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4월이네. 달력 넘어가기도 전에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잖아"

세월호 이후 6번째 4월 16일, "한순간도 아이들을 보낸 적 없다

"엄마 아빠들 또 4월이네. 달력이 넘어가기도 전에 몸이 먼저 알고 신호를 보내잖아. 우리는 애들 생일, 그리고 애들이 올라온 날까지 며칠이고 몇 달이고 아프잖아. 4월이라 몸과 마음은 아픈데 우리 애들의 4월이 그냥 지나가게 두면 안 되니까 힘을 쥐어짜서 미친 듯이 다니지? 그렇게 6년을 보냈네. (중략)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 애들한테 가도 상관없지만 그럼 애가 물어볼까봐. '엄마 도대체 왜 그랬대?' 애들이 왜라고 물었을 때 말해줄 답을 갖고 가는 게 우리 숙제 같아서, 그래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여기까지 왔지만 아직도 출발선이네. 그래도 알지? 우린 늘 없는 길을 만들며 온 엄마 아빠들이었잖아. 한 걸음 한 걸음 힘든 길이지만 한 손엔 아이 손잡고 다른 손은 우리 가족들 서로 손 잡고 그렇게 가볼까? 또 못할 건 뭐야. 애들이 우리한테 남겨준 숙제 그거 다 할 때까지."

세월호 참사 6주기 기억 영상에서 참사 피해자의 어머니 중 한 명이 다른 가족에게 전한 말이다. 참사로부터 6년이 흘렀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아직도 출발선에 선 느낌으로 아파하며 출발선에 선 느낌으로 싸우고 있었다.

16일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 6주기 기억식 "기억, 책임, 약속"이 열렸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과 시민 1000여 명이 모여 희생자를 추모하고 안전 사회를 염원했다.

▲ 세월호 6주기 기억식 "기억, 책임, 약속" ⓒ프레시안(최형락)

정세균 총리 "세월호 이후 성숙의 시간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원동력"

이날 기억식에는 정세균 국무총리,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 등 정부 인사가 참석해 추도사를 전했다.

코로나19 대응으로 인해 직접 오지 못한 정 총리는 영상을 통해 "6년이 흘렀지만 그날의 슬픔은 여전히 날카로운 송곳처럼 아프다"며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분들, 지난 겨울 아이들 곁으로 가신 두 아버님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정 총리는 "지난 6년은 우리 모두에게 고통과 아픔의 시간인 동시에 사회가 안전과 생명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고 이웃을 더 깊이 배려한 시간이었다"며 "이런 성숙의 시간은 코로나19 국가 위기를 극복하는 힘찬 원동력이 되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어 "(세월호 참사 당시) 제자 한 명, 승객 한 명을 더 구하려 목숨을 바친 희생은 지금 의료진의 헌신과 희생으로 이어졌고, 타인의 생명 앞에 겸손하고 이웃의 안전을 위해 절제하는 국민 모두의 실천으로 이어졌다"며 "6년 전 우리는 그분들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지만, 지금 우리는 그분들로 인해 보호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세월호의 진실은 아직 깊은 바닷속에서 떠오르지 못했다"며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한 세월호는 끝나지 않기에 정부는 세월호의 진실을 끝까지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화섭 안산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과 이재정 경기교육감도 영상으로 추도사를 전했다.

이 지사는 "다시 봄이 왔다"며 "벌써 6번째 봄이지만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국가가 왜 그토록 수수방관했는지 아직도 우리는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참혹한 세월을 지낸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드린다"며 "진상 규명이 철저히 이뤄지고 함께 사는 세상이 만들어질 때까지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장훈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책임자 처벌하고 진실을 밝혀달라"

마지막 추도사를 낭독한 장훈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열 여덟 앳된 얼굴로 수학여행을 떠난 우리 아들, 딸이 어느덧 스물넷 청년이 됐다"며 "우리는 한순간도 아이들을 떠나보낸 적이 없다. 비록 눈을 감아야 볼 수 있는 얼굴이지만 귓불에 난 솜털 한 가닥 잊은 적이 없다"고 입을 뗐다.

장 위원장은 "단 한번만이라도 눈을 뜨고 내 아이를 보고 싶다. 내 손으로 지은 따뜻한 밥 한 끼 먹는 모습이 너무 보고 싶다. 손을 뻗어 내 아이를 만져보고 싶다. 품에 꼭 안고 사랑한단 말 그 한 마디 꼭 하고 싶다. 보고 싶어 미치겠다"고 말한 뒤 잠시 울먹였다.

장 위원장은 "6년 전 그날 우리 아이는 분명히 돌아오겠다고 했다"며 "우리는 아이를 전쟁터가 아닌 학교에 보냈는데 아이는 차가운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학교를 믿고, 어른을 믿고, 국가를 믿고 아이를 학교로 보냈는데, 학교도 어른도 국가도 아이들을 지켜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아이들이 탈출하기까지 5분이면 충분했다. 그 어느 때보다 바다는 잔잔했다"며 "정부는 오로지 선원만 구조하고 선내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장 위원장은 "우리 부모가 아이들이 참혹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도 아직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범인을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월호 침몰에 관여하고 구조를 방해하고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희생자를 모욕한 자들이 바로 참사의 범인"이라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학교에 보낸 아이를 죽인 범인을 처벌하고 진실을 낱낱이 밝힐 때까지 우리는 멈출 수 없다"며 "세월호 참사 범인을 처벌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정부가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그것만이 안전 사회를 만드는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장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이 한데 모일 수 있도록 안산 생명안전공원을 건설하고 △'세월호 2차 가해 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피해자 가족의 또 다른 바람을 전한 뒤 기억식에 찾아온 사람들과 지난 6년 간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는 시민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추도사를 마쳤다.

추도사가 끝난 뒤에는 세월호 6주기 기억 영상 상영, 성명 낭독, 가수 루시드폴의 공연, 이해인 수녀의 시 <그 슬픔이 하도 커서> 낭독에 맞춘 무용가 이삼헌의 공연이 이어졌다.

기억식 말미에는 416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어느 별이 되었을까>와 <약속해>를 불렀다. 노래가 끝난 뒤 416합창단은 "반드시 진상규명 끝까지 책임자 처벌" 구호를 외쳤다.

▲ 세월호 6주기 기억식은 코로나19로 인해 피해자 가족 위주 참석 방침으로 진행됐다. ⓒ프레시안(최형락)

▲ 세월호 6주기 기억식 말미 416합창단이 "반드시 진상규명 끝까지 책임자 처벌" 구호를 외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대구 시민이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에 함께하겠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보내왔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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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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