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확진자는 집회 전부터 늘어"?...그들이 집회 참여한 것 자체가 문제

<조선일보>의 교묘한 '호도'...8.15 전에 감염됐으니, 집회랑 무관하다?

김진태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 통보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코로나 확진자는 8.15 집회 전부터 눈에 띄게 늘어났으니 이미 7월 말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등도 유사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김 전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이젠 8.15 집회 참가자들 그만 따라다니며 걱정해 주시고 대신 민노총(민주노총)이나, 해운대 해수욕장 인파들이나, 콩나물시루 전철부터 챙겨주기 바란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코로나 확진자는 8.15 집회 전부터 눈에 띄게 늘어났으니 이미 7월 말부터 문제가 있었던 거 아닐까요"라며 "방역 잘못한 책임을 애먼 교회나 보수시민에게 뒤집어씌울 생각 하지 말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았다. 주 원내대표는 "코로나19 잠복기를 고려하면 8월 대량 확진자는 8.15 집회로 인한 건 아니라고 보인다"며 "그 이전에 이미 방역에 구멍이 생겨서 감염된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인식과 유사한 내용의 기사가 있다. <조선일보> 20일 자 '의료계 '코로나 잠복기 고려하면, 광화문 집회는 확산 주범 아냐''라는 제목의 기사다.

이 기사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한 연휴 첫날, 광화문에선 불법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며 "방역 수칙은 지켜지지 않았고 집단감염이 시작됐다"고 말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 기사는 "최근 집단감염 원인을 15일 광화문 집회에서 찾은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고 의원의 글은 8.15 집회 이전의 감염을 8.15 집회 탓으로 돌린 것으로 읽히지 않는다. 8.15 집회를 "집단 감염의 시작"으로 본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그런데 <조선일보> 기사는 이를 '최근 집단 감염'이라는 말로 뭉개며 고 의원의 발언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있다.

이 기사는 엄창섭 고려대 의대(미세구조생물학) 교수가 "학계에서 인정하는 공식적인 코로나 잠복기는 평균 5.2일"이라며 "확진자가 8월 14일부터 증가하기 시작했으니 이번 증가의 원인이 된 일들은 8월 14일부터 적어도 5일 이전인 8월 9일로부터 (최장 잠복기인) 14일 전인 7월 31일 사이에 발생했다고 봐야 설명이 된다"고 주장한 내용을 소개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창원 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도 "잠복기를 고려하면 15일 광복절 집회와는 연관이 없다. 그런데 방역 당국은 광복절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부터 찾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국내 감염 코로나 확진자는 14일까지 50명 아래였지만 15일 155명, 16일 267명으로 폭증했다. 마상혁 교수는 '휴가철이라 왕래가 증가된 것이 감염 확산이 벌어진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8.15 전에 감염된 사람들? 그 사람들이 8.15에 참석한 게 문제

이는 문제의 핵심을 벗어난 지적이다. 8.15 집회 전후의 확진자 폭증이 사실이라도, 광화문 집회가 '뇌관'을 건드렸을 가능성에 정부 당국은 방역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8.15 집회 이전에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이 전국에서 운집한 2만여 명 규모의 8.15 집회에 참여했다가 다시 되돌아가는 과정 자체가 문제이지, 8월 15일, 16일 나타난 감염자가 언제 감염됐는지 여부는 곁가지의 문제다. 즉 <조선일보> 등의 지적대로 8.15 집회 이전에 코로나 확진자가 많았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 확진자들 다수가 8.15 집회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오히려 정부 당국은 8.15 집회 이전 감염 확산세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8.15 집회가 '전국 확산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경고했다. 그러나 '확산 우려' 경고를 무시하고 8.15 집회를 강행한 건 보수 단체 등이다.

<조선일보>의 기사에 따르더라도 잠복기가 5일~14일이라면, 8.15집회 이후 오늘(20일) 이후가 문제다. 오늘 이전에 8.15 집회 참석과 감염의 역학관계가 확인된 확진자들이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그래서 주호영 원내대표도 '최근 확진자'가 8.15집회와 관련이 없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을 즈음의 집회라는 점에 비춰보면 국민들이 많은 우려와 걱정을 하고 계셨다"며 "대규모 집회를 통해 확진자가 광범위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참가자 중 걱정되시는 분들은 빠짐없이 검사를 받기 바란다"고 말한 것이다.

<조선일보>나 김진태 전 의원의 주장은 현 시점에서 의미가 없는 지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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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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