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강령 초안 나왔다…광주민주화운동, 6월항쟁 담아

2012년 새누리당 강령과 흡사…노동·성평등 관련 전향적 언급 주목

미래통합당이 당 강령 전면개정안의 초안을 공개했다. 전체적으로는 2012년의 옛 새누리당 강령과 유사점이 많은 내용이었는데, 특히 보수정당의 강령에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6.10 민주항쟁 등 민주화의 역사가 구체적으로 언급된 점이 눈길을 끌었다.

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위원장 김병민 비대위원)는 20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모두의 내일을 위한 약속"이라는 제목의 강령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 보고됐으며, 향후 상임전국위·전국위를 거쳐야 확정된다.

통합당 새 강령의 첫 문장은 "미래통합당은 모두의 내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정당이다"였다. 2017년부터 계속 강령의 첫머리에 등장해온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사실상 사라졌다.

통합당 기존 강령(2020.2.14)의 첫 문장은 "미래통합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통해 발전해온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승 발전시킨다"였다.

2017년 2월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고치며 만든 당시의 강령은 "자유한국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칙의 헌법 가치에 기반하여 대한민국의 지속적인 발전과 평화통일을 지향함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모든 세대가 공정하고 부강한 국가에서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로 시작한다.

새 강령은 오히려 2012년 새누리당 강령과 비슷하다. 새누리당 강령은 "새누리당은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며 모든 정책의 입안과 실천에 있어 오로지 국민의 뜻에 따를 것임을 약속한다"로 시작한다.

강령의 제목도 이번 개정안은 '모두의 내일을 위한 약속', 2012년 새누라당 강령은 '국민과의 약속'이며, 2017년 자유한국당 강령, 2020년 2월 미래통합당 강령은 '우리의 사명'이었다.

내용적으로도, 기존 한국당-통합당 강령이 1항으로 '헌법가치와 법치주의 존중'(한국당), '법치를 바탕으로 한 공정한 사회 구현'(통합당) 등 보수진영의 전통적 이념 가치를 들고 있는 데 반해, 이번 개정안과 2012년 새누리당 강령은 첫 항목에서 공통적으로 사회경제적 시대정신을 담았다.

예컨대 2012년 새누리당 강령의 첫 항목은 '복지'였다. "우리는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것이 시대적 요구임을 깊이 인식하고, 촘촘한 사회안전망과 실효성 있는 복지제도를 확립한다. 평생맞춤형 복지체제를 구축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비롯한 모든 국민의 자아실현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무너진 기회의 사다리를 복원해 대한민국의 사회적 역동성을 다시 회복한다"는 것이 새누리당 강령에서 가장 먼저 제시된 분야별 내용이었다.

이날 공개된 통합당의 새 강령 개정안의 첫 항목은 '공정'이었다. 통합당은 "우리는 모든 국민이 공정하고 다양한 기회를 누리도록 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임을 깊이 인식하고, 입시와 취업, 병역 등 우리 사회 전반에서 반칙과 특권이 허용되지 않도록 한다"면서 "국민 누구나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보장할 것이며, 개인의 존엄과 창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제도를 마련한다.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해 경제민주화를 구현하고, 사회적 양극화 해소에 앞장서며, 편법과 부정부패에 단호히 대처해 공동체 신뢰를 회복한다"는 내용을 첫머리에 배치했다.

기존 통합당 강령에는 아예 언급이 없었고 2017년 한국당 강령에도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의 공과를 반성적으로 승계"한다고 짤막하게만 언급돼 있던 민주화 역사를 대폭 강령에 반영한 점도 특기할 만하다.

통합당은 '공정'에 이은 2번쨰 강령으로 '통합'을 제시하면서 "우리는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하며 진영 논리에 따라 과거를 배척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새마을 운동 등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산업화 세대의 '조국 근대화 정신'과, 자유민주주의를 공고히 한 2.28 대구 민주운동, 3.8 대전 민주의거, 3.15 의거, 4.19 혁명, 부마항쟁, 5.18 민주화 운동, 6.10 항쟁 등 현대사의 '민주화 운동 정신'을 이어간다"는 구체적 서술을 개정안에 담았다.

이어 △성장동력 △노동 △복지·평등 △외교안보 등 4개 분야에 대한 내용이 제시됐다. 이 가운데 '노동' 분야와 관련해서도 상당히 전향적 내용이 담겼다.

"우리는 일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고,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으며, 노력한 자에게 합리적 보상이 주어지는 노동시장 조성에 앞장선다. 안심하고 기업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제적 성장을 돕는다.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환경을 만들고, 노동시장의 고용안전망을 강화해 나간다."

노동 문제를 다룬 더불어민주당·정의당 강령과 비교해 보면, 문안상으로는 통합당 새 강령안이 이들에 비해 딱히 더 보수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다. 오히려 '일할 수 있는 권리', '일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 등의 표현은 민주당 강령보다 더 나아간 면이 있다.

민주당은 강령 전문에는 아예 노동 관련 내용이 없고, 후반부의 부문별 정강정책 가운데 '일자리·노동' 부분에서 "적정한 임금과 안정적인 노동환경을 구축하며 일자리 안전망을 강화한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실현해 일하는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권익을 보장받으면서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추구한다. 헌법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노동인권 및 노동기본권을 신장한다. 일하는 사람이 경제와 사회의 한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하고 자율적인 노사관계를 촉진시키고, 사회적 대화기구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내용을 두고 있다.

정의당은 강령 첫머리에서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이라고 표방하고 있고, 노동 관련 항목에서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 것이다. 모든 인간이 존엄하듯, 모든 노동은 존엄하다"며 "우리는 시민의 보편적 권리로서 노동권을 보호하고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 것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통합당 새 강령은 또 '복지·평등' 부분에서도 "모든 영역이 성인지 관점에서 작동되는 양성평등 사회를 지향하며 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선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2012년 새누리당 시절부터 한국당, 통합당에 이르기까지 이 당의 강령에 성평등 관련 내용이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합당 특위는 "오늘 비대위에 보고한 (초안) 내용을 바탕으로 향후 의원총회 및 기타 정당 구성원과의 소통을 진행할 예정이며, 동시에 정강과 한 세트로 구성되는 '10대 정책'의 구성 작업도 함께 진행해 나가겠다"면서 "여름 내로 당 정강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완성시키고, 당명 개정 등 실질적 변화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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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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