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자녀를 특별채용하기로 한 현대기아차의 단체협약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7일, 업무상 재해로 숨진 A씨 유족이 A씨 자녀를 채용하라며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A씨 유족이 패소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현대기아차에서 근무하다 벤젠에 노출돼 2008년 8월 백혈병으로 사망한 A씨 유족이 단체협약에 따라 A씨의 자녀를 채용하라고 사측에 요구하며 시작됐다. 현대기아차는 A씨 자녀의 채용을 거부했고 유족은 A씨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과 채용의무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모두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을 무효로 봤다. 1심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근로조건을 다루고 있지 않아 무효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해당 조항이 근로조건을 다루고 있지만 선량한 풍속에 위반한 법률행위를 무효로 보는 민법 103조를 위반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근로조건을 다룬 것이 맞고 유족 보호,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 구직희망자의 손해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을 때 선량한 풍속을 위반하지도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정년퇴직자 또는 장기근속자의 자녀를 특별채용하는 합의와 달리 산재 사망 근로자의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고 유족을 보호하고 배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이 조항은 사용자의 재해보상 부담을 확장하는 것으로 유족 보호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이 조항은 채용 대상을 결격 사유가 없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기도 하다"며 "사용자의 채용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구직희망자가 입을 수도 있는 손해에 대해 "유족은 공정경쟁 채용에서 우선 채용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절차로 특별채용된다"며 "피고의 사업 규모가 매우 크다는 점과 해당 조항에 따라 채용된 유족의 수가 매우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조항이 구직 희망자의 채용 기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헌법 제33조에 의해 인정되는 협약 자치의 관점에서도 산재 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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