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학회에서는 가짜뉴스를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유포된 거짓 정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거짓 정보의 정의 역시 광범위하기에 이를 두 가지로 분류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는 거짓 정보이다. 그러나 잘못된 정보는 비록 내용은 허위이지만 악의가 없는 정보를 의미한다. 가끔 누구든 의도치 않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여 타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으나, 이 경우 악의가 없는 단순 실수이기에 '정정보도'나 '사과'를 통해 시정될 수 있다. 둘째, '조작된 정보(Disinformation)'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잘못된 정보와 달리, 조작된 정보는 정보를 제공하는 자가 허위로 만들어 낸 내용을 악의를 갖고 일부러 유포하는 경우를 뜻하고, 특히 이를 통해 개인이나 집단과 다른 조직에 피해를 줄 목적을 가지고 있다.(<방송트렌드&인사이트>(Vol.17, 한국콘텐츠진흥원 펴냄) 인용)
따라서 가짜뉴스를 정밀하게 정의하면,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유포된 조작 정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가짜뉴스로 인해 여론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더 나아가 사회적 분열이 조장됨으로써 갈등이 야기되고 정치적 논쟁이 일어난다는 데 있다. 이런 문제 인식 하에, 가짜뉴스의 사례와 이에 대한 여타 국가의 제재 상황,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대책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4.15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줄이기 위해 검사를 막고 있다'는 조작된 정보가 퍼졌다. 이 조작된 정보의 진원지는 구독자 100만 명이 넘는 한 보수 유튜브 채널이었다. 어떤 의사가 개인적으로 쓴 인터넷 댓글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의사 양심선언! 정부가 코로나 검사를 막고 있다!'라며 정부가 사악한 짓을 하고 있다고 방송한 것. 이후 보수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 가짜뉴스가 기정사실화됐다.
또 다른 가짜뉴스 하나는 "2020년 3월 7일 0시를 기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긴급 행정명령으로 조선족은 1개월만 거주하면 주민증, 선거권을 발급해 주기로 했다. 긴급 행정명령으로 4.15 총선에서 피선거권을 갖게 되는 조선족 동포들이 4월 이전에 들어오기로 결정됨에 따라 더불어 민주당은 압승의 길이 열리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현행 선거법상 대한민국에서 외국인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가 팩트(fact)이며, 해당 정보는 전형적인 인포데믹(정보전염병)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허위 정보이다.
한 보수 인터넷 언론매체는 3월 7일 '한국은 마스크 대란인데... 日, 가구당 '마스크 40매' 무료 지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고, 이는 급속도로 퍼졌다. 이튿날 '디시인사이드' 등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기사를 캡처한 게시물이 잇따라 등장했다. 가짜뉴스라는 걸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저게 나라지' '중국에 퍼주기 때문에 우리는 저런 거 못 한다'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다른 보수 언론들도 '한국은 일주일에 마스크 2장을 사려고 줄을 서는데, 일본 정부는 가구당 40장을 지급한다'는 기사 형태의 게시물을 올려 가세했다. 그러나 사실은 홋카이도 등 일본의 일부 지역에서 향후 '마스크 40매' 지급을 고려했던 것으로, 사실과 허위를 뒤섞어 '정부 공격'에 유용한 정보인 양 유통시킨 것이다.
'공적 마스크를 사면 개인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된다'는 유언비어도 다르지 않다. 3월 11일을 전후해 '주민등록번호를 알려 주고 마스크를 구매할 경우, 개인정보가 해킹당해 선거 조작에 활용될 수 있다거나, 공적 마스크를 구입하는 순간 개인의 모든 정보가 중국 공산당으로 유출된다'는 가짜뉴스가 횡행했다.
가짜뉴스의 위험성은 왜곡되고 조작된 정보가 사회에 분열과 갈등을 발생시키고, 여론의 조작을 초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선진국들은 명백한 가짜뉴스일 경우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처벌하고 있다.
예컨대, 독일은 네트워크집행법(Netzwerkdurchgesetz)을 제정하여 플랫폼(정보유통매체) 사업자에게 혐오 발언과 불법적 게시물의 관리 의무를 부과했다. 여기서 관리란, 소셜 네트워크상의 혐오, 협박, 국민선동 등 위법적인 게시물을 신고받고 삭제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5000만 유로(약 650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싱가포르 역시 온라인상 허위정보 및 조작방지법(Protection from Online Falsehoods and Manipulation Act, Pofma)을 제정하여 자국의 보안과 공공안전 및 대외관계 등과 관련된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 사업자가 허위사실에 대한 삭제 명령을 받고도 이를 지키지 않으면 온라인 플랫폼들은 최대 100만 싱가포르 달러(약 8억78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고, 개인은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심지어 이집트에서도 가짜뉴스 전파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는다.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이렇듯 가짜뉴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제재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일부 비판을 의식한 한국 정부는 자율규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비록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들이 2018년 5월부터 가짜뉴스신고센터에 접수된 가짜뉴스를 삭제하는 등 자율적인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은 가입되어 있지 않아 극우 성향 보수주의자들이 해당 매체를 혹세무민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조작된 정보의 남발과 악의적인 유포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아야 할 가치가 없다. 여론을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좀먹는 가짜뉴스는 마땅히 규제받아야 하며 방만한 민주주의의 사용을 제한할 법규 마련이 시급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