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력 확충 문제를 의사단체와 정부의 합의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의사 수는 국민 건강권과 보건의료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의료 종사자, 환자, 전문가, 시민 등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3일 서울 영등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의료와 의료공공성의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는 그 누구도 아닌 국민"이라며 "공공의료와 의료공공성을 일부 의사집단의 허락을 얻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와 국회, 의사단체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는 4대 의료 정책 '원점 재검토' 논의에 대해 "의료개혁과 공공의료 확대를 중단하려는 밀실에서의 야합시도를 중단시켜주시길 요청한다"며 "정책 추진의 책임자인 정부와 여당은 의사만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이 아니라 학자와 전문가는 물론 보건의료단체, 환자단체, 시민사회가 투명하게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약분업 때 의사 정원 준 뒤 한 명도 늘지 않은 일 반복 안 된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먼저 부산과 경기 의정부에서 두 명의 응급환자가 의사를 찾아 헤매다 숨진 데 대해 애도를 표한 뒤 의사와 병원을 향해 "우리 보건 의료노동자들은 노동3권에 기초한 단체행동으로 파업을 할 때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비운 적이 없다"며 "집단 진료거부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더 이상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하지 않기 위해 지금 즉시 응급실과 중환자실만이라도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이어 "보건의료노동자들이 노동3권에 기초한 단체행동을 할 때 병원 경영 악화 우려와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한다며 온갖 탄압과 방해를 서슴지 않던 병원 경영진과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와 전임의의 파업에는 적극적 지지와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같은 공간에서 협업하는 동료이자 노동자로서 그들의 이중적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정부와 여당을 향해 나 위원장은 "의사 인력 확충 문제는 의사집단만의 문제를 넘어서 국민건강권과 보건의료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며 "관련 당사자의 의견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변호사, 군인, 경찰, 교사, 의사 등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역의 정원 문제는 국민과 함께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나 위원장은 "2000년 의약분업 때의 실수를 반복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 위원장은 "20년 전 의약분업을 반대하며 의사들이 집단 업무를 거부하자 정부는 의사들이 원하는 의대 정원 축소를 약속해줬다"며 "2004년부터 2009년까지 200명의 의사 정원이 줄었고 그 이후 단 한 명도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나 위원장은 "당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밀실야합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한다"며 "국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로 의사와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공공의료 확대 등 보건의료개혁과제를 전면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늘 의사단체 모여 국회 중재안 동의 여부 검토
의사 파업이 2주일째 지속하는 가운데 지난 1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한 의장은 최 회장에게 '정부 4대 의료 정책 원점 재검토 명문화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하고 최종 문구 정리와 논의 여부를 의료계로 넘겼다.
국회 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대한전공의협의회를 방문해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되면 의료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의협과 전공의, 전임의, 의대생들의 모임인 젊은의사비상대책위원회는 여야의 중재를 받아들일지 받아들인다면 협상안을 어떻게 만들지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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