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청년 공약을 분석해 보았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6.13 지방선거와 허울뿐인 청년 찾기

지방선거가 약 1주일 남았다. 선거 때가 되면 각 정당 후보들은 청년을 찾는다. 젊고 활기찬 청년의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청년들을 절실히 찾는 만큼, 청년 공약 또한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박함으로 만들었을까? 이런 시각에서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에서는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서울 지역 10개 대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직접 정책적 수요를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당별 공약을 평가하였다(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국민대학교, 상명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세종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숭실대학교, 중앙대학교 등 서울 10개 지역 대학생 646명 대상, 4월 30일부터 5월 4일까지 해당 학교에 찾아가 학생들에게 설문지 나눠주고 직접 조사).

청년의 현실 : 구직난, 삼포세대, 불평등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가장 심각한 청년 문제는 '취업 및 구직(64.2%)'이었다. 여전히 청년 실업률이 10%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고, 체감 실업률은 5명 중 1명인 상황이 지속됨을 고려하면 당연한 현실이다. 그 다음으로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 부재(13.2%)'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이어 '주거(4.0%)' 역시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가파른 고용절벽으로 소득 확보 수단이 변변치 않은 가운데, 주거비와 같은 삶의 비용이 늘어나면서 청년들이 미래에 대해 좌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비용의 증가가 정신적 빈곤으로 이어짐을 여실히 보여준다.

청년들이 미래를 암울하게 내다볼수록 가정을 꾸리기를 주저할 가능성이 크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꼭 할 것이다'라고 응답한 대학생들은 10명 중 6명이었다. 특히, 남학생의 경우 79.3%가 결혼을 희망했으나 여학생은 47.9%만이 결혼을 희망했다. 출산 희망 여부를 물었을 때 긍정적으로 답한 여학생들은 39.5%로 더욱 낮아졌다. 작년 혼인 건수가 26만 4000건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출생아 수도 최저치를 경신하는 지금의 상황이 앞으로도 나아지기 어려우리라 예측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대학생들은 우리 사회를 매우 불평등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교육, 취업, 승진 등 9개 분야에서 평등·불평등 인식을 조사했을 때, 평등하다는 응답률이 가장 높았던 분야(교육)에서마저 그 비율은 33.2%에 그쳤다. 다른 분야에서는 10% 안팎에 불과했다. 특히 소득과 재산에서의 불평등 인식은 73.9%로 가장 높았고, 대학생들이 주된 문제로 인식하는 취업과 승진 기회 등 일자리 관련해서는 10명 중 6명 이상이 불평등하다고 응답했다. 대학생들이 인식하는 청년 문제의 근저에 불평등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암시한다.

▲ 2017년 6월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 벽면에 취업 준비자의 희망이 담긴 메시지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어떤 정책을 필요로 하는가? 대학생들은 취업난의 원인이 주로 '경기 부진(21.6%)', '일자리 수의 부족(19.0%)', '좋은 일자리의 부족(16.5%)'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임을 지적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하기보다는, 노동시장 양극화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개개인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구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 대학생들은 구직 과정에서 '경력의 부족(68.5%)', '적성 파악의 미흡(53.6%)', '시간·경제적 여유의 부족(51.4%)', '정보의 부족(49.0%)' 등의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구직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학생들은 '생활비 지원(45%)', '무리한 스펙 요구의 해소(36%)', '저렴한 직업 훈련(8.1%)'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즉, 학비나 생활비 마련을 위한 무리한 아르바이트 또는 불필요한 스펙 쌓기로 낭비되는 시간적·경제적 비용을 막고 학생들 스스로 본인의 적성을 발견하고 구직으로 연계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대부분의 항목에서 남학생보다도 여학생이 체감하는 청년 문제의 심각성이 더 높음을 감안하면, 성별 간의 차이로 발생하는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 여학생들은 취업·승진·보수에서의 성차별, 결혼이나 출산·양육으로 인한 직장 생활의 어려움 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성차별 문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만큼 이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당별 6.13 지방선거 청년 공약 평가

▲ 주요 정당 6.13 지방선거 청년 공약.

선거관리위원회에 각 정당이 발표한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청년 공약이 없는 정당은 없다. 대부분의 정당이 분야별로 청년 공약을 내놓음으로써 청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청년 공약을 크게 일자리, 생활 지원, 성평등 달성이라는 세 요인으로 나누어 검토했다. 일자리 정책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적성에 맞는 구직으로의 연계, 정보 제공 등을 포함시켰고, 생활 지원은 등록금을 비롯하여 취업 준비 비용, 주거비 등 청년들이 개인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시간적·경제적 비용의 완화를 포함한다. 성평등 정책은 구직이나 채용, 승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차별 완화를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주요 5개 정당의 10대 공약 중 청년 정책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이와 함께 재원 조달 방안의 현실성도 살펴보았다.

일자리

더불어민주당의 일자리 공약은 3.15 청년 일자리 대책의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확대하고, 추가 고용장려금, 해외 취업 확대, 청년 친화형 산업단지 조성 등이다. 자유한국당은 청년 장병을 위한 취업성공 패키지 도입, 중소기업 취업시 소득세 감면, 산업단지 내 문화시설 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바른미래당은 지역 청년 채용하는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민주평화당은 공공기관에 지역 인재 의무 고용 및 지역민 우선 고용, 정의당은 공공기관 청년 고용할당제 확대가 청년 일자리 관련 주요 공약이다.

요컨대, 모든 당이 일자리 창출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공공기관에서의 청년 일자리 확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세금 감면, 자산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같은 경우는 지원이 한시적이라는 점,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억압적 사내문화를 방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계속해서 비판받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공약 역시 소득세 감면만으로 일자리 질 격차를 완화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양질의 일자리라 여겨지는 공공기관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민간 영역에서의 질 격차는 어떻게 다룰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이뿐만 아니라 각 정당의 공약은 청년들이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는데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다. 즉, 일자리 창출 외에 구직자의 적성을 발견하고 저렴한 직업 교육을 통해 일자리로 연계하는 서비스에는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활 지원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구직 활동 지원금'을 통해 취업 준비를 위한 경제적 부담을 돕고 맞춤형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마련했다. 자유한국당은 취업 수당 제공, 청년안심주택 및 기숙사 공급을 확대하고,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의 무이자 전환 등을 통해 등록금 부담까지 완화시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바른미래당은 저소득 청년에게 주거비 지원, 신혼부부 육아 주택 지원, 중소기업 재직 청년에게 주택 우선 분양, 민주평화당은 5년간 청년 기본소득제 도입, 등록금 대출 무이자화, 정의당은 청년 실업부조 도입, 지역형 청년 사회상속제, 대학기숙사 확충 및 주거비 지원,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대부분 정당들의 공약에서는 청년들의 취업 준비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고 공공주택이나 기숙사를 통해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취업 준비 비용과 주거비가 청년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으리라 본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의 경우, 학자금 대출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까지 담고 있어서 다른 정당에 비해 더 전향적이라 볼 수 있다. 민주평화당의 청년 기본소득제는 기간이 제한적이라는 한계와 더불어 기본소득 자체에 대한 평가를 함께해야 하므로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도록 한다.

성평등

성평등 공약은 대체로 유사하다. 육아휴직 보장 및 급여 확대(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공공 산후조리원 확대(민주평화당), 슈퍼우먼 방지 조례 및 질 좋은 보육 환경 조성(정의당) 등 출산 및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성평등의 문제는 출산·육아만이 아니라 채용과 승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특히 결혼이나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 청년의 경우에는 이보다도 채용과 승진 과정에서의 불평등을 더 심각하게 체감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의당의 성별 임금 공시제는 임금 산정에서의 불평등을 공식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와 더불어 채용과 승진, 이직 등 노동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한 정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재원 조달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이런 공약들이 시행될 수 있는 재정적 바탕이 갖추어졌는가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 재정 지출 우선 순위 조정 및 세출 구조조정, 예산 증가분 활용, 각종 기금 활용 등으로 모호하게 표현해 놓고 있다. 정의당은 지방소비세율 및 교부세율 인상을 통해 재정을 확보하겠다고 하였으나, 구체적 예측치가 부재하고 청년 정책에 얼마나 배분할지도 모호하다. 즉, 결국 5개 정당 모두 의미 있는 정책 공약을 내세우고 있으나, 구체적인 실천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역할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번 지방선거 공약을 전반적으로 살펴보았을 때, 중앙 정부의 역할과 지방 정부의 역할을 '공약'을 통해서는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에도 중앙 정부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 시행 예정인 정책을 공약에 포함시키고 있다. 또한 고용보험 개편과 관련된 문제나 특정 사안에 대한 법안 발의와 같이 지방 정부 차원에서 시행할 수 없는 정책들도 구체적인 방법 없이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방 정부는 국민의 삶과 더 근거리에서 삶과 밀접한 정책들을 시행할 수 있는 주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내거는 공약과 다르지 않은 거시적 정책 위주로 공약을 제시한 것은 아쉽다.

6.13 지방선거와 청년 찾기

정책에는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다. 일자리 정책의 경우, 비록 임금과 같은 경제적 지원에 한정되지만, 중소기업 일자리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나 청년들이 가고 싶어하는 공공기관 채용을 확대하려는 공약은 긍정적이다. 취업·구직수당, 주거비, 등록금 이자 지원 등은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결혼이나 출산을 앞둔 청년들에게 일·가정 양립 정책 또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계점들도 많다. 금전적인 부분 외의 문제(중소기업의 사내 문화, 노동조건 등)에 대해서는 방관하고 있다. 또한 청년 지원 정책들은 한시적이고, 여성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및 적응 과정에서의 불평등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재원 조달 방안에서 구체적 실현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정권 교체 이후 일자리 창출에서 일자리 질 개선과 청년의 생활 전반으로 관심을 확대한 것은 의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 외의 측면을 공약에 반영하고 현실에서 실현하기는 여전히 요원한 일인 듯하다. 이런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기를, 지방선거 이후 청년 정책의 보완과 발전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각 캠프에서 열심히 뛰고 있을 청년들과 후보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청년들에게 '청년팔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진정성 있는 청년 찾기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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