이라도 버는 한부모는 아동양육비를 한 푼도 받을 수 없음을 알 수 있는 바, 이로 인해 일부 한부모들은 월급이 지원기준액보다 오르면 되레 월급이 더 낮은 직장으로 옮기거나, 직장에서 지급하는 수당을 포기하기도 한다.(관련 기사 : 2018년 12월 19일 자 <노동자연대> 271호 '턱없이 부족한 문재인 정부의 한부모 정책')
북유럽 선진국(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의 한부모 지원 정책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양육 책임을 다하지 않는 부모를 정부가 추적해 그에게 양육비를 강제하는 일명 ‘히트 앤드 런 방지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육의 도리를 다하지 않던 부모로부터의 양육비 지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가 일단 양육비를 지급하고 추후 비양육자의 소득에서 원천징수한다. 우리나라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를 제재하고 정부가 양육비를 대신 지급하는 양육비 대지급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2019년 국회 여가위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해 ‘양육비 이행강제 법안’ 처리가 무산되었다.
이상에서 논의된 바를 토대로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한부모로 아이를 낳아 기른다고 결심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며, 예기치 못한 많은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을 수반하는 십자가를 짊어짐을 의미한다. 따라서 최소한 이들이 생계를 영위하는데, 그리고 스스로 자립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이 현실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둘째, 대한민국 사회인식의 현주소를 고려할 때, 한부모 못지않게 아이도 성장과정에서 견뎌야 할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상당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가급적 아이가 받을 수 있는 불필요한 상처를 받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소외아동 조기지원법(가칭)’을 제정하여, 통상적인 가정에서 보통의 영유아들이 기본적으로 누리는 학업에 있어 소외계층 아이들만 소홀히 됨이 없도록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
셋째,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 가정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바, 이른바 '양육비 이행강제법(가칭)'의 21대 국회 발의와 비준을 촉구한다. 넷째, 아직 대한민국 사회에는 한부모 혹은 청소년부모에 대한 직간접적인 따가운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듯이, 이들에 대한 우리의 편협되고 왜곡된 시선도 바로잡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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