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도부터 특혜성 논란과 주민 의견 수렴 미비로 질타를 받았던 부산시 사전협상제도의 두 번째 개발 계획안이 접수됐다.
대규모 유휴 부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용도지역을 변경해주는 만큼 첫 사전협상제도 실시 때보다 지역 주민들과 부산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시는 한국유리 부지 사전협상제도를 위한 계획서가 접수돼 대상지 지정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사전협상제도란 도시지역 내 5000㎡ 이상의 유휴 토지 또는 대규모 시설 이전 부지를 개발할 때 부산시와 민간 제안자, 외부전문가가 해당 토지의 용도지역 간 변경과 개발계획 수용 여부 등을 일괄 협상으로 결정하는 제도다.
부산에서는 해운대구 한진 콘테이너야적장(CY) 부지가 처음 사전협상제도를 도입했고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는 등의 마지막 절차에 돌입해 있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한국유리 부지(13만9271㎡)는 두 번째 사전협상제도 대상지로 민간사업자인 동일스위트가 용도를 공업지역에서 준주거·상업지역으로 변경해달라며 부산시에 사전협상 개발 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사업 계획안을 보면 최하 8층~최대 37층 공동주택 15개 동과 최고 49층인 생활형 숙박시설인 레지던스 2동, 해양관광·문화·체육시설 등을 조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면적별로는 주거시설 47%, 해양관광·문화·체육시설 31%,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 22%로 구분된다. 공공기여금은 용도지역 변경 후 토지감정가의 21.6%다. 지난해 초 탁상감정가 기준 625억 원이다.
동일 측은 지난 2년여 동안 부산시와의 협상을 통해 공공성이 높은 해양관광·문화·체육시설 등 공공시설 비율을 높이고, 주거시설 비율을 54%에서 47%로 줄인 만큼 이번에는 사전협상 대상지 지정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유리 부지 인근 주민들은 고층 건물로 인한 일조권, 조망권 침해 우려와 함께 주민들의 편의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황운철 기장군의원은 "공장이 가동되고 있을 때도 주민들이 한국유리 앞쪽의 바닷가를 이용하는 데는 별다른 지장이 없었지만 개발계획(안)과 같은 건물들이 지어졌을 때 과연 주민들과 나잠어업인들이 예전과 같이 자유롭게 바닷가를 왕래 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벌써 주변 마을에서는 보상에 대한 금액인지, 동의에 대한 금액인지는 알 수 없으나 구체적인 액수들이 설왕설래하면서 시끄러워지고 있다"며 "한국유리 앞쪽에 있는 나잠어업인들의 어장피해는 물론이고 이 글에서 거론되지 않은 내가 알지 못하는 피해까지도 관청의 전문가들이 꾸린 T/F 팀에서 잘 챙겨 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전했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사전협상제도의 기본은 공공성이다. 레지던스도 결국 숙박시설이 되는 것이기에 주변 지역을 연계한 앵커 시설을 만들어서 부산에서도 의미 있는 지역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주택이나 레지던스를 짓기 위한 사전협상제도는 말 그대로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다"며 "공공성이 강한 해안가에 짓기 위한 구실로 작용하면 사전협상제도를 왜곡하는 것이다. 부산시에 어떤 도움이 되고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에는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부산시가 관공서로서의 기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한국유리 부지를 개발하는 것이 옳은지 포괄적인 정책적 방향을 논의 중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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