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국공 사태'에 쏟아진 비판을 비판한다

[박병일의 Flash Talk]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인천공항공사에는 9785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근무하는데, 그 중 2143명(공항소방대 211명, 야생동물통제 30명, 여객보안검색 1902명)을 우선 직접 고용한다고 지난 22일 발표하였다. 또한 공항운영(2423명)과 공항시설 및 시스템(3490명), 보안경비(1729명) 분야 7642명은 3개 전문 자회사를 만들어 올해 안에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에 대해 공사의 정규직 노조는 기존 1500여 명인 자신들보다 많은 수가 한꺼번에 직고용되면 조직 내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 제로'를 약속한 2017년 5월 12일 이전 보안검색 요원으로 입사한 1000여 명은 서류전형과 인·적성 등 적격심사만 통과하면 무난히 직고용되는 반면, 방문일 이후 입사자 약 800명은 일반인과 함께 공개채용 절차를 밟게 되고, 이 과정에서 직무적성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직고용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보안검색 노동자 당사자들도 반발하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던 청년들은 청년들대로 보안검색 요원들이 향후 직접 고용된 이후 기존 인천공항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의 처우를 받는 것으로 오해하여 취준생에 대한 역차별 논란 또한 불거지고 있다.

이쯤에서 비정규직이 제도화된 계기와 그 내용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은 김영삼 정부가 신(新)노사관계 구상을 발표하면서 정리해고 합법화, 파견근로 등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내놓았고,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이 1996년 12월 26일 노동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게 본격적인 도입의 계기가 되었다. 그 후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일자리가 없고 실업률이 폭증하자 비정규직이 크게 증가하였으며, 외환위기의 주범인 대기업과 금융기관 등이 노동자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비정규직 제도를 주로 활용하였다. 비정규직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이유는, 기업의 비정규직 남용으로 인해 2019년 8월 현재 대한민국 노동 활동 인구의 약 40%가량이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이들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로 인해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대한민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낮은 임금, 혹독한 근무조건, 과도한 업무, 차별적인 시선, 불안정한 신분으로 대변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참여정부 시절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노동위원회법' 등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관련 3개 법안을 마련하여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하였던 바, 이들 법안의 주요 내용은 기간제 혹은 계약직 근로자로 2년 이상 근무하면 기업주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사실상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하였다. 또한 정규직 근로자들과 동일하거나 혹은 유사한 직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금이나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받을 경우, 노동위원회를 통하여 시정을 요구할 수 있게 법제화하였으나 우리나라의 실제 노동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별받지 않도록 법률로 보장하고 있지만, 만일 비정규직 노동자가 상기에 언급한 대응을 할 경우 현행 제도에 의하면 2년 이내에는 사용주가 언제든 해고할 수 있다. 이에 해고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아름다운 대한민국의 건설>(박병일 지음, 서울경제경영 펴냄)에서 인용)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떠한가?

유럽연합에도 노동현장에서 비정규직 제도는 운영되고 있으나, 역내 노동자의 합리적 취업을 법제화해 모든 기업이 동일 직장에서 동일한 노동을 할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동일한 급여와 근무시간, 휴가, 보험의 제공 등을 의무적으로 이행토록 하고 있다.(<프레시안> 2019년 11월 5일 자) 합당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캐나다에서도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차별은 불법이다. 심지어 호주에서는 정규직 근로자들이 기본적으로 누리는 휴가(예를 들어 연차나 유급 병가)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주어지지 않기에 정규직보다 25%가량의 임금을 더 받고 있다. 우리가 흔히 사회안전망이 잘 준비된 복지국가하면 떠올리게 되는 스웨덴에서는 비정규직에 대한 자의적인 정리해고가 아예 불가능하다.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는 있지만, 정규직과 동등하게 처우해야만 하는 것은 물론, 그들의 임금 안정성을 보장한다. 파견 노동자의 경우엔 파견기업이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하고, 파견 기간에는 이들을 사용하는 기업의 단체협약으로 보호하며, 비파견 대기기간에도 임금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잘 구축된 스웨덴마저 이럴진대 제도가 미비된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한겨레> 2016년 9월 1일 자 기사에 따르면, OECD 회원국들 중 한국은 유연성 측면에서 최상위 국가군에 속한다. 가령 1년 미만 단기 근속자 비율이 가장 높은 반면,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 비율은 제일 낮다. 임시직 비율은 폴란드, 스페인, 네덜란드에 이어 4위이고(한편 네덜란드는 비정규 노동자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비정규직 모범사례로 흔히 언급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한국이 3위라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앞서 언급했듯이 전체 피고용자(2019년 8월 기준)의 36.4%에 이른다. 여기에 자영업자로 분류된 특수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와 협력 업체 정규직으로 분류된 사내 하청 노동자까지를 합치면 1000만 명을 크게 웃돈다는 추정도 나와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는 계속 벌어지더니 2019년 현재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은 시간당 임금총액 약 69.7%만을 수령하고 있다.

이상의 간단한 논의만 살펴보더라도 비정규직에 관한 문제의 해결이 얼마나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며,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서라도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국정 과제임을 이해할 수 있다. 여느 선진국처럼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어야 하고, 그러한 점에서도 최근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적극 찬성하고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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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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