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시대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프레시안books]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김정아 옮김, 와이즈베리 지음)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으로 도래할 '일이 없는 세상(A World without Work, 책의 원제)'에의 대응을 논하는 책이다. 예상되는 고용위기 앞에 저자가 제시하는 핵심 키워드는 '큰 정부'다.

저자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기존에 기계가 대체해온 '틀에 박힌 일'뿐 아니라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져 온 '틀에 박히지 않은 일'까지 대체할 것이라고 본다. 예컨대, 의사가 CT사진을 보고 병을 진단하는 것은 몇 가지 규칙으로 정리할 수 없는 '틀에 박히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수많은 CT사진을 학습한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나은 적중률로 병을 판별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틀에 박히지 않은 일'을 수행하는 능력은 점점 더 발달할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미래의 어느 순간에는 대부분의 업무에서 기계가 인간보다 나은 선택지가 된다고 본다. 경제가 성장하며 부의 파이는 늘지만 인간은 노동시장에서 할 일이 없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비관이 낙관을 압도하는 순간이다. 인류는 아직 고용을 통한 분배보다 더 효과적이고 잘 작동하는 부의 분배수단을 알지 못한다. 따라서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이 만들 세상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사회 문제는 분배 문제다. 저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중심에 '큰 정부'를 둔다.

'일이 없는 세상'에서 정부는 분배 문제 해결을 위해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 첫째, 고액 자산가와 고소득자에게서 더 큰 세금을 매긴다. 둘째, 그렇게 모은 돈을 자산과 소득이 없는 사람과 나누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는다.

첫째 역할과 관련해 저자는 최고 경영자와 같은 최상위 관리직에 대한 증세, 자본 과세, 상속세 증세, 법인세 증세 등 거의 모든 과세 수단을 활용하거나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둘째 역할과 관련해서는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한편, 생산 수단인 자본의 분배도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아울러 저자는 과도기의 '큰 정부'에 한 가지 기능이 더 있다고 이야기한다. '노동을 지원하는 정부'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노동 시장에 개입하라고 저자는 촉구한다. 정부가 노동자를 지원하고, 인간을 위해 남은 모든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게 보장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노동의 인간 수요가 줄어드는 세상에서 '노동을 지원하는 정부'가 없다면, 불평등과 그로 인한 사회 구성원 다수의 고통은 극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저자는 인공지능 시대에 어울리는 교육제도의 수립, 갈수록 강한 힘을 갖게 될 기술 대기업에 대한 규제, 기존 노동 관행이 사라지며 생길 삶의 의미에 대한 공백을 메우는 일에도 정부의 역할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큰 정부'의 필요성은 '일이 없는 세상'이 다가옴에 따라 원하든 원치 않든 점점 커지리라는 것이 저자의 예측이다.

코로나19가 지구를 휩쓸면서 우리는 이미 책이 예견한 가까운 미래를 살고 있다. 모든 나라가 더 큰 정부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제시된 해법은 대체로 책의 요구와 일치한다. 이제 문제는 의지의 영역으로 넘어간 듯하다.

▲ <노동의 시대는 끝났다>(대니얼 서스킨드 지음, 김정아 옮김, 와이즈베리 엮음, 값 1만 8000원 ⓒ와이즈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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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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