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한 종합병원 원장이 집단 진료거부에 나선 의사들에게 "지방 소도시에서 의무적으로 10년간 근무할 지역 의사를 더 뽑겠다는 게 중환자를 버리고 파업에 나설 이유인가"라고 일갈했다.
충남 아산 현대병원의 박현서 원장은 27일 본인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대부분의 의사가 서울에서 일하려 한다는 점에 대해 토로하며 이 같이 적었다.
인구 35만 도시 유일 야간진료 병원 원장의 토로
박 원장은 먼저 "나는 지금 단단히 화가 나있다"고 썼다. 이어 아산시에 있는 대학 병원 한 곳에서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또 다른 종합병원은 전공의 파업으로 응급실 환자를 못 받고 있어 자신이 근무하는 현대병원이 "인구 35만 아산시의 유일한 야간진료 가능 병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환자를 며칠 간 계속 밤새 진료한 게 화가 나는 게 아니다"라며 "이 시국에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여 전국에 코로나를 퍼뜨린 집단에 화가 나고, 환자를 버려두고 파업에 나선 응급실 전공의들에게 화가 난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과학적 안정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방첩약 보험 시행은 나도 반대이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비대면 진료도 반대"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여기 아산 같은 지방 소도시에 의무적으로 10년 간 근무해 줄 지역의사를 한해에 300명, 즉 현재 의대 정원의 겨우 10%만 매년 더 뽑겠다는 게, 그것도 딱 10년간만 한시적으로 더 뽑겠다는 게 아픈 중환자까지 버려둔 채 파업에 나서야 할 절실한 이유인가"라고 물었다.
박 원장은 "정작 의대생과 젊은 전공의 대다수가 서울 사람들이고 시골에 올 생각은 눈꼽 만큼도 없는 사람들"이라며 "지역의사들이 10년을 채우면 서울로 기어 올라가 당신들 밥 좀 빼앗아 먹을까봐?"라고 썼다. 그러면서 "10% 더 뽑은 지역의사가 얼마나 당신들 경쟁자가 되겠냐. 국민들이 우리 의사 월급 2~300만 원으로야 만들겠냐"고 반문했다.
끝으로 박 원장은 "시골에도 무지랭이 할아버지건, 술에 쩔은 노숙자건, 돈 없는 외국인 노동자건 간에 그들이 아플 때 밤새 곁에 있어주는 의사가 필요하다"며 글을 맺었다.
123개 시민사회단체 "공공의료 강화안 후퇴 안 된다"
이날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는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 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의사들이 진료거부를 중단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참여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123개 시민사회단체가 뜻을 같이 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전국 병원에서 일하는 우리가 보기에 의사 수는 절대 부족하다"며 "의사가 충분하다고 말하는 건 의사들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OECD에 비해 1명 가량 부족한데 5000만 명 인구로 따지면 5만 명 정도 의사가 부족한 것"이라며 "그런데 1년에 400명씩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더 뽑겠다는데 의사들이 파업에 돌입했다"고 비판했다.
박 부위원장은 "의협은 지역의사가 부족한 건 '처우가 좋지 않아서'라고 말하는데, 보건의료노조가 지방의료원 의사 임금을 조사한 결과 한 의료원은 의사를 구하지 못해 평균 2억 2000만 원의 연봉을 주고 있었다"며 "도대체 얼마나 더 처우개선을 해야 지역에서 일하겠다는 건가"라고 성토했다.
박 부위원장은 "지역 주민도 공평하게 의료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사망하는 건 나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정부에 보다 강력한 공공의료정책 추진을 주문했다. 대책위는 "보건의료인력계획은 국민건강, 돌봄, 지역사회 복지체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의사단체와 협상만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의협의 진료거부 협박을 달래기 위해 공공의료 강화안을 후퇴시켜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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