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6년 만에 단독 과반…'친문 포화' 심화는 위험 요인

기록적인 대승, 오만하면 역풍 불 수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에 힘입어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차지했던 2004년 총선 이후, 이번 4.15 총선에서 민주당과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해 16년 만에 '대승'을 거뒀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 집권여당이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쥐고 정권 재창출을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민주당이 압도적 우위를 확보함으로써 단독으로 예산안 및 일반법안 처리가 가능해지게 된만큼, 국회의 주도권도 민주당 쪽으로 쏠렸다. 미래통합당과 군소 야당들은 상대적으로 견제 수단을 잃게됐다. 국회의장직은 물론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에서도 우위를 차지해, 예산안·법안 처리에서도 협치 대신 단독 질주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진행된 15일 오후 서울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선거개표상황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친문 포화 현상 심화, 민주당에 득일까?

이해찬 대표는 선거기간 내내 "과반수 정당을 만들어야 문재인 대통령의 잔여 임기 2년 반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며 "당원 동지들이 조금만 더 힘을 모아 주시면 16년 만의 과반 의석도 꿈만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이번 총선 승리가 간절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역대 최저치의 법안 처리율을 기록하며 비판을 받은 20대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동안 국회의 적극적인 입법적 지원을 받아 정부가 구상하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에 올인할 가능성이 크다.

미래통합당의 발목잡기를 다른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돌파했던 20대 국회의 모습도 21대 국회에선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패스트트랙 법안 등 주요 현안 처리 때 민생당·정의당 등 야당과 만든 범진보 성향의 '4+1' 협의체를 활용했다. 공수처법 등의 법안 처리를 위해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등 정의당 등 야당과의 협치 구조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지난 '4+1' 합의 과정에서 협상 대상이 많아 피로감이 높았다"며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잡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과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 집권 여당의 지지율에 긍정 영향을 미친만큼 차기 대선의 구도 역시 친문 중심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금태섭 의원 등 당내 '레드팀'이 사실상 사라진 효과다.

당내에서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부터 차기 대권 구도가 서서히 가시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다수다. 대선을 앞두고 당의 세력구도가 결정되는 자리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 주자들이 당대표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물밑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총선을 통해 확대된 친문 그룹의 선택이 상호작용해 '포스트 이해찬 체제'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총선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 대선을 향한 세력들의 암투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의 강화된 친문 색채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는 비주류 대선 후보들과의 미스 매칭이 예기치 못한 파열음을 낼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합동 상황실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출구조사 방송을 시청하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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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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