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1년여만의 재판 출석, "반성 않느냐" 질문 나오자...

유족과 시민,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며 "전두환은 사죄하라" 구호 외쳐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증언을 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씨가 27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했다. 작년 3월 11일 이후 1년 여 만이다.

전 씨는 이날 오전 8시 25분 경 부인 이순자 씨와 함께 검은색 에쿠스를 타고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출발했다. 전 씨는 낮 12시 19분 경 법원 뒷문을 통해 광주지법 법정동에 도착했다.

전 씨는 마스크를 쓴 채 경호원의 손을 잡고 법정동 쪽문을 통해 건물로 들어갔다. 부인 이 씨도 함께였다. 취재진은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느냐", "이렇게나 많은 죄를 짓고도 왜 반성하지 않는가"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전 씨는 묵묵부답이었다.

작년 3월 재판 출석 당시 전 씨는 "발포 명령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왜 이래"라고 소리치고 법정에 들어갔다.

소복을 입은 오월 어머니집 회원과 5·18 단체 관계자, 시민은 전 씨가 들어간 뒤에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광주학살 책임지고 전두환은 사죄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법원 정문에는 죄수복을 입은 전 씨가 무릎을 꿇고 포승줄에 묶여 있는 모습을 묘사한 '전두환 치욕 동상'이 설치돼 있었다. 유족들은 동상을 플라스틱 망치로 때리며 울분을 표했다.

▲전 씨는 27일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연합뉴스

전 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조 신부의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사탄'이라고 비난했고, 2018년 5월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전 씨는 작년 3월 강제구인으로 재판정에 나타난 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등 건강상 이유를 대며 1년여 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왔다. 작년 11월에는 건강이 좋지 않다던 전 씨가 골프를 치는 모습이 찍힌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어 작년 12월 12일 전 씨가 12·12 쿠데타의 주역들과 샥스핀이 포함된 호화 만찬을 즐기는 모습이 다시 한 번 영상으로 포착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재판부 변겅으로 인한 공판 절차 갱신이 이뤄진다. 전 씨는 피고인이 본인인지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받아야 해 재판에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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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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