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김태흠과 설전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발끈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박원순', '법무-검찰 갈등' 파상공세

7월 임시국회 정치·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법무부-검찰 갈등 이슈로 정부·여당에 공세를 폈다.

답변대에 선 추미애 법무장관은 22일 야당 의원의 공격적 질문에 날선 반응과 함께 반격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정 총리 "대통령, 박원순 사건 말 안 할 수도 있다"

대정부 질문에 참석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통령께서 다른 국정을 돌보고 계시기 때문에 그부분에 대해서는 말씀을 하실 수도 있고 안 하실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총리는 '문 대통령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하시는 분인데 왜 침묵하고 있느냐. 공소시효가 지난 고 장자연·김학의 엄정수사를 지시했다'고 김태흠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적하자 "박원순 전 시장의 상황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의원은 "미국 CNN은 문 대통령이 침묵해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문 대통령의 성인지 감수성이 '네 편 내 편'에 따라 작동하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정 총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민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라 내년 재보궐 선거에 서울·부산 시장 후보를 내지 않는게 맞지 않냐는 질문에는 "개인적 생각은 있지만 현재는 국무총리이기 때문에 정당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당에서 일할 때 이제 보궐선거를 유발한 정당은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게 좋겠다는 말을 저도 직접한 적 있고 당시 상대 정당의 대표도 호응을 했다"며 "그것이 벌써 15년 전인데 지난 15년 동안 어느 정당도 그것을 실천한 정당이 없다. 그 점에 대해 저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여성의 고소 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 실시간 전달된 것이 위법이 아니냐'고 묻자 정 총리는 "만약 피해자에게 전달이 됐고 그 진원지가 경찰이라든지 정부 쪽에서 그런 일이 이뤄졌다면 거기에 대한 책임이 따를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서울시의 방조·묵인에 대한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진상규명을 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모든 것은 법과 제도에 의해서 순리대로 이루어질 일이기 때문에 법과 제도에 의해서 밝혀질 것은 밝혀지고 또 누군가가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질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총리는 또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든 어떤 방법으로든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국가는 법에 의해서 보호하고 우리사회도 거기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 총리는 민주당이 제기하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론에 대해 이날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정부는 국가 균형발전에 대해 확고한 원칙과 철학을 갖고 있지만, 공공기관 추가 이전 등은 법·제도 정비도 필요하고 국민 공감대가 있어야 추진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 총리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가 전체적으로 준비하고 있지는 않고 균형발전위원회 차원에서 연구한 것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이다. 균형위 차원의 청사진은 있지만, 당정청 간 논의가 선행돼야 하고 국민의 지지와 국회가 그것을 뒷받침할 결정을 해줄 수 있느냐에 따라 실행력이 결정될 것"이라며 "이전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공공기관) 구성원의 수용성도 필요하고 국민의 지지와 국회 논의도 필요한 만큼 정치권에서 좀더 긴밀히 논의해 달라"고 선을 그었다.

정 총리는 부동산 대책과 관련, 주택공급 확대 대책을 "7월말쯤 국민께 보고드릴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태릉 (군)골프장에 아파트를 짓는 것을 포함해 도시 역세권 개발이라든지, 재개발·재건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한 공급 확대 정책을 활발히 검토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추미애, 윤석열·한동훈 맹비난…박병석도 답변태도 지적

한편, 김태흠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에게 "평소 성범죄에 단호한 입장이었지 않았나. 왜 주무 장관으로 이 사건에 왜 침묵하는가"라고 질의했다. 추 장관은 "지켜보고 있다"며 "아마도 의원께서 질의한 사안 5건 정도가 고소·고발돼 있다는 것 알고 있고, 경찰 수사 중인 상태다. 검찰 단계를 넘어 보고 받으면 그때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권력형 성범죄에서 중요한 게 피해자 보호다. 박 전 시장 지지자들로부터 피해자가 2차 가해를 받고 있는데, 장관이 '아들 신상 건드리지 말라'고 세게 말한 적이 있는데 (박 전 시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도 강력 대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자 추 장관은 발끈했다. 추 장관은 김 의원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고 "제 아들은 아무 문제 없다"며 "이 사건 질문과 제 아들 문제는 관련이 없다. 질의에도 금도가 있다"며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피해자 보호 관련 입장은 언급하지 않았다.

추 장관의 '강경 모드'는 이어진 법무부-검찰 간 갈등 관련 사안 답변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김 의원이 추 장관 초선 의원 시절 1996년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법안에 참여했던 이력을 거론한 후, 법무부 장관이 돼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을 지적하자 "그 당시는 당론이라 그렇게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라며 "24년 전에는 법무부 장관이 검사 출신이고,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이 관례적으로 지휘를 했고 검찰총장이 말없이 따랐던 때"라고 받아쳤다.

이어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지금은 법무부 장관이 극히 예외적으로 검찰총장이 수사의 중립성을 깨든가, 스스로 회피해야 마땅한 사건에 대해 깊숙이 개입하기 위해 부장회의와 수사자문단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수사의 독립성을 깨고 있는 검찰총장을 문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을 유념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김 의원이 '본인을 핍박의 주인공이라고 표현했는데 핍박의 주인공은 윤 총장이다'고 말하자 "검찰총장이 (검·언 유착) 수사팀을 계속해서 흔들려고 했던 것은 이미 언론보도에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고 말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무슨 이유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느냐'고 묻자 "검찰총장의 이른바 직연. 직장에서 오래 쌓은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관계에 있는 사람이 이번 사건과 연계돼 있다"며 "(윤 총장은) 당초 스스로 회피하고자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소집하고 손을 떼겠다고 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추 장관은 수사권지휘 발동 이유에 대해 "검찰총장의 이른바 직연, 직장에서 오래 쌓은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관계에 있는 사람이 이번 (검언유착) 사건과 연계돼 있다"며 "수사자문단을 추진하지 않도록 여러 차례 권고를 했는데 듣지 않고 수사의 중립성을 해칠 우려가 농후해 지휘권을 발동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총장은) 당초 스스로 회피하고자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소집하고 손을 떼겠다고 한 바 있다"면서 "그 약속을 어기고 부장회의가 그런 결론을 내리지 않았음에도 전문수사자문단을 일방적으로 소집하고 수사팀의 의견은 듣지 않았다"고 했다.

윤 총장이 검사장회의를 소집한 것과 관련해서는 "언론을 향해 장관 지휘가 부당함을, 힘을 과시하면서 세 과시를 하며 알리려고 한 게 아닌가 짐작된다"고 해석했다. 박 의원이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녹취록을 본 소감을 묻는 말에 "고위 간부인 검사장으로부터 '일개 장관'이라는 막말을 듣는 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꼈다"며 "검사장이라는 검찰 고위 간부로부터 그런 막말을 듣는 것에 대해 상당히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녹취록이야말로) 유착의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 의원이 윤석열 총장의 장모에 대한 의혹, 나경원 원내대표 사건 등을 언급하며 "혐의 없으면 종결하면 되는데 수사가 엿가락처럼 늘어져서 진행되지 않는다"고 이 건과 대비하며 추 장관 생각을 묻자 "제가 따로 말씀 안드려도 검찰 선택적 수사 선택적 정의 펼치고 있다 불신하는 상황이고 의원이 제기한 문제가 포함돼있지 않나 한다"고 답했다.

추 장관은 또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한동훈 검사장과 관련해 "수사가 끝나면 감찰하겠다"며 "(한동훈) 검사장은 법무연수원으로 발령을 냈기에 법무부 감찰 권한 안에 들어와 있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 김태흠 의원이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참석,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답변 태도를 문제삼고 있다. ⓒ연합뉴스

추 장관의 답변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김태흠 의원이 법무부 장관 입장 가안문이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에게 유출됐다는 논란에 대해 질의하며 '수명자'(법률 명령을 받는 사람)라는 법률 용어가 유출 증거라고 주장하자, 추 장관은 "그래서 어쨌다는 건가"라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김 의원은 "왜 자꾸 따지려고 하느냐, 답변만 하면 되지. 지금 국회에 싸우러 나왔냐"고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이 "장관님 기분 가라앉히고, 여기 와서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거다"라고 지적했고, 추 장관은 "싫은 소리를 들을 자세는 충분히 돼 있지만, 모욕적 단어나 망신 주기를 위한 질문은 삼가 달라"고 했다.

김 의원은 또, "조국의 적은 조국이라는 의미에서의 '조적조', 추미애의 적은 추미애란 뜻에서 '추적추'라는 말을 항간에서 들어봤냐"고 비아냥 섞인 질문을 던지자 추 장관은 "김 의원으로부터 처음 듣는 얘기다"라고 했다.

추 장관의 답변 태도에 야당 의석에서는 항의가 나왔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추 장관의 태도를 지적하며 항의했다. 그러자 박 의장은 "의원이 국민을 대표해서 하는 질문이니까 국민 전체를 상대로 정중하게 답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추 장관과 김 의원의 설전은 이어졌다. 김 의원은 계속해서 수명자란 표현을 자주 사용하느냐고 질의하자 추 장관은 "법전에 있는 말"이라고 되받아쳤다. 그러자 추 장관 발언 자료에 '수명자'란 표현이 없다고 지적하자 "법전에 있다"며 버럭했다.

추 장관은 "저는 명령, 지휘 이런 말을 즐겨 쓴다. (검찰의) 최고 감독자"라며 "장관 명을 받들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수명자' 표현을 쓴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의원님 말씀은 남자인 최강욱 의원은 수명자라는 표현을 쓸 수 있고, 장관인 저는 여성이라고 못 쓰냐"고 '수명자' 논란을 젠더 문제로 치환하려고 했다. 이어 "박 전 시장에 대한 피해자는 그렇게 안타까워하면서 제 아들 신상까지 결부시켜 질문을 하니, 이 정도밖에 답변을 못 함을 양해 해달라"고 했다.

한편, 여성으로는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 의장단에 선출된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이날 처음으로 의사봉을 잡았다. 그는 "여성이 여기까지 오는 데 73년이 걸렸다. 감개무량하다"며 "오늘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그동안 제대로 대표되지 못했던 인구의 절반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상징적인 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 국회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명실상부한 대의민주주의의 요체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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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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