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입사 때부터 회사 임원에게 성희롱을 당했다. 어깨를 주무른다거나 얼굴을 만진다거나 악수를 청하며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꾹 누른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딸 같아서 그런다'며 '혼전 성관계를 하지 말라'고 훈계하도 했다. A씨는 임원에게 그만하라고 한 적도 있지만 성희롱은 멈추지 않았다. A씨는 강하게 항의하면 해고되지 않을지, 증거가 별로 없는데 가해자를 신고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직장인 B씨도 상사에게 언어 성희롱을 당했다. 상사는 평소 여직원을 이름이나 직책이 아닌 '아가'라고 부르며 '치마가 잘 어울린다'는 등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여성은 라인이 드러나는 옷을 입지 않으면 뱃살이 나온다'와 같은 말도 했다. B씨는 어렵게 용기를 내 상사의 언어 성희롱을 고발했다. 이후 집단따돌림이 시작됐다. 직장 동료들은 B씨와 대화하지 않고 인사도 나누지 않았다. 결국 B씨는 해고까지 당했다.
갑질을 당한 직장인을 돕는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례와 함께 피해가 발생해도 이를 신고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발했다.
직장갑질119는 3일 보도자료를 통해 7월 한 달 간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 제보를 발표했다. 신원이 확인된 직장 내 괴롭힘 이메일 제보 247건 중 19건(7.69%)이 성희롱 제보였다.
직잡갑질119에 접수된 제보에는 '남자 상사가 여직원에게 일주일에 성관계를 몇 번 하느냐고 묻는다', '귓속말을 하며 귀에 손가락을 넣는다', '손을 만지고 머리를 쓰다듬더니 팔과 가슴 옆쪽을 건드린다', '회식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히고 허벅지를 쓰다듬는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제보자 상당수는 보복이나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 집단따돌림이나 해고를 당했다는 제보자도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은 회사 대표나 인사권을 가진 직장 상사가 가진 위력 때문에 성추행을 당해도 따돌림이나 괴롭힘이 두려워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며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행위이지만 실제로는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어 성범죄 신고를 이유로 한 보복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직장갑질119는 이날 직장 내 성희롱 5계명을 제언하기도 했다. 5계명은 △ 직장 내 성희롱은 권력관계에 기반을 두고 있어 한번 발생한 뒤 반복되기 때문에 초기에 대응할 것 △ 피해 사실을 잘 기록하고 증거를 마련할 것 △ 지지해 줄 동료나 노동조합, 외부 상담 기관 등에 도움을 요청할 것 △ 사과, 징계, 피해 구제 등 목표를 명확히 하고 표현할 것 △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질화할 것 등이다.
직장갑질119는 특히 초기 대응과 관련해 "보통 가해자는 성희롱 직후에는 가해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에 가해자에게 성희롱 사실을 확인받고 이를 녹음해 두는 것도 매우 유용하다"며 "신체 접촉 등 성추행이 발생했을 시에는 즉시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만으로도 유리한 증거가 되며 소리를 질러 주변에 알리는 것도 유용한 증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법원이나 정부기관은 성희롱의 밀행성을 고려해 피해자의 증언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경우 증언만으로도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성희롱 상황을 구체적으로 자세히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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