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서리풀 논평] '코로나+집중호우' 복합재난, 근본 대책은?

코로나19로 모두가 고통을 겪는 마당에 큰비와 홍수까지 겹쳤다. 집까지 물이 들어 당장 의식주가 문제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농작물 피해를 비롯한 경제적 어려움까지 곧 닥칠 테니 설상가상 격이다. 아무쪼록 피해 주민들이 건강하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먼저 강조할 것은 이 와중에도, 여러 위험이 겹친 상태에서 피해가 새로 생기거나 더 커지지 않도록 모두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홍수나 산사태를 피해 한 곳에 모인 사람들이 코로나19 감염에 노출되지 않도록 더 촘촘한 예방조치가 필요하다. 곳곳의 방역 당국이 추가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한 가지 걱정거리는 이에 대한 대응 체계다. 요즘은 모든 재난이 '복합 재난'이라 말하지만, 재난 대응도 복합 또는 종합인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여러 정부 부처와 사회 각 분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협력해야 하는 다(多)-분야, 초(超)-분야 협력은 아직 허점이 많다. 일부 지역의 코로나19 대응에서 이미 경험한 것 그대로, 다른 재난까지 겹치면 그 협력이란 기껏 매뉴얼이나 문서 수준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자연재해로 보이는 많은 재난이 실은 인재에 해당한다는 사실도 마음에 걸린다.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그렇지만 많은 비나 태풍은 그 자체로 재해라기보다 인공의 조건이 재해를 만들거나 키운다. 예를 들어 이런 것.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전국 임야에서 총 232만7495그루의 나무가 베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올해 장마 기간에만 벌써 6곳의 산지 태양광발전시설에서 토사 유실 등 산사태 양상이 확인됐다.(☞ 관련 기사 : <연합뉴스> 8월 8일 자 '[팩트체크] 산지 태양광설비와 산사태 연관성은?')

또한, 재해의 불평등 때문에도 자연재해를 자연의 산물이라 하기 어렵다.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또는 "생전 처음 보는" 비라고 하지만, 막상 그 피해는 어디에서 누구에게 집중되는가? 언뜻 헤아려도 비수도권, 농촌, 저소득층, 노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여기서 '자연'은 이런 불평등한 결과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넘어 배후의 구조를 숨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의 재난은 또한 미래 사건을 규정한다. 이제 곧 피해를 복구하려는 조치가 뒤따르고 조금 장기적으로는 예방에 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점, 그리고 다들 큰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 여기에도 불평등, 그중에서도 불평등한 정치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7년 일어난 포항의 지진 피해도 이런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포항지진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시행령이 입법예고됐지만 턱없이 부족한 피해구제 지원금 때문에 포항시와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산업통상자원부가 27일 입법예고한 포항지진피해구제특별법 시행령에는 지난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경북 포항지진의 피해구제 지원금을 피해 금액의 70%로 제한하자 전액 보상을 요구해온 주민들이 피해금액 한도를 수용할 수 없다며 시행령 개정에 나서고 있다.(☞ 관련 기사 : <내일신문> 7월 28일 자 '"지진피해 지원금 70% 너무 적다"')

예상하건대, 둑을 더 쌓고 댐을 더 만들자는 대응 방법이 가장 목소리가 높을 수 있다. 당장 둑이 터졌고 강이 범람했으니 그럴 수 있다. 무분별한 건축허가와 태양광 설치를 막자는 요구도 분출할 것이다.

바른길이 아니나 다수 목소리가 이렇게 갈 것 같아 곤혹스럽다. 모든 직접 당사자의 이해관계에 부응하는 것이 바로 이런 토목으로 접근하는 것이니 왜 그렇지 않겠는가? 곳곳에서 유사 4대강 사업이 벌어질 수 있고, 한국형 '그린 뉴딜'에 편승할 수 있으면 가장 강력하다.

국가하천은 이미 100년 빈도 홍수에 대비하는 설계를 한다고 하는데, 이제 200년, 500년으로 늘린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농담이 아니다. 강을 개발하고 정비해야 하며 댐을 지어야 한다는 쪽에서는 이번 재해가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렇게나 댐을 많이 지었지만 홍수피해 규모는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의 홍수 피해액은 수백조 원에 달한다. (중략) 댐의 효용성이 줄어들자 이제는 이상기후에 대비해야 한다는 억지주장까지 하고 있다. 지금의 100년, 200년 빈도가 아닌 1000년 빈도, 혹은 1만 년 빈도의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프레시안> 2015년 1월 30일 자 '홍수 예방? 붕괴 피해 걱정할 판')

'미봉책'이란 점에서 코로나19라는 재해는 얼마나 다를까? 공공병원과 보건의료체계를 정비하자는 요구는 홍수 통제 시스템을 잘 만들고 대피할 장소를 미리 확보하자는 정도의 대책이다. 백신은 약한 강둑을 보강하거나 상습 침수지역을 없애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근본 대책을 두고는 공부와 논의와 실천 모두를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경우, 당장 꼭 필요하나 이 정도로는 다음 재난 대비로도 어림없다. 100년 빈도를 넘는 강수량(새로운 감염병)이나 갑자기 들이닥치는 지역의 무더기 비(특정 지역의 대규모 유행) 또는 물길을 바꾸는 새로운 인공물(도시화, 생활방식, 새로운 노동 등)은 필시 다음 또는 다른 재난으로 이어진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런 자연재해는 곧 인재다.

고통과 아픔을 바로 앞에 놓고 '장기'와 '근본'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윤리적인지, 여기에 합당한 비판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재난 대비란(장단기를 가리지 않고) 그 재난의 직접 영향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관심을 벗어난다는 사실 또한 무겁게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만 지나도 장기와 근본을 생각할 여력과 에너지가 고갈되는 마당에야.

그 근본이란? 우리는 코로나19와 빈발하는 자연재해가 필연적으로 또 구조적으로 지금의 사회경제체제(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이해한다. 이번 홍수를 두고 일부에서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라고 말하는 이유와도 통한다. 이제는 우리가 '인류세(anthoropocene)'를 산다는 사실이 조금은 익숙한바, 지구적 규모에서 생태계와 사회경제체제의 위기가 지금 우리 삶에 개입한 것이다.(☞ 관련 기사 : <프레시안> 3월 23일 자 '新감염병 레짐...신자유주의적 코로나19')

이 차원과 범위에서 근본이란 어렵고 논쟁적이다. 바로 무슨 현실적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복합 재난 상황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두고는, 공통의 근본 원인을 생각하고 어떤 방향으로 무엇이 가능한지 성찰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기에 필요한 정치적 실천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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