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협, 어떻게 해야 하나?

[박병일의 Flash Talk]

문재인 정부의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어느덧 2년의 시간이 흘렀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임명된 지도 한 달여가 지났다. 이에 남북 경협의 가능성을 탐색해보고, 만일 가능하다면 어떠한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남북 경협을 가로막는 가장 큰 이유는 북한의 핵개발 우려 때문이다. 사실 한반도에 핵을 먼저 들여놓은 것은 북한이 아니라 남한이다. 1950년대부터 주한미군에 의해 다양한 형태의 전술핵이 배치되었으며 심지어 1970년대에는 도입된 전술핵의 수는 약 700발에 달했다. 이때만 해도 북한은 한반도 핵무기 확산 반대를 꾸준히 주장했다. 하지만 1980년대 말 북한은 혈맹이던 구(舊)소련연방이 붕괴되면서 남한보다 열등한 국방력과 미국의 공격 가능성 등을 이유로 체제와 정권 유지를 위한 자위적 목적의 핵개발 필요성이 증대했다.

노태우 정부는 냉전체제 해체에 편승한 북방 외교를 추진하면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1988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했고, 이에 북한도 화답하면서 정상회담의 물꼬를 텄다. 1992년 12월에는 북한과의 회담을 통해 남북한 상호 체제 인정, 상호불가침, 교류 및 협력 확대안(案)을 담은 남북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군부와 보수 세력의 반대로 정작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노력은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후 북한을 대화 파트너로 인식하는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다시 한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1998년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 1001마리를 이끌고 방북,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면서 남북경협사업에도 새 전기를 마련했다. 남북 민간교류를 발판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이 증가할 것이라는 희망에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자, 2000년 6월 분단 이후 최초로 평양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남북 정상회담이 실현되었다. 또한 남북 정상은 상호의 통일 방안(남한의 연합제안(최초 2국가 2체제 2정부)과 북한이 제안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1국가 2체제 2정부))에 공통성이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렇게 이산가족 상봉 및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합의를 담고 있는 6·15 남북 공동선언이 채택됐으며, 개성공단 건립에도 뜻을 같이했다.

2007년 10월에는 평양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 2차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이를 통해 10.4 남북정상선언이 발표되었다. 10.4 선언의 주요 사항을 정리하면, 6.15 남북공동선언을 적극 구현하고, 정전체제 종식과 종전선언을 추진하며, 평화체제를 구축함은 물론, 경제협력 사업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에서 보수로 다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남북 간에는 긴장 관계가 조성되었다. 그 과정에서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독자적인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했다.

촛불혁명을 통해 재집권에 성공한 민주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를 복원함으로써 2018년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1차 정상회담을, 북한 측 '통일각'에서 2차 정상회담을, 그리고 평양에서 3차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도보다리 산책이 있었던 1차 정상회담에서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이 발표됐다. 선언에는 △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 이산가족 상봉, △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 서해 북방한계선 일부를 평화수역으로 지정, △ 상호 불가침 합의, △ 종전선언 후 평화협정 전환, △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남북이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남북 정상이 어렵게 합의한 공동선언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동의가 필요한 우리 현실은 여전히 남북 경제협력을 어렵게 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북한 모두 오랜 반목을 털어내고 화해 의사를 보이고는 있지만, 미국은 핵 폐기가 선행되어야 한반도에서 진정한 평화가 달성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반면 북한은 북한대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중단되고 북미 평화협정이 체결되어 관계가 정상화된 이후에나 비핵화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더해 미·중 갈등과 주변 4대 강국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 역시 경제협력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 정부가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가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식료품과 농·수산물(조업권 거래 포함) 수출은 미국에 의해 주도된 유엔 대북제재 품목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인영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북한 술과 남한 설탕에 대한 물물교환도 제재 위반이라는 지적이 있다.(<뉴스1> 8월 23일 자 보도에 의하면, '작은 교역' 성격의 민간 교류의 시작이 미뤄질 것 같다고 한다. 대북제재 하에서 북한과의 교역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용인 하에 북한과의 작은 교역이 만일 가능하다면, 송이버섯을 포함한 북한산 먹거리와 남한의 쌀도 교역 물품으로 적절할 듯하다.

미국과 한국을 제외한 모든 세계인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북한을 관광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북제재 사항이 아닌 관광을 활성화하는 것도 선택 사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관광의 대가로 현금을 직접 지불하는 대신, 북한이 필요로 하는 의약품 등을 제공한다면 미국의 암묵적 묵인을 득하기 용이할 수 있다. 같은 관점에서,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에 대한 급여를 쌀로 지불하는 것 또한 북미 간 협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설득 방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울러 코로나 방역에 대한 신속한 지원은 정부의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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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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