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전문기자' 뇌성마비1급, 이영광 기자를 아시나요?

출입처는 없지만 갈 곳은 많은 참 바쁜 기자...인터뷰 앞으로 5000회 목표

▲프레시안전북본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영광 인터뷰전문기자 ⓒ프레시안

그를 보면 우선, "걷기에도 불편할 것 같은데, 인터뷰는 또,어떻게 할까?" 라는 걱정이 앞선다.

걷는 것 뿐 아니라 그와 대화를 시작하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처음에는 내용을 알아 듣지 못하는 말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는 한두번도 아니고 한두해도 아니고, 벌써 11년 째 인터뷰 기사를 쓰고 있다.

이영광 기자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면서 ‘고발뉴스’ 기자다. 1주일에 평균 너댓건 이상의 인터뷰 기사를 생산하는 전업 기자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전화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의 별명은 ‘발로Go뉴스’이영광 기자. 고발뉴스 이상호대표가 지어준 '닉네임'이라고 한다.

그는 인터뷰 꺼리(?)가 있다 싶으면 어디든 달려 간다. 그의 집이 전북 전주이니 서울에서 인터뷰 약속이 잡히면 이른아침부터 서둘러야 한다.

오전 9시에 약속이 있으면 전주역에서 새벽 6시20분경 KTX열차를 타고 상경한다. 대부분 오전 11시 약속으로 주로 여의도쪽이나 상암동에서 약속장소를 잡는다.

그게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벌써 10여 년째 다니고 있고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방법을 묻자 "만약에 11시에 서울 상암동 MBC에서 인터뷰 약속이 있다면 집에서 7시 반 나와서 전주역에서 8시41분 기차타고 용산역 10시26분 도착해 중앙선 지하철로 16분이면 한번에 간다"고 아무일 아닌 듯 말한다.

▲ 2014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유가족을 취재할 당시 만난 문재인 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과 함께 촬영한 사진 ⓒ이영광 기자 페이스북

처음에는 왜 어려움이 없었을까?

놀랍기도하고 안쓰런 마음에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지나 않고, 도와주려는 사람은 없었냐고 물으니, "가끔씩 어떤 사람들이 도와 줄 거냐고 물어보는데, 거의 신경 안쓴다"고 한다.

대뜸 "기자님은 어디 취재하러 갈 때 주변 다른 사람들 신경쓰냐?"고 되물었다.

이영광 기자 ⓒKBS 다큐인사이트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자료 화면 캡쳐

예전에는 본인 휴대폰도 없었고, 서울에 가면 지하철이 헷갈리기도 해서 지하철 노선도를 먼저 확보해 행선지를 파악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노선도를 보지 않고도 다닐 정도가 됐다고 한다.

그래도 불편한 점은 없냐고 물었더니, "간혹 어느 지하철 역에는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설치돼 있는데, 내려가는 것은 없어서 그게 불편하다"고 한다.

이영광 기자의 인터뷰를 거쳐 간 국내 유명인사(?)는 대략 6~7백명 정도, 인터뷰기사 횟수는 현재까지 1200여회 가량, 지난 2009년부터 첫 인터뷰를 시작했다고 하니 벌써 11년째이다.

정치인, 언론인, 교수 등 사회 각계각층의 화제가 되는 인물은 어김없이 이영광 기자의 인터뷰대상이 된다.

어떤 사연으로 인텨뷰전문기자 활동을 시작했는지 첫 인터뷰 대상은 누군지 물었다.

CBS 대기자를 거쳐 지금은 YTN에 있는 변상욱 앵커가 첫 번째 취재 대상자였다. 변상욱 앵커는 이영광기자에게 인터뷰 방법과 기술을 전수해주는 도움을 줬다고 한다.

두 번째는? 라디오 진행자로 유명한 CBS 김현정 앵커, 세 번째는 평화나무 김용민 이사장이라고 했다.

고 이용마 前 MBC기자를 비롯해 최문순,정동영,이혜훈,정세현,하종강,조희연.이준석,정청래,이정미,문정인,강석우,이부영 등등 지금까지 그를 거쳐 간 취재원은 일일이 셀 수 없다.

처음에는 변 앵커의 가르침에 따라 인터뷰 대상자에게 12개의 질문을 줬다고 한다. 그런데, 인터뷰를 진행하다보니 너무 많다는 생각에 7개 정도로 줄였다.

그런데도 만나서 얘기를 하다 보면 질문을 한 30여개 정도 하게 된다고 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은 소통이 어려울 정도가 아니냐고 묻자 "부분적으로 상대가 못알아 듣는 경우에는 ‘키워드’를 글씨로 적어서 대화도 하기도 했지만, 상대가 아예 못알아 들은 적은 없었다."고 한다.

이영광 기자는 뇌성마비 1급, 보기에도 심한 지체장애를 지니고 있다.

서울에서 취재원을 만나 인터뷰를 한 후, 열차를 타고 다시 전주 집에 돌아와서 녹음된 인터뷰 내용을 다 풀어 쓰는데 드는 시간을 물었다.

대략 4,50분 정도 인터뷰를 하고 나서 그 내용을 손가락 두 개로 타이핑하는데 드는 시간은 대략 대여섯 시간 이상 걸린다고 했다.

그나마 요즘은 구글에서 음성변환 기능이 있어 그걸 이용하는데도 역시 서너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영광 기자 ⓒKBS다큐인사이트 자료화면

그는 중학교 들어갈 나이에 전주에 있는 동암재활학교에 들어 갔다.

그러나, 1년 만에 재활학교를 뿌리치고 일반학교인 전주신흥중학교로 전학해서 신흥고와 전주대학교를 졸업했다.

맨 처음에 왜 이같은 일에 도전했는지 물었더니 "모른다"면서도 "그래도 지금은 재미있다"고 했다.

변상욱앵커와는 "변 앵커 ‘싸이월드’ 방명록에 글을 올렸더니 변 앵커가 댓글을 붙여 줘서 두세번 이야기 하다 보니까 인터뷰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것이 인연이 돼서 11년째,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한다.

지난 7월 30일, ‘KBS1TV 다큐인사이트’에서 이영광 기자를 다뤘다. 제목은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를 만난 유명(?)인사들은 오히려 ‘영광씨를 만나 영광’이라고 표현하게 된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YTN 변상욱앵커는 "영광씨의 1초는 삶이 농축돼 있는 1초"로 "자신의 1초와는 다르다"라고 평가했다.

이영광 인터뷰전문기자는 기자들 세계에서 소위 말하는 ‘출입처’가 없다.

그가 가는 곳이 출입처가 되고 ‘꺼리’가 있는 곳이라면 저돌적으로 돌진한다.

KBS 9시뉴스 이소정 앵커는 ‘다큐인사이트’에서 이영광 기자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왔을 때 "처음 영광씨를 봤을 때보다 연락을 받았을 때가 더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보통은 홍보실을 통해서 연락이 오는데 영광씨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어떻게 보면 저돌적인 방법으로 직접 이메일을 통해 섭외를 했다"고 한다.

그는 출입처는 없지만 이슈가 되고 화제가 되는 현장과 인물은 어떻게든 만난다.

벌써 11년 노하우와 다양한 인맥이 쌓이다 보니 만나고 싶은 인물의 연락처를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한다.

목표를 물었다.

"1년에 열심히 하면 250회 인터뷰, 10년이면 2500회 지금부터 20년간 해서 인터뷰 5천회‘ 기록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야기가 될 만한 사람, 또 그 얘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나눌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한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이영광 인터뷰전문기자는 ‘출입처가 없는 기자’지만 ‘갈 곳과 만날 사람은 수없이 많은’ 참 바쁜 기자의 삶을 살고 있다.

ⓒKBS 다큐인사이트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화면 캡쳐

그가 5년 전인 지난 2015년 2월, 당시 '국민의 명령' 문성근 상임운영위원을 인터뷰한 기사가 이영광 기자의 오마이뉴스 '200번째 인터뷰 돌파 기사‘였다.

그때 이영광 기자를 기억하는 취재원들이 그를 축하하며 그에게 전달한 메시지 속에 지금의 이영광 기자의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또, 미래의 이영광 기자를 상상해 볼 수 있다. 간단히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변상욱YTN앵커 "3,40회 정도 갈 것 으로 생각했는데...인터뷰1번 타자였던게 영광이다.끈기와 집념에 대해선 기성 기자들이 미안해하며 그에게 배워야 한다."

정청래 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가장 인상에 남는 기자...기사를 쓰는 것 자체가 내용을 떠나 감동이다. 가장 빛나는 언론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이상호 고발뉴스대표 "오마이뉴스를 빛내는 수많은 게릴라 시민기자 중 가장 빛나는 스타"

최승호 뉴스타파대표 "항상 프로의식이 넘치는 인터뷰어,늘 열심히하고 굉장히 열정이 넘친다. 열정이 없으면 하기 힘들었을 것"

김현정CBS PD "열정적으로 인터뷰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200회가 2000회 될 때까지 그 열정이 식지 않았으면 좋겠다. 늘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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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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