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불법 승계 위해 희대의 마술을 부리다

[박병일의 Flash Talk]

5년 전 KBS에서 방영된 <장사의 신-객주>라는 드라마가 있다. 극 중 '길소개' 역할을 맡았던 유오성은 돈이면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목적 달성을 위해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않는 냉혈한 상인이었다. 1800년대 말 조선시대 보부상과 당시 사회상을 다루었던 <객주>를 떠올리다 문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습이 겹쳤다. 다만 길소개와 이 부회장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길소개는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육의전 대행수에 오르겠다는 야망에 휩싸여 악랄해진 자였다. 반면, 이 부회장은 세계적으로도 부유한 아버지를, 그것도 외동아들이라는 신분으로 만나 '삼성'이라는 거대 육의전 대행수 자리에 손쉽게, 그것도 아주 부정한 방법으로 올랐다는 점이다.

그간 삼성이 보여준 비윤리적 모습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으나 몇 가지만 꼽아보자.

무노조 경영을 표방하던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탄압이 시작되었다. 노조 가입률이 높은 일부 협력사에 대한 위장 폐업이 이뤄지고 조합원에 대한 생계 압박이 이어졌다. 2014년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 분회장이었던 염호석 씨의 3월 급여는 70여만 원, 4월 급여는 41만 원이었다. 생활고가 극심한 수준이었다. 이에 노조는 파업에 돌입했다. 같은 해 5월 "저의 죽음으로 지회의 투쟁이 승리하기를 바란다"라는 당부와 함께 "지회가 승리하는 날 시신을 화장해 정동진에 뿌려달라"는 부탁을 남기고 염호석 씨는 강릉 해안도로 인근 승용차에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그런데 염호석 씨 사건으로 노조의 투쟁이 격화할 것을 우려한 삼성은 그의 부친에게 6억 원을 주고 회유하는 한편, 공권력과 결탁해 장례식장에 경찰 병력 300명을 투입, 이를 제지하는 유가족과 조합원들에게 캡사이신을 뿌리고 강제 연행까지 하며 시신을 강제로 탈취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급성백혈병에 걸려 숨진 황유미 씨의 아버지는 딸의 35번째 생일 한 달 뒤인 5월 21일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보낸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지난 13년 동안 반도체 및 LCD 사업장에서 작업자들에게 각종 불치병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질별 발생의 인과관계를 부인해 오다 사과한 것이다. 그 사이 고(故) 황유미 씨와 같은 백혈병을 비롯해 유방암, 뇌종양, 폐암, 난소암 등의 발병으로 신음하는 직업병 피해자들은 늘어만 갔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29일 삼성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준 말 3마리(약 34억 원)가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뇌물이었으며,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승계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총 뇌물 및 횡령액 86억 원).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러운 급성심근경색 발병으로 이 부회장이 삼성을 급작스럽게 승계받기 위해 벌인 일은 전 정권과 국정농단 당사자에 대한 아부에만 그치지 않았다.

삼성이 이를 위해 벌인 일은 희대의 마술과 같았다. 이 회장 사망 이전에 삼성 지배 지분을 넘겨받고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측되는 상속세를 절감하기 위한 각종 불법과 탈법이 동원되었다. 즉, 1996년에 증여받은 61억 원을 종자돈으로 다른 계열사의 주식과 전환사채를 헐값에 매입하고, 지분율을 늘린 기업을 다른 자회사와 누가 봐도 불합리한 형태로 합병 혹은 상장했다. 그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조작한다거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채를 회계에 반영하지 않거나 등. 심지어 국민연금까지 악용했다. 또한 삼성물산의 해외 수주 은폐와 주가 조작 및 배임 혐의로 의심받을 수 있는 모든 부정한 방법을 총동원해 승계 작업이 진행됐다. 1996년 부친에게서 증여받은 종자돈 61억 원은 역시 불법적인 방법으로 현재 6조3000억 원까지 늘어났다. 단순히 계산해도 종자돈이 1000배로 불어났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상속세는 내지 않고 있다.(☞ 관련 기사 : <한겨레> 2018년 11월 26일 자 '61억→6조 만든 마법…'삼바'가 이재용 승계 마지막 한수였다')

일부에서는 이 부회장의 불법에 대해 대한민국의 경제를 위해서라도 선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심지어 지난 6월 26일 각계 전문가 위원이 참여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조차도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의결했다. 하지만 원론적으로 삼성은 이 부회장 개인의 회사가 아니다. 이 부회장이 아니라도 주주가 선임하는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맡으면 된다. 또 검찰이 주장했듯, 이 부회장이 구속 상태였을 때 삼성전자의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굳이 이런 얘기가 아니더라도, 법은 만인 앞에 '당연히' 평등해야 하고, 불법에 대해서도 '당연히' 눈을 감으면 안 된다. 삼성과 이 부회장이 범한 불법에 대해서는 응당 처벌받아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삼성이 국민에게 신뢰받는 윤리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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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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